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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너무 막 대하는 것 아닌가
종부세 너무 막 대하는 것 아닌가
  • jcy
  • 승인 2008.09.2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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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鄭昌泳(본지 편집국장)
   
 
 
허둥대는 ‘ 稅制·失 ’


세금의 시각에서 조금 좁게 보겠다. 종합부동산세가 문제가 있고 시대 상황을 감안할때 보완이 필요한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세제와 세정의 시각에서 이번 기획재정부의 종부세 개편은 가슴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현행 종합부동산세는 담세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세부담을 지우는 세금으로 ‘지속이 불가능한 세제’다.

연봉 1억원인 사람이 서울 도곡동 46평형 아파트(시가 23억원)를 보유한 경우 각종 세금·관리비를 공제하면 가처분 소득이 3600만원에 불과하다. 우리 GNI 수준이 미국의 4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체감부담율은 미국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종부세는 조세원칙과 보유세 일반에도 맞지 않는 세제다. 정상화가 필요하다. ‘보편성의 원칙’과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으며 재산과세 원칙에도 정면 배치된다. 심지어 지난 5월 IMF는 평가 어려움 때문에 종부세 시가 과세는 불가능하다는 지적까지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종부세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현행 종부세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이례적으로 친절하게 구체적 사례까지 꼼꼼히 들었다.

인용한 통계수치와 논거도 상세하게 명기하면서 ‘봐라 이렇게 엉망진창인 세제가 종부세다.’라고 철저하게 증명했다. 개편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런 자료를 맨 앞에 편철했다.

아슬아슬한 압권은 한 술 더 나가면서 나왔다.

종부세가 매년 시가를 조사하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특성상 세부담이 과중하고 평가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제기 까지는 어렵게라도 이해가 가능하다. 그러나 시가조사 과정에서의 ‘자의성 문제’까지 거론한 것은 세제 주관부서인 재정부 설명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재정부가 요즘 종부세 개편을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마치 강박관념에 쫓기면서 무슨 ‘운명과의 결별’을 하려는 것처럼 초조해 보인다. 세제가 잘못됐거나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으면 국민적 합의를 거쳐 고치면 되고, 개편하면 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명심해야할 것이 있다. 국민 재산권을 다루는 세금은 기본적으로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세금은 신뢰를 잃으면 다 잃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전제에서 현재 운영 중인 세제를 두고, 국민이 꼬박꼬박 내는 세금을 두고 세제 주관부서가 이렇게 매도 수준으로 막 대해도 되는지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런 ‘되먹지 못한 종부세’를 내는 납세자를 아예 바보로 알고 정책을 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현실 불가능하고, 조세이론에도 정면 배치되는 이 종부세제는 도대체 누가 도입 발상을 했고, 누가 공청회를 열었고, 입안실무를 맡았으며, 당위성에 대해 침 튀기는 홍보는 또 누가 했는지 세금의 시각에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재정부가 친절하게 보충자료로 내민 기본 중의 기본인 ‘와그너의 조세원칙’이 비웃듯 보고 있다는 종부세를 민망하게도 국세청은 올해도 거둬야 한다.

올 종부세 납기를 불과 두 달여 남겨 둔 상황이다. 내년부터 내지 않아도 되는 문제투성이 종부세를 올해까지 ‘개운하게’ 납부하고 종치자고 대치동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자율결의’를 해 줄지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종부세를 피하려고 현수막 걸고 헌법재판소다 뭐다 안 찾는 곳이 없는데 다행히도(?) 재정부가 거부논리까지 공식적으로 제공해 준 셈이다.

재정부 방안대로 종부세가 개편된다고 해도 상당수 납세자는 앞으로도 세금을 내야하고, 종부세를 졸업하는 납세자들도 납부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할 것이다. 정치적 감각을 떠나 정부의 세금 운용에 있어 이런 고려는 현실이고 가장 중요한 기본전제다.



재정부가 이번 개편을 추진하면서 종부세 내는 납세자 입장에서 단 한번만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 든다. 솔직히 종부세 납세자들은 이번 개편을 보면서 앞으로 내지 않아야 할 종부세가 고마운 것이 아니라 그동안 낸 세금이 너무 억울할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또 그동안 세금 걷어 갈 때 세무서 직원이 ‘아름다운 나눔의 실천’이니 ‘대한민국 1%의 자부심’이니 했던 ‘노블리스 오블리제’ 섬김에 대해서도 좋은 감정을 잊고 일종의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해도 현실을 반영하고, 정책목적을 달성해 나갈 길이 얼마든지 있는데 왜 일을 이 모양으로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번 종부세 개편을 보면서 기획재정부 세제기능은 철저히 세금 현장에서 멀어져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국민을 대하는 머리야 그렇다 치고 ‘가슴’까지 이렇다면 정말로 국민 세금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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