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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이현령 비현령 세금 실화
[국세 칼럼] 이현령 비현령 세금 실화
  • 김진웅 세무사
  • 승인 2023.10.06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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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의금도 과세소득일까?

갑은 황당한 일을 당했다. 저녁 모임이 끝나고 귀가하는 길에 거리에서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하고 신원이 확인된 취객은 다음 날 술이 깨어 연락이 왔다. 그는 폭행에 대해 사과하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선처를 구하며 그 대가로 합의금을 제시했다. 사실 단순 폭행은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면 처벌을 받지 않는다.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크게 다친 건 아니고 합의금이 후해서 문제를 삼지 않기로 하였다. 문제는 이 걸 과세소득으로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가 였다.

과연 이 합의금은 과세소득일까? 이자, 배당, 사업, 근로소득은 분명 아니고 혹시 인적용역소득? 돈이 많아 남을 때리고 싶어하는 분에게 맞아주는 역무를 제공한 용역대가? 그렇다. 돈 많은 회사 사장이 노조원을 불러다 야구 방망이로 실컷 패고는 한 대에 300만원씩 계산하여 거액의 대가를 준 유명한 실화가 있다. 누리꾼들의 넘쳐나는 분노 댓글에도 불구하고 그 사장님은 집행유예로 유유히 빠져 나갔다. 판결문에 적시한 집행유예의 이유 중에는 거액의 합의금을 참작하였다는 것이다. 돈을 주면 야구방망이로 사람을 패도 실형을 살지 않는다는 판결에 많은 야유와 비난이 있었다.

그렇다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데 그 거액의 합의금은 어찌되었을까? 당시 누리꾼들은 야구 방망이 맷값의 시가가 300만원이라는 점과 돈을 주면 형사처벌을 면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판결이 이러하니 이 정도면 매 맞는 역무(용역)가 존재한다고 인정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 맷값을 인적용역소득으로 과세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건 왠지 상식에 부합하는 과세가 아닌 느낌이 든다? 하지만 거액이라는데 과세해야 하지는 않을까? 전문적 역무도 아니고 일회성 소득이므로 혹시 기타소득에서 과세가능성을 찾아야 할까? 오! 다행히도 기타소득에 사례금 조항이 있다. 야구 방망이까지 동원한 특수폭행인데도 합의금을 주면 실형을 면한다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런 땐 사례금이 딱이다. 이런 논리라면 맷값도 버젓하게 과세할 수 있을 법하다.

 

# 이현령 비현령인 사례금

이렇듯 형사분쟁 시 합의금을 사례금으로 보기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현실은 합의금(화해금)을 사례금으로 보고 과세를 시도한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즉 해고된 근로자가 고용주를 상대로 ‘해고는 너무하다’고 다툰 분쟁의 경우가 그렇다. 분쟁 과정에서 양자가 적당한 선에서 분쟁을 종식하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주고 받는 것을 사례금으로 과세한 경우다. 

논리는 간단하다. 근로자가 해고분쟁을 종식시켜주어 “감사하다고 준 금원”이라는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 본 것이다. 그러나 해고된 노동자에게는 감사할 일이 결코 아니라 직장을 앗아간 재앙의 대가일 뿐이다.

해고 분쟁은 첫째,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가 분쟁을 한다는 점에서 폭행 분쟁과 같다. 둘째, 폭행 피해자처럼 근로자 역시 해고라는 치명적 피해를 당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정년까지 근무하며 한 세대를 부양해야 하는데 해고당하는 것은 어찌 보면 1회적 폭행보다 더 치명적이다. 한 가정이 풍비박산나기 때문이다. 셋째, 분쟁 과정에서 화해(합의)에 이르면 원인제공자가 원인 행위에 대하여 합의금을 내놓는 점도 같다. 고용분쟁에서 통상 고용주는 갑이다. 해고된 근로자는 을이다. 정년까지 다니는 것이 을에게는 이득이다. 그러나 갑이 우위이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해고에 합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받는 이가 울며 받는 합의금을 우리는 과연 사례금이라 부를 수 있을까?

법은 법이다. 법 조문에 혹시 사례금이 무엇인지 정의가 있을까? 소득세법 어디에도 사례금의 정의는 없다. 사례금은 정의를 할 정도로 비일상적인 단어가 아닐뿐더러 입법 당시 상식에 준하여 해석하면 될 일이니 굳이 정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경우 법 해석은 문리해석(文理解釋)이 원칙이다. 즉 문언(文言) 그대로 해석하면 되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정의에 따르면 사례금은 “사례의 뜻으로 주는 돈”이며 사례는 “언행이나 선물 따위로 상대에게 고마운 뜻을 나타냄”을 뜻한다. 그 예로서 “주택알선업자에게 사례금을 지불하다”라는 예문을 들고 있다.

