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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득은 불로소득인가?…전문가들 “일본 세제 눈여겨 보자”
금융소득은 불로소득인가?…전문가들 “일본 세제 눈여겨 보자”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8.07.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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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금융소득 일원화 분리과세 정착...투자손실공제에 거래세는 모두 폐지

- “금융소득 누진과세 땐 탈세, 조세회피 유인 커져”...한국은 정반대,“불로소득” 경멸

- “노동・저축으로 형성한 자산소득으로 노후 살아간다는 ‘생애소득’ 개념으로 이해해야”

대부분의 금융소득을 분리과세 하고 증권거래세 같은 자산거래세를 폐지하는 한편 투자손실을 소득공제 해주는 일본의 금융소득과세 제도를 눈여겨 볼 시점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금융소득을 맹목적으로 불로소득으로 치부해 과세범위와 세율을 높이는 것은 일시적 세수 증가에는 기여할 수 있을지언정, 세제 합리성은 물론 조세공평성도 낮춰 결국 경제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KRIVET) 최영렬 선임연구위원(법학박사, 미국 변호사)은 10일 “자본소득은 노동공급의 대가인 노동소득과는 다른 경제적 상격이 강하므로 노동소득과 별개로 분리과세 하는 게 이론적으로 타당하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최 위원은 이날 사단법인 금융조세포럼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2층 연수실에서 주최한 제 86차 조찬 포럼에서 ‘일본의 금융소득 과세제도’를 주제 발표했다.

최 위원은 “2009년부터 금융소득과세 일원화를 시행해온 일본은 금융자산(자본)소득이 ‘발이 빠른(이동성이 높은)’ 소득이므로 일본 세율이 국제적 수준보다 높다면 외국으로 자본 유출될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세제 당국은 금융자산(자본)소득에 누진세율을 적용하면 탈세, 조세회피를 유발할 뿐 아니라 저축의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봤다”면서 “특히 투자위험을 감소시켜주는 정책으로 ‘저축’을 ‘투자’로 전환하는 차원의 금융상품 투자로 지속 유도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에 따라 2009년부터 금융소득과세 일원화 시행이후 2012년까지 배당소득이 급격히 증가했고, 한국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격인 다양한 NISA제도 등 소액상장주식의 배당 및 양도소득에 비과세 하는 방향으로 금융과세 정책을 펼치며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 투자를 장려해왔다.

일본은 특히 투자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예금이자를 제외한 채권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에 대해 투자를 위한 차입한 돈의 이자를 소득공제 해주고 있다. 또 금융소득과세 일원화 시행 10년 전에 이미 증권거래세를 폐지했다. 다만 대주주의 주식투자 소득에 대해서는 사업참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업소득으로 종합과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진보진영 논객들을 중심으로 금융소득을 ‘불로소득’으로만 간주,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종합과세쪽으로 몰고 가고 있다. 그러나 “금융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런 여론몰이는 진보진영의 중요 가치 중 하나인 ‘평등성’에 어긋난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연간 근로소득이 1000만원이면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데 같은 금액의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14%(주민세 포함 15.4%)를 예외 없이 세금으로 떼이는 현실은 헌법소원을 내 볼만 한 불합리성”이라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유럽과 일본은 저소득자에게 종합과세를 허용, 절세 기회를 주고 있는 반면 우리는 정반대로 고소득자에게 종합소득과세와 분리과세 선택을 허용하면서 저소득자는 무조건 원천분리과세 하고 있다”면서 “국가가 너무 약탈적”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세제 전문가인 손영철 세무사는 “일본의 금융소득과세는 합리적인 것 같은데, 우리는 너무 정치적인 동기로 금융소득과세제도를 설계하고 운용해온 것 같다”면서 “학계가 해외 사례 연구를 좀 더 많이 국내에 소개해 공론화를 통해 우리도 시급히 합리적인 금융소득과세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세학계의 거장인 송쌍종 서울시립대 명예교수는 “다른 나라의 재무부는 합리적인 금융소득과세를 만들어 중산층을 육성, 국가 경제의 안정화와 성장잠재력을 정착시킨 반면 한국의 기획재정부는 오로지 집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맞추는 데만 급급하다”고 기획재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안경봉 국민대 교수(법대)는 “금융소득자들을 불로소득자로 보는 것은 문제”라고 전제, “생애소득 개념에서 현재의 금융소득자들은 경제활동기에 거둔 소득에 대해 충분한 소득세를 납부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이런 접근 없이 열심히 일하고 모아서 재산을 형성하고 노후에 자산소득으로 살아가는 것을 ‘빈부갈등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사회주의적 전통이 강한 유럽도 금융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로 일원화 하고 있고 일본도 유럽의 추세를 따라 분리과세로 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소득을 ‘부자들의 불로소득’의 프레임으로 보지 않고 공동체의 자본형성, 합리적으로 과세할 정상 세원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령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금융소득 부부합산 종합과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 대해 “부자를 위한 결정”이라고 여전히 반발하고 있지만, 유럽과 일본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헌법적 판단이 있었고 부부합산이 위헌이라는 것은 상식이 됐다.

오윤 교수는 “일본도 금융소득 부부합산 종합과세에 대한 헌법적 판단이 있었다”면서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금융소득 부부합산 신고를 납세자 선택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위는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연간 금융소득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려 종합과세 대상을 늘려야 한다고 권고, 현 정부와 주요 정책적 맥락을 함께 하는 진보 시민단체들이 이에 가세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금융소득 분리과세는 고소득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제도로, 완전 종합소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소득간 세제 형평에 부합하고 소득이 많을 수록 세금을 더 내는 ‘응능부담 원칙’에도 맞다”고 주장했다.

최영렬 한국직업능력개발원(KRIVET) 선임연구위원(법학박사, 미국 변호사)이 10일 사단법인 금융조세포럼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2층 연수실에서 주최한 제 86차 조찬 포럼에서 ‘일본의 금융소득 과세제도’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최영렬 한국직업능력개발원(KRIVET) 선임연구위원(법학박사, 미국 변호사)이 10일 사단법인 금융조세포럼이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본관 2층 연수실에서 주최한 제 86차 조찬 포럼에서 ‘일본의 금융소득 과세제도’를 주제로 기조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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