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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인] 김성일 택스케어 회장의 ‘숙명’, 라오스 꿈나무 사랑
[세무인] 김성일 택스케어 회장의 ‘숙명’, 라오스 꿈나무 사랑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3.10.16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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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열악한 교육환경 방치 안 돼’…교실·학용품·운영비 천만 원 이상 16년째 지원
“또 교실확충 1억 요청, 해줘야 하는데 환율이 너무 올라...” 원로 세무사 오늘도 고민 중
김성일 세무법인 택스케어 회장

팔순을 3년 앞둔 김성일 세무사(세무법인 택스케어 회장)가 고민에 빠졌다. 본업인 세무업무 때문이 아니라 16년째 지원해 온 라오스의 능리양초등학교 봉사와 관련해서다.

“얼마 전 라오스에서 방문 요청이 와 갔더니, 교육용 컴퓨터와 함께 교실 3개를 더 지어달라는 거야. 아이들 눈망울을 생각하면 들어줘야 하는데 현지 환율이 너무 많이 올라 고민”이라며 긴 한숨을 토했다.

김성일 회장은 최근 능라초등학교 입학생들에게 가방과 학용품을 전달하고 돌아왔다. 라오스는 더운 절기인 6~8월 3개월 동안 방학을 하고 9월에 입학식, 졸업식은 5월이다.

출국 1개월 전 가방과 학용품을 준비하면서 ‘올해 입학생이 몇 명이냐’ 물었더니 35명이라고 해서 그에 맞춰 가방꾸러미를 준비했는데, 도착해 보니 그 새 46명으로 불어났더라며 난감했던 상황을 토로했다.

“한 두 명도 아니고 어떻게 입학생이 30%씩 차이가 나냐”고 면박을 줬지만 “김 회장님 지원으로 시설 좋다는 소문이 퍼져 인근 지역 학생들까지 몰린 탓”이라는 학교 측 해명에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교육 시설·행정 시스템 열악…학교지원 손 뗄 수 없어

우리로선 상상할 수 없는 학교 행정이지만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라오스 사정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그가 학교 운영 지원에 손을 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추가로 가방꾸러미 11개를 더 만들어 보내줬다고 했다. 꾸러미는 책가방과 함께 1년 정도 쓸 각종 문구류 등 학용품으로 채워진다.

김 회장은 1년에 서너 차례 라오스의 능리양초등학교를 방문한다. 5월 졸업식, 9월 입학식에는 장학금과 학용품 등을 전달하고, 수시로 학교와 교육청에서 부르면(?) 또 가야 한다.

지난 9월 라오스 능라초등학교 입학생과 재학생들에게 학용품 등을 전달한 후 김성일 세무법인 택스케어 회장(가운데 하늘색 복장)이 교사.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서 얘기를 들어보면 울타리를 보수해 달라, 칠판을 바꿔 달아 달라는 등 여러 요청을 한다. 부담이 크지 않은 사안은 즉석에서 들어주는데, 이번 요청 건은 그럴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도 두 가지 숙제를 받아왔는데 예상외로 재정적 부담이 만만찮을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아이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PC 7대를 부탁하더라는 것. 단순히 PC만 사줘서 해결될 일이 아니고 PC용 책걸상에다 별도의 교육장, 컴퓨터 교육을 시킬 교사까지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컴퓨터 구입비와 시설비만 하면 500만원 남짓에 해결되지만 교사 월급에다 교실 확충이 문제라는 얘기다. 1000만 원 이상을 예상했다.

더구나 학교 측과 라오스 교육청은 PC교육장 외에도 늘어난 학생들을 수용할 교실 3개 확충도 요청했다. 사회주의 체제인 라오스는 학교의 시설 확충 등에 항상 교육청이 간섭하고 통제한다고 김 회장은 덧붙인다.

환율 급등, 교실 3개 확충에 1억 가까이…공사비 15년 전 3배

김성일 회장은 “15년 전인 2008년 교실 6개와 화장실, 급수대 등을 지어줄 때 건축비가 8천만 원 남짓 들었는데 지금은 교실 3개 건립에 그 때보다 훨씬 더 많이 들게 생겼다”고 했다.

얼마 전까지 100달러에 라오스 화폐로 160만킵이었는데, 현지 경제가 나빠져 이번에 가보니 100달러에 230만킵으로 뛰었더라는 것. 15년 전 75만킵에 비해서는 무려 3배 이상 환율이 뛰어 폭등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철근, 시멘트 등 공산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라오스의 경제구조 때문에 현지 환율 상승은 교실건립 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건비만 쌀뿐 공산품 가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고 했다.

“15년 전 교실 하나에 1천만 원이 들었는데 지금은 3천만 원 정도 예상돼, 3개면 9천만 원 이상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우선 PC와 컴퓨터 교육장 지원에 치중하고 교실확충 건은 환율 사정이 나아지길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고민하는 이유는 현재도 자신과 아들 김수철 대표가 운영하는 세무법인 택스케어에서 매달 고정적으로 보내는 학교 운영비만 500달러에다 수시 지원 요청 등 연간 1천만원 이상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예상 밖의 거액 지원요청에 난감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9년 택스케어 김수철 대표와 임직원들이 라오스 능라초등학교 봉사를 마친 뒤 교사.학생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김성일 회장(좌측)과 김수철 대표(오른쪽) 등 세무법인 택스케어 임직원들이 능라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가방 등 학용품을 전달한 뒤 교실에서 함께하고 있다.
2008년 능라초등학교 교실 6개와 화장실 등을 새로 지어준 김성일 회장(뒷줄 가운데)이 준공식에서 교사.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6년 전 능라초교 우연한 방문, ‘꿈나무와 함께하라’는 계시

‘지원 요구를 들어주려면 세무법인이 많이 벌어야겠다’는 우스개에 김 회장은 “PC와 컴퓨터교육장, 가르칠 교사 비용은 조만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교실 확충과 관련해서는 “공부할 공간이 부족하다는데 어쩌겠어. 아이들의 해맑은 눈망울을 외면할 용기(?)가 없으면 결국 좀 늦더라도 해줘야 겠지”라고 말을 이었다.

인터뷰 말미에 김 회장은 “16년 전 라오스 여행 때 왜 허물어져가는 그 학교에 차를 세우고 들어갔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곳 꿈나무들과 함께 하라는 계시가 아닐까 생각하며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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