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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의 정상화를 기대하며
부동산 세제의 정상화를 기대하며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1.04.1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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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지난 4월 7일 치러진 재보궐선거는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각 당의 유불리를 떠나 선거결과는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는데 큰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집권여당이나 승리한 야당이나 각각 패인과 승인이 무엇인지 분석하고 향후 전략을 마련할 것이지만, 집권여당의 후보자가 압도적인 표차이로 선거에 패배한 이면에는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나온 언론기사에서 “이번 선거가 이른바 ‘부동산 민심’이 투영된 결과로 받아들여지면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공공 위주나 다주택자의 세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계속 고집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현 정부 들어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명목 하에 스무 차례가 넘는 부동산대책을 쏟아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대책발표가 나올 때마다 오히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가격은 폭등에 폭등을 거듭했다. 아직 전반적인 국정파악도 되지 않았을 새정부 출범 후 불과 몇 달이 지난 때부터 굵직한 부동산대책들을 내놓기 시작했고, 대책발표 후 주택시장이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다보니 연달아 설익은 대책들을 내놓으면서 세법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 제도는 갈수록 복잡해지고 일관성 조차 없어서 세금폭탄을 맞는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양도소득세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세제가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세무공무원뿐만 아니라 조세전문가인 세무사 조차도 세법을 제대로 해석하고 적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자조가 쏟아지기도 했을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 3월 국세청과 행정자치부는 주택 관련 세금에 대한 납세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주택과 세금’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시중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이 책이 단숨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국세청에서 밝힌 이 책의 발간취지를 보면, 주택의 취득부터 보유, 임대, 양도 및 상속·증여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관련 세금을 정리해 납세자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다고 하는데, 이 책에 관심을 가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여러 가지 세금 중에서 그동안 1년에도 몇 번씩 바뀐 탓에 세법을 찾아봐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양도세 문제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국민의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하고 불로소득을 노리는 부동산투기는 방지해야 하겠지만, 그동안 제대로 된 원인분석 없이 임기응변식의 대책남발은 지양되었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단시간 내에 정책의 효과를 기대했다가 시장의 반응이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오자 1년에도 몇 번씩 더 강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제도들이 도입 되었고, 이런 연유로 현 정부 출범초기에도 언급이 되었던 일반적으로 부동산시장의 거래를 활성화하고 가격은 안정화시키기 위해 보유세는 높이고 취득세나 양도세 등 거래세는 낮춘다는 원칙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지금은 보유주택 수나 조정대상지역 소재 여부 등에 따라 주택을 취득할 때 취득세를 중과하고 있고, 보유단계에서도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대폭인상 되었고,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의 배제와 더불어 기본세율에 가산율을 적용해 중과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지금은 세금 때문에 집을 섣불리 살 수도 팔 수도 없고, 보유하고 있을 수도 없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퇴로가 없는 세제 때문에 매물잠김 현상이 발생해서 단기간에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주택가격이 내려가기도 쉽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보유주택 수에 따라 취득세부터 종합부동산세, 양도세를 모두 중과하다보니 건축한지 오래되어서 좀 허름하기는 하지만 거주가 가능한 집을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헐어버리는 경우도 목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대지가 있어서 집을 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신축으로 인한 보유주택 수 증가로 세금이 중과되는 것이 두려워 주택을 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축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정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마당에 민간에서는 세금 때문에 비록 그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해도 있던 집을 헐어버리거나 집을 지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건축을 하지 않는다니 시쳇말로 ‘웃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는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투기목적 없이 장기간 보유하고 있던 주택에 대해서 조차 중과세하다 보니 세금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경우에도 세금부담 때문에 집 팔기를 망설이고, 그렇다고 보유하고 있자니 종합부동산세가 중과되어 어쩔 수 없이 그 세금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시키려 함으로써 결국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할 것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한다면, 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투기목적이라고 볼 수 없는 이미 수십 년씩 보유하고 있는 주택에 대해서는 비록 다주택자라고 하더라도 장기보유특별공제의 허용과 일반세율에 의한 양도세부과 등의 방안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장기보유특별공제의 경우 물가상승율에 대한 공제라고 할 수 있는데, 제도를 고치면서 수십 년씩 보유한 주택에 대해 일률적으로 장기보유에 대한 공제를 없애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로도 비칠 수 있을 것이다. 유사한 사례로 비사업용 토지 양도의 경우 중과세를 위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없애고 세율로 중과세율로 적용했다가, 2015년 말 세법 개정 시에 세율은 일반세율에 각 세율구간별로 10%p씩 가산율을 적용해 중과세하는 것으로 하되 장기보유특별공제는 허용하는 것으로 변경된 바 있으므로 참고할만할 것이다.


이번 재보궐선거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부동산 관련 세제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었지만, 이번 재보궐선거에서의 집권여당의 참패라는 선거결과를 계기로 정부의 부동산정책과 관련 세제 전반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마침 재보궐선거 다음 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4·7 재·보궐선거 이후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이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86%에 달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재보궐선거일 전인 지난 3월 31일 “정부 여당은 주거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정책을 세밀히 만들지 못했다. 무한 책임을 느끼며 사죄 드린다”고 말함으로써 사실상 현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했음을 자인했다.

정말 반성한다면 앞으로 부동산정책을 포함한 정부의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함에 있어서는 관련 전문가를 활용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조급하게 번갯불에 콩 볶아먹기 식의 섣부른 대책을 남발해서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국민들만 힘들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아무리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취지라고 해도 취득세와 보유세, 양도세를 모두 중과하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해놓은 상태에서 부동산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리라고 기대하는 것부터가 넌센스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제라도 비정상적인 부동산 세제를 정상화시켜 퇴로를 열어주면서 주택가격도 안정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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