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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익태 전 은평세무서장] “세무조사는 ‘균형감’이 최고 가치…중한 것은 중하게 경한 것은 경하게”
[인터뷰-김익태 전 은평세무서장] “세무조사는 ‘균형감’이 최고 가치…중한 것은 중하게 경한 것은 경하게”
  • 이유리 기자
  • 승인 2019.11.27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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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원 탈세조사하는데 1000원 탈세조사 하는 것처럼 하면 안돼"
- "정확한 과세로 납세자와 직원 모두 불이익 없도록 하는 게 '실력'"

“공평하게 하려면 균형감이 있어야 합니다. 세무조사 때 1000원을 탈루한 사람은 1000원에 맞게, 100원을 탈루한 사람은 100원에 맞게 하는 것이 ‘균형감’입니다”

지난 1984년 21세로 국세청에 입사해 2019년 10월 50대 중반의 나이가 되기까지 35년 6개월 간 근무하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만 세 번을 근무한 ‘조사전문가’ 인 김익태 전 은평세무서장의 공평에 대한 지론이다. 

오랫동안 조사분야에서 탈세제보를 받고 조사대상자를 선정하고 또 직접 조사를 지휘해 온 김익태 전 서장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꼽은 것은  ‘균형감각’이었다.

국세공무원으로 마지막 근무일인 지난 10월 30일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흔한 명예퇴임식도 생략한 채 오랜 공직생활에서 명예롭게 퇴직한 김익태 전 은평세무서장. 

경기도 고양세무서 인근에서 지금까지 몸담았던 국세청과 또 고객이 될 납세자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할 세무사로서 새출발 준비에 분주한 김 전 서장을 만났다. 

35년 6개월 동안 한결같은 국세공무원으로 살아온 김 전 서장은 본인의 전문성을 ‘조사’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김 전 서장은 국세공무원으로 재직시절 ‘기업의 저승사자’라고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세 번이나 거쳤 뿐 아니라 조사3국 조사팀장과 조사1국 조사2과장, 또 인천국세청의 전신인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 징세송무팀장을 역임했다.  세무서장이 아닐 때에는 늘 조사국 소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국세공무원으로서 평소 갖고 있었던 지론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은평세무서장 시절 집무 모습
은평세무서장 시절 집무 모습

제 모토는 세 가지입니다. 

우선 국세공무원 이전에 대한민국 국가공무원이니까 바르고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다움에 국세공무원으로서 중요한 것이 ‘균형감각’ 입니다. 공평하려면 균형감이 있어야 합니다. 

1000원을 탈루한 사람은 1000원에 맞게, 100원을 탈루한 사람은 100원에 맞게 하는 것이 ‘균형감’ 입니다. 

중한 것은 중하게 다루고, 경한 것은 경하게 다루는 것이 실질적인 공평인 것이죠. 

영세한 납세자의 작은 탈세를 조사하면서 대재산가의 대규모 탈세처럼 조사하는 것은 과하다는 얘깁니다. 

마지막으로는 국세청은 실력으로 먹고 사는 조직이라는 것입니다. 실력이 없으면 세무조사든, 납세자에 대한 세정지원이든 할 수가 없습니다. 실력은 끊임없이 공부하고 찾아서 터득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조사하고 과세하는 입장에서는 하나하나 의사결정할 때 마다 예규와 판례를 찾아서 과세요건에 대한 치밀한 검토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납세자에게도, 또 직원에게도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실력입니다.

 

▶ 이력중 조사국 시절을 빼고 얘기할 수가 없습니다.  조사국 시절 이야기를 좀 해 주십시오.

6급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근무할 때에는 행정업무를 맡았었습니다. 조사업무는 아니었었죠. 지난 2004년에서 2006년 경인데, 당시에는 조사관리과가 없을 때라 조사1과가 서무역할을 할 땝니다. 당시에 국정감사 준비와 인사, 교육 등 행정업무를 했습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장 비서로 발탁돼 근무하다가 사무관으로 특별승진했으며 고양세무서 조사과장으로 나갔습니다. 

이후에 다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 옮겨 2009년 부터는 2과에서 조사팀장으로 심층조사업무를 했습니다. 

이후에 국세청 법무심사국 심사2과에서 심사과에서 불복업무를 맡았습니다. . 

당시 사무관이니까 주로 심리업무를 했는데, 국세에 관한 과세전 적부심사 및 심사청구 심리를 담당했었습니다. 

납세자 입장과 과세관청 입장이 상충되는 경우 납세자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는 자료들을 구비해서 위원회에 상정하는 업무를 했습니다. 