 

# 문리해석이 원칙이다.

형사사건의 경우 통상 합의금은 재판부에 집행유예를 구하기 위해 형식을 갖추기 위한 일종의 법률비용이라고 보는 것이 현실에 부합한다. 가해자는 폭행하며 맷값이라고 했으나 맷값은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거래(법률행위)라서 무효인 법률행위다.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규정하고 있다. 폭행은 반사회적이어서 때려서는 아니되고 맞아주면 감사해야 할 일도 아니니 사례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할 수가 없다. 형법에서도 폭행은 처벌해야 하는 죄이지 서로 감사해야 할 행위는 아니다. 굳이 금원이 오고 갔다면 그 실질은 실형을 피해가려는 일종의 뇌물이다. 그러나 피해자는 공직자가 아니므로 뇌물로 보기도 어렵다. 남는 가능성은 피해자에 대한 피해 합의금, 보상금, 배상금 혹은 위자료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사례금은 아니다. 물론 해고 당한 근로자의 경우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소득세법 제21조(기타소득) 제1항 제10호에서 ‘위약금이나 배상금’을 열거하고 있긴 하나 이는 전제가 ‘계약의 위약 또는 해약으로 인하여 받는 소득’이어야 하는 것으로 이는 재산권에 관한 계약을 말하는 것이지 폭행 계약은 아예 무효인 법률행위이므로 해당될 수가 없다. 해고분쟁 역시 계약의 위약이나 해약의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소득세법은 열거주의다. 열거된 소득이 아니면 세금을 부과해서는 아니된다. 폭행 합의금은 열거된 기타소득 중 뇌물, 일시적 인적용역, 위약금, 배상금, 사례금 그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사료된다. 그 근거는 합의금(화해금)은 소득세법상 열거된 어느 소득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판례 두 건이 있기 때문이다.

 

# 최근 대법원 입장

해고 분쟁과 관련해 회사가 해고된 근로자에게 지급한 합의금(혹은 화해금)이 과연 사례금인지에 대한 가장 근자에 나온 대법원 입장은 명쾌하다. 합의금(혹은 화해금)은 사례금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소득세법 어디에도 열거되어 있는 소득이 아니라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판결 2022.3.31. 선고 2018다286390 및 대법원 판결 2022.3.31. 선고 2018다237237).

대법원은 동일자 두 건의 서로 다른 회사가 해고된 근로자와 벌인 해고분쟁에 관한 판결에서 소득세법상 화해금(합의금)은 열거된 과세소득이 아니므로 사례금으로 과세한 것은 잘못이라는 판결을 했다. 

법원은 세 가지 측면을 조명했는데 첫째, 어느 개인에게 발생한 소득이 소득세법에 열거된 소득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소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는지 여부.  둘째, 어느 소득이 소득세 과세대상인지 다투어지는 경우, 과세를 주장하는 자가 해당 소득이 소득세법에 열거된 특정 과세대상 소득에 해당한다는 점까지 주장·증명해야 하는지 여부. 셋째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에서 기타소득의 하나로 정한 ‘사례금’의 의미 는 무엇인지 등이었다. 

대법원의 결론은 해고된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징계해고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진행하던 중 회사는 해고된 근로자에게 화해금을 지급하되 나머지 청구를 모두 포기한다는 내용의 화해가 이루어진 경우 그 화해금은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에서 과세대상인 기타소득의 ‘사례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회사는 화해금을 지급하고 대신 해고된 근로자는 더 이상의 청구를 모두 포기한다는 취지의 화해를 한 경우에 그 화해금은 사례금(기타소득)이 아니라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대법원은 소득세법은 과세대상 소득을 그 원천 또는 성격에 따라 구분해 열거하고 있으므로 소득세법이 열거하지 않은 소득은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가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한 ‘사례금’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해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한다고 정의를 재확인했다. 그와 동시에 해고분쟁 화해금은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에서 과세대상인 기타소득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사례금의 정의를 재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큰 바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해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이라는 정의가 그 것이다. 해고된 근로자 입장에서는 회사에 일정한 사무를 처리하거나 역무를 제공해야 하는데 해고 당한 것이나 해고를 다투는 분쟁과 분쟁의 종결은 사무처리나 역무의 제공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실 사례란 우호적인 사이에 감사의 뜻으로 오고가는 금품이지 일방이 해고를 하고 이에 상대는 이의를 제기하는 분쟁을 하면서 회사가 어쩔 수 없이 내놓는 금품에까지 감사의 뜻을 전하는 사례금이라고 주장할 일은 아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법 해석의 기본인 문리해석원칙에도 부합하지만 분쟁 현실에서 오고가는 울며 겨자먹기식 화해금에는 더욱 부합한다. 모쪼록 향후에는 졸지에 직장을 잃고 회사를 상대로 해고를 다투는 어려운 처지의 해고 근로자들에게 을이라서 직장을 잃으면서 받은 어정쩡한 합의금(화해금)에 사례금이라는 논리로 고지서를 날리는 일이 없기를 고대한다.

김진웅 세무사(본지 논설위원)
김진웅 세무사(본지 논설위원)

 

• (사)한국조세연구포럼 등 다수 학술단체 회원, 감사, 분과위원장, 이사 역임 
• 베르나바이오텍포리아(주) 등 다수 국내외기업 감사 및 사외이사 역임 
•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역임
• 중소기업중앙회 특별위원회 위원 역임 
• 국세공무원 강의 및 명예교수 역임
•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MA, Tax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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