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상장사들이 미래 불확실성의 증대에 따라 투자를 줄인 채 ‘곳간’에 무려 25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그냥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IFRS) 별도 기준으로 재벌 총수가 있는 10대 그룹 81개 제조업 상장사의 유동자산은 6월 말 현재 252조3천191억원으로 2년 전보다 21.9% 늘었다.
유동자산은 유럽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11년 6월 말 207조185억원에서 작년 6월 말 220조1천366억원, 작년 말 228조2천170억원에 이어 올해 6월 말 250조원을 웃돌았다.
올해 6월 말 현재 그룹별 유동자산은 삼성 85조9천5억원, 현대자동차 59조2천887억원, LG 30조8천154억원, SK 20조1천751억원, 현대중공업 17조3천611억원 등이다.
또 두산10조4천587억원, GS 10조4천472억원, 롯데 9조431억원, 한진 5조7천273억원, 한화 3조1천20억원 등의 순이다.
최근 2년간 유동자산 증가율은 삼성그룹이 42.8%로 가장 컸다. 삼성전자의 유동자산은 2011년 6월 말 33조883억원에서 올해 6월 말 54조8천397억원으로 65.7% 증가했다.
뒤이어 그룹별로 2년간 유동자산 증가율은 롯데 35.3%, 한화 26.8%, 현대자동차 23.9%, 한진 13.4%, SK 11.8%, 현대중공업 7.6%, GS 6.9%, LG 5.4% 각각 증가했다.
10대 그룹 중에는 두산만 유일하게 10.1% 감소했다.
유동자산은 1년 이내에 환금할 수 있는 자산으로 현금, 예금, 일시 소유의 유가증권, 상품, 제품, 원재료, 저장품, 전도금 등이 해당한다.
대기업들의 유동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돈을 곳간에 쌓아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표상으로 경기가 나아진다고 하지만 기업으로선 여전히 불안요인이 많은 것 같다"며 "새로 먹을거리를 찾는 기업 입장에서는 확실한 투자처가 나타나지 않고 금융시장 불안도 이어져 돈을 쌓아두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올해 2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4.9%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2분기(23.9%) 이후를 비롯,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때인 1998년 1분기(23.4%)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