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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稅로] ‘不通’ 세제실, 참 용감했다
[가로稅로] ‘不通’ 세제실, 참 용감했다
  • 日刊 NTN
  • 승인 2013.08.1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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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창 영 (본지 주필)

 

 

박근혜 정부 첫 세제개편안이 세상에 고개를 내밀자마자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세법개정안 내용이 발표된 지난주부터 여론은 즉시 아주 냉담하게 흘렀다. 결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면 재검토’ 지시가 내려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나왔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민심의 향방을 좌우하는 봉급생활자층에서 자신들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냉담을 넘어 적극적인 거부 움직임을 보였고, 조율이 전혀 안된 ‘각계각층’에서 봇물 터지듯 문제점이 쏟아져 나왔다. 정부 세제개편안은 나올 때마다 이해집단별로 어느 정도 이견이 노정되지만 이번처럼 ‘단결된 반대’는 이례적인 일이다.

급기야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읍소형태로 협조를 당부하는 ‘촌극’까지 연출했지만 어디 민심이 그리 만만한가. 망신의 농도만 짙어진 결과를 초래했다.

박근혜 정부 5년을 함께할 재원마련 방안이 정부 따로, 국민 따로 돌아가고 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국민 눈치를 보며 냉가슴을 앓고 있고, 야당은 아예 대놓고 거부 투쟁에 들어갔다. 전면재검토 정국에서 야당은 ‘세법개정 책임자 처벌’로 공격 포인트를 바꿨다.

아무튼 정국의 묘한 기류와 엉켜 올 세법개정안은 정치색이 아주 짙게 최종 인쇄될 전망이다.

예견된 당연한 결과다. 이번 사태는 어쩌면 기획재정부의 ‘아주 낙후된’ 세제 시스템이 빚어낸 한계로 봐도 크게 틀리지 않다. 소위 비밀주의식 세제운용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로의 해석도 물론 가능하다.

세법개정은 이해관계가 아주 예민한 사안이어서 어느 정도 제한된 영역을 두고 여론을 수렴하는 특징이 있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 시행에 들어가는 절차와 과정이 있지만 국민 모두를 설득하고 이해시켜 운용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또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 판단으로 ‘꼭 필요한 범위’를 정해 놓고 다소 폐쇄적인 시스템을 가동한다.

실제로 ‘만지면 커진다’는 심리도 팽배해 어렵게 만들어진 세제토론회에서조차 가급적 원론 이외는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도 현실이다. 국민 재산권을 다루는 아주 민감한 법률인 우리나라 세제가 딛고 있는 환경이 이렇다. 분명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기획재정부는 ‘전통적’으로 이를 유지해 왔다.

현실적 상황을 전제한 이유도 물론 있다. 우리나라 세제운용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경우 1년 일정이 빡빡하게 짜여 있다. 연초 지난해 개정된 법률의 하위 규정을 마무리하면 한바퀴가 끝난다. 개정세법 홍보로 잠깐 숨 돌리고 곧바로 그 해 세법개정안 마련에 착수한다.

맨땅에 헤딩부터 이해집단의 집요한 요구 등등 산더미같은 자료를 다 읽어보지도 못하고 급하게 급하게 내려오는 현안만 간신히 챙겨 가까스로 불과 몇개월만에 ‘세법개정안’을 완성한다. 그 과정에는 절차도 많고, 결제도 많고, 꼭 거쳐야 하는 코스도 만만치 않다. 내용보다 형식으로 시간 보내는 경우도 다반사다. 정부안 마련 이후에는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다. 당정협의와 부처의견 수렴이 끝나면 그때부터 국회업무로 이어지고 어디로 갈지 끝도 없는 일정을 타고 흘러간다. 날치기가 편한 역설적 이유(?)도 있다.

솔직히 기획재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보면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살아 꿈틀대는 경제상황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책과제를 세법으로 녹여내야 하는데 수십년 내려온 구닥다리 ‘틀’로 벽돌 찍듯 ‘딸깍 딸깍’ 반복되는 작업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것도 해마다 똑같은 모습으로.

당연히 세법에 녹아 있어야 할 핵심개념인 ‘국민과의 공감’은 찾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기획재정부의 올 세법개정안 발표를 보면서 세제실이 참 용감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현장에 대한 감각이 눈꼽만큼이라도 있었다면 이처럼 무모하게 봉급생활자 세금에 손을 대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전 시그널 전혀없이 어느 날 갑자기 복지한다는 정부가 ‘잔말 말고 세금 더 내쇼’한다면 요즘 세상에 그 말 많은 월급쟁이들이 ‘예, 알겠습니다’라는 반응으로 나올까? 만약 기대했다면 그건 용감한 것이 아니고 안이한 것이고, 오만한 것이고, 국민을 무시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소득도 없이 벌집만 건드린 꼴이 됐다. 그것도 이 중요한 시기에.

이제 국민들이 과연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에 신뢰를 보낼까? 향후 5년이 아주 답답해졌다. 올 세법개정은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에게 중요한 첫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미가 있는 것인데 세제실이 그것을 가볍게 판단한 것 같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공청회, 토론회, 설명회… 비록 힘들고 번거롭더라도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서 국민과 대화하고 소통하고, 설득하고, 오해를 이해로 전환하는 노력은 기울이고 세금을 거둬도 거둬야 하는 것 아닌가.

딱 만나는 몇 사람만 만나서 의견수렴했다고 면피하는 풍조, 시간 없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무슨 기준에 의해서인지 ‘그 바쁜 시간’에 특정 모임에만 참석하는 자세로는 국민과 진정으로 공감을 나눌 수 없다.

결국 따로 노는 세제운용은 정부가 신뢰를 잃고, 대통령이 원망을 듣는 결과로 이어진다. 잘된 내용도 많고 방향은 맞았는데 이토록 뭇매를 맞는 세법개정안을 보면서 불통의 극치, ‘미국산 쇠고기’와 ‘촛불’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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