2011년 11월 서기관으로 승진한 이후 조사4국 조사관리과로 이동해 탈세제보와 정보 등을 분석해 탈세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조사실익이 있는지 자료를 만들어 조사부서에 인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2012년 7월부터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에서 상속·증여세와 자금출처조사, 주식변동조사와 100대 법인 이외 법인들의 주식변동조사를 총괄하고 특수관계인 등 조사대상자 선정 업무를 했습니다. 

대재산가들이 기업자금을 유출해 자녀에게 증여하고, 특수관계인간 주식 이동 등을 분석해 조사하는 일은 업무난도가 매우 높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입니다. 

국세공무원으로서 사명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주식변동과 관련해서는 빈도도 봐야하고, 시가가 적정한지도 판단해야 합니다. 시가가 과세표준이기 때문입니다. 

신고없이 증여한 사람이 있는지도 살펴야 하고, 조사 대상을 선정하는데,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세금 때문에 억울한 사람이 없어야 하니까 사명감이 없으면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 일각에서는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정치적 목적인 경우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근무하다 보니까 정치적 세무조사를 한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비정기 세무조사의 많은 부분이 탈세제보를 접수해 착수되는 경우가 많은데, ‘제보’의 특성상 정권이 바뀌면 탈세제보가 많이 들어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국 과거에 탈루했던 것이 정권이 바뀐 이후에 제보가 접수돼 이제 드러났을 뿐입니다.

경찰이 112에 접수된 신고를 처리하듯이, 국세청도 탈세제보가 접수되면 제보처리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하고 제보인에게 처리결과를 통보하도록 돼 있습니다. 

특정시기에 탈세제보가 다수 접수됐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으며,  조사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탈루여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지, 정치적 고려를 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국세공무원을 종합경제인으로 봅니다. 경제활동에는 세금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세원의 종류에 따라 과세요건을 검토해 과세를 하는 숫자를 다루는 사람들이며 정치적으로는 엄정중립입니다. 

탈세제보를 해 놓고, 이를 조사하는 국세청에 정치적 세무조사라고 하니 실무를 담당한 공무원으로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 남들은 두 세 번 하기도 힘든 세무서장을 다섯 번이나 지내셨습니다. 

납세자를 위한 세정을 펼친 김익태 전 서장은 지난 2016년 삼성세무서장 재임 때삼성세무서 세정협의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납세자를 위한 세정을 펼친 김익태 전 서장은 지난 2016년 삼성세무서장 재임 때삼성세무서 세정협의회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지난 2013년 서광주세무서에 초임서장으로 부임한 이후 동고양세무서 개청준비단장을 맡아 2014년 동고양세무서장에 취임했습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2과장으로 근무하다가 2015년에는 삼성세무서장에 2016년에는 고양세무서장에 부임해 근무했습니다. 인천지방국세청의 전신인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 징세송무팀장으로 근무한 이후 올해 은평세무서장에 부임했습니다. 

특히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은평세무서는 서부세무서였다가 1999년 통폐합된 후 지난해 다시 은평세무서로 개청한 각별한 곳입니다. 서장으로 근무하면서 “은평세무서는 납세자편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서장과 직원이 함께 노력했습니다.  

서장시절 납세자에게 친절한 세정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과세결정에 “바르게 했는가” “균형감 있게 했는가” “납세자도 억울하지 않고 직원신상에 문제가 없게 과세했는가” 이렇게 세 가지를 항상 확인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은평세무서의 경우 불복률도 높지 않고, 불복사건의 인용률도 평균수준 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그리고 세금을 체납해 재산이 압류된 사람이라도 재산이 압류된 지 4년이 지나면 꼭 체크하도록 해 압류 실익이 없으면 해제하는 작업들을 차근차근해왔습니다. 

압류 때문에 사정이 어려운 체납자가 경제적으로 활동하는데 제약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십대 초반 입사초기만 해도 선배 공무원들에게 세무서장은 참 되기 어려운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세무서장을 다섯 번 하고, 특히 삼성과 은평 등 서울에서 세무서장을 역임한 것은 ‘복’이라고 생각하며, 항상 납세자 편에서 세정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 국세공무원으로서 보람있었던 점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김익태 전 서장은 따뜻한 리더십으로 지난 2015년 서울지방국세청 직원들이직접 투표로 뽑은 '닮고싶은 관리자상'을 받았다.
김익태 전 서장은 따뜻한 리더십으로 지난 2015년 서울지방국세청 직원들이
직접 투표로 뽑은 '닮고싶은 관리자상'을 받았다.

국세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매순간 보람을 느꼈습니다. 업무는 난도가 높고 너무 힘들었습니다. 

