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지적재산권 사용료...기간 안분해 손금산입, 부가세 매출누락 통보”
회사, “사용료소득 15% 법인세 원천징수...용역공급 없는 손해배상금 해당”
영업비밀 유출에 따른 합의금을 '지적재산 사용료'로 판단해 용역의 공급대가로 부가가치세를 부과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2일 A 사가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소송(2021구합60304)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실리콘제품의 제조, 판매 등을 하는 A사는 미국에 본점을 두고 있는 B사의 자회사다. B사는 그곳에서 15년 간 근무하다가 퇴사한 후 C사 실리콘영업부 부장으로 영입된 D씨가 B사 서버에 저장된 주요 자료 파일들을 임의로 반출하면서 C사와 실리콘 제품 제조 관련 영업비밀 등 침해 관련 분쟁을 겪게 됐다.
이 과정에서 A사와 B사는 C사에 지적재산 침해 등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요구했고, 수차례 협상 과정을 거쳐 전직 직원 채용 및 영업비밀 등 침해와 관련한 C사와 임직원의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면책하고 그 대가로C사는 A사와 B사에 각 1700만 달러 씩 총 34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C사는 2015년 4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A사에게 4회에 걸쳐 해당 금액을 지급했고, 이를 ‘지급수수료(기술자문료)’로 회계처리한 후 사용료소득으로 15%의 법인세를 원천징수했다.
한편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 C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는데 해당 합의금은 지적재산 사용에 따른 사용료에 해당해 지적재산 사용기간에 안분해 손금산입 하도록 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C사의 관할세무서에 통보하면서 역삼세무서에도 부가가치세 매출누락 자료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역삼세무서는 해당 합의금이 A사의 사용료 매출 누락임을 전제로 2020년 6월과 8월 A사에 부가가치세 합계 30억여 원을 부과했다.
이 처분에 불복한 A사는 같은 해 9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기각결정을 받자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부가가치세법 제4조 제1호는 부가가치세의 과세대상을 사업자가 행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으로 규정하고, 손해배상금이나 위약금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대가가 아니어서 부가가치세의 과세표준에 포함될 수 없다”며 “해당 합의금은 C사의 지적재산 침해라는 위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일 뿐 용역의 공급에 대한 대가로 볼 수 없어 역삼세무서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해당 합의금은 지적재산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성격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단순히 지적재산에 대한 장래의 사용료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만일 합의서가 ‘지적재산 사용료’에 관한 것이었다면 그 전문에 당사자 사이의 분쟁 존재 사실과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등을 피하기 위한 취지가 기재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합의금은 실제 합의 이전에 발생한 영업비밀 등 침해 행위로부터 C사와 그 임직원을 면책하기 위해 지급된 돈”이라며 “‘용역의 공급대가’라는 전제에서 이뤄진 역삼세무서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