행정법원, 상속세법시행령 규정 모법 위임 벗어나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지난 2005년 폐업한 J상사의 주주 장모(54)씨 등 4명이 양천·용산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부과처분취소 청구소송(2008구합10676)에서 최근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1조1항에서는 증여 등 거래로 인해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경우' 그 이익의 계산 방법만을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며 "증여 등 거래로 법인이 재산을 취득하면 주주가 당연히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해 그 이익의 계산방법을 정하는 시행령 제31조6항은 모법(母法)의 위임범위를 벗어났으므로 무효"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제41조1항의 입법취지는 결손법인에 대한 증여를 통해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으면서 주주에게는 사실상 경제적 이익을 주는 변칙적인 증여를 막으려는데 있다"며 "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법인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제공했더라도 실제 주주가 아무런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까지 이익을 얻었다고 간주해 주주의 주식보유비율에 따라 증여재산가액에 포함시키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특히 "특수관계자가 결손법인에 재산을 무상제공해 주식 1주당 실가치나 청산가치가 (+)가 된다면 그 증가된 가액의 한도 내에서는 주주가 실질적으로 이익을 얻었다고 할 것이지만, 여전히 (-)라면 어떠한 이익도 실제로 받은 바 없는 것"이라며 "결손법인에 대한 재산의 무상제공행위가 있다고 해서 그 자체를 주주가 이익을 얻은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실질과세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경공업제품의 원부자재를 수입·수출하는 J상사(주)의 주주 중 한명인 장씨는 2004년11월말 자신소유의 대지 494.9㎡와 지상 4층짜리 건물을 J상사에 증여했지만 결국 회사는 35억원이 넘는 결손금을 내고 2005년12월 문을 닫았다.
그러나 세무당국은 장씨가 회사에 부동산을 무상제공함으로써 주주들이 그 가액상당의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각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지분율을 토대로 증여세를 부과했다. 장씨 등은 이에 불복해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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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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