특히 조사는 매우 어려운 분야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과정을 통해 국가를 유지하는 세 가지 요소인 국방·치안·재정 중  ‘재정조달’ 임무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면서 일했습니다. 

재정의 뒷받침이 있어야 국방이나 치안도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국세청맨으로 살아온 35년동안이 정말 보람있는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특히 세무조사 후 과세할 때 예규와 판례를 찾아 과세요건에 맞게 과세하도록 강조해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속한 조직이 처리한 과세는 불복률이 높지 않았다는 점도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불합리한 부분을 관리자가 되면서 개선해 왔지만,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한계로 치부하지 않고 직원들에게 각자 소관 업무에서 정의가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의 기준이 다를 수는 있지만 스스로가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누가 공정하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예를 들어 조사대상자를 선정할 때 이름이나 성별 정보를 가리고 신고내용만 정리해서 작업을 하다 보면 객관적으로 선정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같은 방식으로 편견과 사감을 없애고 순수하게 공적영역에서 공정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가 이에 소홀함 없게 해 달라고 부탁한 거죠. 

2만명 국세공무원이 누가 작업해도 같은 답이 나와야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직원과 이같은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 명예퇴임식을 생략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35년 전 8급으로 국세청에 첫 출근할 때 라면상자 세 개를 들고 출근했습니다. 그 때 초심으로 직원들에게 부담주지 않고 조용히 내려가고 싶습니다. 대신에 사내 인트라넷에 직원들에게 하직인사를 띄웠습니다. 어린 시절 명예를 택하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평생 국세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큰 명예를 누리고 명예롭게 퇴직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마지막 근무를 하는 날 은평세무서 직원들이 저를 위해 깜짝 이벤트를 해 줬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불을 끄고 “퇴임을 축하합니다”하면서 케익을 전해 주더군요. 

화려한 퇴임식을 하지 않았지만 직원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국세공무원 생활을 잘 해 왔구나 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퇴임 때 축하케익을 받은 사람은 별로 많이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3회독 한 흔적이 있는 김익태 전 서장의 〈채근담〉.  〈채근담〉은 김익태 전 서장이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청렴한 생활을 하면서 인격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저자가 인생의 온갖고생을 맛본 체험에서 우러난 주옥같은 글귀들이 담긴 책이다. 김 전 서장은 곁에 채근담을 두고 거듭 읽고 있다.
3회독 한 흔적이 있는 김익태 전 서장의 〈채근담〉.
〈채근담〉은 김익태 전 서장이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청렴한 생활을 하면서 인격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저자가 인생의 온갖고생을 맛본 체험에서 우러난
주옥같은 글귀들이 담겨 있다.
김 전 서장은 곁에 채근담을 두고 거듭 읽고 있다.

김익태 전 은평세무서장은 따뜻한 리더십으로 부임지마다 직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조사2과장을 지낼 땐 직원들의 투표로 ‘닮고싶은 관리자像’ 에 선정되기도 했다. 

‘닮고싶은 관리자像’은 과장급 리더를 대상으로 직원들의 투표해 그 해 한 사람만 뽑히는 의미있는 상이다. 

김익태 전 은평세무서장은 12월 5일 경기 고양시 장항동 마이다스 빌딩 5층에 세무회계사무실을 개업한다. 고양세무서 인근이다.
 


〈김익태 서장 주요 약력〉

▶서울지방국세청 직세국 소득세과(현 성실납세지원국 개인납세2과)(1997~2000)

서울시 관내 개인사업자 종합소득세 조사대상자 선정 및 일선세무서 조사집행관리 총괄 담당

서울시 관내 면세사업자 신고관리 총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국총괄 서무 (2004-2006)

국정감사인사·성과평가·세정혁신 총괄

 

▶국세청 법무심사국 심사2과 (2008)

국세에 관한 과세전 적부심사 및 심사청구 심리담당 사무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2과 (2009~2011)

법인에 대한 심층 세무조사 담당

개인에 대한 심층 세무조사 담당

법인세 조사, 상속증여 자금출처 주식변동조사 개인사업자 심층세무조사 집행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관리과 (2012)

탈세제보 및 탈세정보 분석 및 조사대상자 선정 총괄담당 서기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 조사관리과(2015)

서울시 관내 상속세, 증여세 자금출처 조사 및 주식변동 조사 대상자 분석 및 선정, 세무서 집행관리 총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2과장 (2015)

대기업 정기 세무조사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 (인천) 징세송무팀장 (2018)

고액체납자 재산추적 및 국세에 관한 국가소송업무 수행 과장

 

▶세무서장

서광주(2013), 동고양(2014), 삼성(2016), 고양(2017), 은평(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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