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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횡령 돈 돌려줬으니 세금도 돌려주시게”
서울고법, “횡령 돈 돌려줬으니 세금도 돌려주시게”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1.29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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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모그룹 유대균씨 손들어줘…“후발적 경정청구 인정돼”
- "원고 유대균측, 형량 낮추려 혐의금액 법원에 공탁했다"
- 서초세무서 “소송은 서울국세청이”…서울청 “상고 고민중”

그룹 총수가 계열사로부터 실제 가치가 없는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주기적으로 돈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받은 돈을 계열사에 반환, 위법한 소득의 원인 자체가 사라져 해당 세금도 돌려받게 됐다.

법원은 뇌물이나 횡령 등을 저지른 납세자가 해당 위법소득을 몰수·추징당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해 위법 소득에 대한 세금 납부 의무를 면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9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지난 28일 고(故)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가 서울 서초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2020누38258)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원고승소 판결했다.

유씨는 실제 가치가 없는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세모그룹 계열사 ‘천해지’로부터 13억여원을, 청해진해운으로부터 35억여원, 다판다로부터 20억여원을 각각 받아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유씨는 2015년 9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서울지방국세청 예하 서초세무서는 유씨와 세모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그룹 계열사들이 유씨에게 지급한 상표권 사용료를 유씨의 소득으로 봐 2017년 9월 총 11억3000여만원의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그런데 유씨는 2015년 형사재판을 받는 동안 천해지에 13억여원, 청해진해운에 35억여원을 반환했다. 하지만 서초세무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세금을 부과, 유씨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씨가 돈을 돌려준 뒤 위법소득의 원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된다고 봤다.

‘후발적 경정청구’는 말 그대로 납세자가 낼 세금보다 더 낸 것이 확인돼 더 낸 세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기한을 넘겼을 때도 청구권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경정청구기한을 넘긴 경우에도 세금의 기초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소송 등을 통해 달라진 것으로 확정되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것.

재판부는 “헌법상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정신에 비춰볼 때, 후발적 사유 발생으로 과세의 기초가 해소됐다면 결과적으로 조세채무가 실체적으로 존재하지 않게 된다”고 판결이유를 밝혔다.

또 “대법원도 뇌물 등 위법소득에 대해 몰수·추징이 이뤄진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납세자가 후발적 경정청구로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시했다”면서 “위법소득에 내재된 경제적 이익의 상실가능성이 현실화, 일단 성립했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상실하게 된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뇌물 등으로 인한 위법소득에 대해 몰수·추징이 이루어지는 경우’와 ‘횡령 등으로 인한 위법소득 상당의 이익이 정당한 권리자에게 반환되는 경우’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 서초세무서장이 횡령 범죄에 대한 실질적 제재 효과 감소 등을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과잉금지원칙,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될 위험성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반환금으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발생했음에도 세무서는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 사건 처분을 해 해당 부분은 위법하다”면서 “정당세액을 산출할 자료가 부족하므로 이 사건 처분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본지 확인 결과 고법 판결이 났지만 서초세무서는 29일 현재 판결 소식을 모르고 있었다. 유대균씨가 서초세무서 관내 거주자이긴 하지만, 소송은 전적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징세송무국이 진행하기 때문.

서울국세청 신상모 송무1과장(변호사)은 29일 본지 통화에서 “원고 유대균이 가치 없는 상표권 대가를 계열사로부터 받았지만 형량을 낮추기 위해 돌려주겠다는 취지로 혐의 금액을 법원에 공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결문을 아직 공식 접수하지 못한 상태로, 판결문을 검토한 뒤 대법원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국세청이 상고를 한다면 판결문을 공식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해야 한다.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아들 유대균씨 / 사진=연합뉴스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아들 유대균씨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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