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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유세 급증했다면 거래세 인하로 퇴로를 열어라
[칼럼] 보유세 급증했다면 거래세 인하로 퇴로를 열어라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1.04.0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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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정부가 아파트 등 전국 1420만 5000가구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9.08% 올린다고 발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따른 것이라지만 2007년(22.7%)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이에 따라 올해 종합부동산세 부담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상(공시가격 9억원 초과, 1가구 1주택 기준) 주택도 52만 4620가구로 지난해(30만 9361가구)보다 70%가량 늘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갑자기 종합부동산세를 연간 수백만 원 더 내야 한다면 소득 없는 은퇴자는 물론, 일반 중산층도 큰 타격이다.

그렇다고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으니 집을 팔기도 어렵다. 소득세법에 따르면 1주택자도 집값 9억원이 넘으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2주택자는 최고 55%, 3주택자는 최고 65%의 양도소득세를 물어야 한다. 올해 6월부터는 2주택자 이상은 양도세율이 10%씩 더 오른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택 매도의 실익이 없다. 매도 대신 증여를 택하거나 여건이 변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집 가진 국민은 두 개의 세금 폭탄 사이에 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런 세금 구조는 국민 모두를 패배자로 만들 수 있다. 집주인들은 보유세(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게 될 것이다. 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계약갱신청구권 인정기간이 끝나는 순간 전월세 가격을 크게 올리려 할 것이다. 결국은 보유세 인상이 세입자 고통을 키우게 된다.

물론 정부는 당장 종합부동산세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에 나름대로 대책을 내놓았다. 60세 이상(20%), 보유 기간 5년 이상(20%) 등에게 최대 80%까지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해당하지 않는 50대 중반 은퇴자 등의 세금은 늘어난다. 세법상 종합부동산세 증가분은 전년도의 50% 이내라 하더라도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더군다나 다주택자는 공제혜택을 받을 수 없고, 3주택 이상 보유자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세율이 최대 6%, 세금 증가분은 전년도의 최대 200% 까지니 세금폭탄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난마와 같은 부동산정책을 해결하는 묘수는 간단하지 않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시장에 맡겨 두는 것이지만, 제한된 자원과 국민 정서상 그렇게 할 수도 없다. 결국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할 수밖에 없고, 그 수단은 공급·세제·금융이 된다. 이런 수단의 비중과 완급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은 지나치게 시장을 무시한 강공 일변도다. 공급은 묶었고 돈줄은 죄었으며 거기에 세금은 무겁게 했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 정책이 가시적인 효과가 없자 뒤늦게 공급 정책에도 눈을 돌리는 것 같다. 진작 검토했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조하면서도 택지 확보가 쉽지 않고 대규모 주택신축 단지 조성에 소요되는 시간 등은 딜레마다.

차선책으로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늘려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도록 하려는 정책방향은 옳다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보유세 폭탄을 피해 집을 팔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려 해도 이미 그 지역의 집값도 천정부지로 뛰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양도소득세나 취득세 등 거래세도 투기지역 등에서는 상당히 높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크게보면 부동산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라고 지난해 1월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0 신년기자회견’에서 부동산정책 관련 질의를 받고 답변했다. 또 올해 연초 홍남기 부총리도 TV 방송에 나와 “집을 세 채, 네 채 소유하고 있는 분들이 매물을 내놓게 하는 것도 중요한 공급 정책”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시장에서는 즉각 ‘양도세 중과를 일시적으로 완화해주거나 6월로 예정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인상을 유예해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아 시세차익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매물을 더 많이 내놓을 수 있을 거라는 논리다. 하지만 기재부가 홍 부총리 발언 반나절 만에 이를 부인하는 해명 자료를 냈다.


여당에서도 양도세 완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양도세 중과시점을 6개월이든 1년이든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것”이라며 “이렇게 유예기간을 둬서 다주택자들이 확실히 매물을 내놓게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당정은 거래세 완화를 하지 않기로 했다. 양도세를 완화하면 투기를 부추기고, 시장에 “버티면 된다”는 신호를 줘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시장을 만만하게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이처럼 양도세 완화론이 자주 등장하는 배경에는 현 양도세 수준이 과도하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2017년 8·2대책에서 1주택자라도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2년 이상 거주해야 양도세를 비과세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기존에는 2년 이상 보유하기만 하면 비과세였었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처분할 때는 기존 세율에 최대 20%포인트를 중과해 최대 62%까지 양도차익을 세금으로 거둬들일 수 있도록 했다. 2018년 9·13대책에서는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에 대해 2년 이상 거주해야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저금리 상황에서 불어난 유동성을 바탕으로 거래가 급감한 상황에서도 일부 아파트가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하자 시장이 또 움직였다. 결국에 2019년 12·16대책에서는 시세 9억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기존 수준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으려면 보유기간만큼 실제 거주도 해야 한다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거기에 지난해 7·10대책에서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매매할 때 매기는 중과세율을 다시 10%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양도세 기본 세율을 현재 최대 42%에서 45%로 높여 올해 6월부터는 최대 75%까지 양도세율이 높아진다.


양도세 강화는 ‘거래 급감’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대출을 조이고 양도세까지 강화하자 시장은 얼어붙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매매 거래 현황을 보면 2016년 12만2606건이던 서울의 거래량은 매년 줄어서 2019년 7만1734건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해 어느 정도 회복은 됐으나 여전히 몇 년 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전체 거래에서 증여 비중이 대폭 늘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7년만 해도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증여 비중은 4.5%에 그쳤으나 2020년 14.2%로 늘어났다. 양도세율이 1년치 보유세의 5~10배 수준이니 양도세를 내가며 굳이 자산을 처분하느니 5~10년 더 버티겠다는 사람이 많은 이유다.


양도세 부담을 강화하는 정부 정책 기조는 집값을 잡는 데도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올해 6월부터 10% 더 추가되고 차익 10억 이상일 때 세율이 45%까지 적용되니 최대 75%까지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3주택자가 전세를 주고 있는 집을 매도할 때 매매대금에서 전세자금 빼준 뒤 돈을 더 얹어야 세금을 낼 수 있는 그런 경우도 있을 텐데 과연 내 돈을 보태서 다주택을 정리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과거 부동산 세제의 맹점이 보유세와 거래세가 모두 낮아 주택 보유에 따른 소득을 지나치게 많이 허용해준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미 세율 인상,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보유세가 대폭 높아져 점점 견디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견디기 힘든 집 주인들이 집을 팔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3주택 이상자가 한 채씩만 내놔도 48만7000여 채가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올해 서울 입주 예정 물량(6만8000가구)의 약 8배다. 막대한 예산과 신축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 신도시 개발 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양도소득세 뿐만 아니라 1주택자 기준 최고 3%인 취득세도 인하해야 한다. 그래야 집을 사고파는 시장 기능이 원활해진다. 고율의 보유세와 거래세를 동시에 부과하는 것은 집을 국가에 헌납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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