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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무사회 회칙, 회원에만 엄격하고 회직자는 열외인가
[칼럼] 세무사회 회칙, 회원에만 엄격하고 회직자는 열외인가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3.11.06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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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위배 규정 복원하고도 서울회장 보궐선거 안치러…‘당사자가 거취 안 정해서’?
‘궐위 때 60일 이내 보선’ 회칙, 집행부 입맛대로…“이러고도 회원 징계할 수 있겠나”

회칙은 모임(조직)에 참여하는 구성원 간 합의를 통해, 운영에 필요한 규칙을 문서화한 것이다.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 모임에서도 회칙을 어기면 퇴출 등 불이익을 명시하고 있다.

조세전문가 단체인 한국세무사회의 회칙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회원 총의로 만들어진 운영 규범인 세무사회의 회칙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회원에는 매우 엄격한 반면 선출직 등 회직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듯해서다.

한국세무사회 회칙 23조 2항은 ‘회장이 임기 중에 궐위된 때에는 60일 이내에 보선하되 그 임기는 전임자의 잔여 임기로 한다. 다만 잔여 임기가 6월 이내인 때는 보선하지 아니 한다’고 돼 있다.

이는 세무사회장이나 지방세무사회장이 임기 중도에 사퇴하거나 유고의 경우 임기가 6개월 넘게 남아 있으면 반드시 보궐선거로 후임 회장을 뽑아야 한다는 강제 규범이다.

그런데 이런 회칙이 특별한 사정이나 이유도 없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24일 김완일 서울지방세무사회장이 임기를 13개월여 남긴 상황에서 세무사회장 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운 상태였다.

회칙에 따라 당연히 후임 회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실시돼야 했다. 하지만 5개월을 훌쩍 넘긴 오늘까지 한국세무사회나 서울지방세무사회는 보궐선거와 관련해 가타부타 말이 없다. 지난 6월 선거에서 당선된 구재이 회장 집행부는 9월 8일 이사회에서 문제의 ‘지방회운영규정’ 관련 조항을 원래대로 복원하고도 보궐선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구재이 회장의 “회규, 예산, 조직, 활동 등 회무에서 비뚤어지고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을 과감히 도려내겠다”고 한 외침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김완일 전 서울회장 사퇴 후 회칙에 위배되는 규정 개정으로 임채수 부회장(개정 직전 본회 부회장)이 직을 승계했지만 당사자가 사퇴하지 않으면 보궐선거를 치를 수 있겠냐’는 것이 본회 집행부의 입장이란다. 실제 집행부의 한 관계자는 “변칙 규정과 소급입법 등 잘못된 절차로 회장직에 오른 당사자가 거취를 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답답하다”라며 난감한 기색을 드러낸다.

이 회직자의 말대로 전임 원경희 세무사회장은 회칙에 위배되는 보궐선서 폐지 ‘지방회설치운영규정’ 개정을 밀어붙였다.

지난 6월 9일 상임이사회와 이사회를 열고 임원선출 시 회칙을 준용토록 한 지방회규정(제15조 제1항)을 ‘지방회 회장 유고시 남은 기간 관계없이 부회장이 연장자 순으로 승계’하도록 뜯어고쳤다. 회칙 제23조 제2항(궐위 시 보선 규정)을 준용하는 것에서 제외한 것이다. 부칙에도 ‘개정 규정은 2023년 6월 9일 이사회 의결 이후부터 시행한다’고 권한승계 소급 적용례를 달았다.

김완일 전 서울회장 사퇴일인 5월 24일이 아닌 지방회규정 개정일(6월 9일)을 적용 시점으로 삼은 것은 보궐선거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 비판과 ‘막무가내 소급입법’이란 지적이 거세게 일었다.

지방회장 보궐선거 폐지 규정개정은 거센 반발을 불렀다. 고은경 세무사회 부회장, 전진관 법제이사, 황영순 이사 등은 통과 직후 회직을 전격 사퇴했다. 장한철 전 종로지역회장과 이종탁 전 세무사회 부회장은 세무사회관 등에서 5일 연속 ‘1인 피켓시위’를 벌였다.

반발은 이후 확산일로를 걸었다. 6월 14일 역대 서울회장들과 회원들은 세무사회관에서 보궐선거를 없앤 한국세무사회 집행부를 성토하는 규탄대회를 열기에 이르렀다. 김면규, 정은선, 송춘달, 김상철, 임채룡 등 역대 서울회장 모두와 전 서울회 회직자들이 대거 동참했다.

이들은 “지방회 규정이 회칙에 근거해 제정됨에도 불구하고 회칙(상위)에 위배되는 하위 규정만 개정해 보궐선거를 없애는 것은 원천무효”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6월 9일 이전에 이미 발생된 사안(김완일 전 회장 5.24일 사퇴)에 대해 소급 적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칙에 위배되는 규정 개정으로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서울회장 보궐선거를 없애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회원 무시’라고 반발했다.

결국 지방회장 보궐선거 폐지는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에서 최대 이슈가 됐고 전국 회원들 표심을 요동치게 했다. 철옹성 같던 10여년의 ‘1인 체제’를 깨고 마침내 세무사회 권력교체를 이뤄낸 구재이 회장 당선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회칙을 위배하고 회원을 무시한 집행부의 독단과 오만을 심판한 것이다. 이런 집단지성 발현에는 회원 총의로 만들어진 회칙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이다.

회칙 위배한 규정 개정, 전임 집행부 징계할 사안

현 집행부도 회칙 준수 못한 이유 회원에 설명해야

그런데 회원에게는 추상같이 엄한 세무사회 회칙이 회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

전임 원경희 집행부는 선거에 개입할 목적으로 회칙에 위배되는 규정을 버젓이 만들었다. 그러고는 이 규정을 적용해 회칙에 명시된 보궐선거를 폐지하는 전횡을 서슴지 않았다.

현 구재이 집행부는 이 규정이 회칙에 위배됐다며 9월 8일 이사회를 열어 원래대로 복원했다. 그러면 회칙에 따라 보궐선거가 실시돼야 하는데 두 달이 되도록 아무런 조치가 없다. “회칙에 반하지만 전 집행부가 한 것을 뒤집어 시끄럽게 할 필요가 있냐”고 말하는 회직자도 있다.

회칙을 준수했으면 7월에 보궐선거를 실시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9월에 이사회에서 규정을 원래대로 돌려놓고도 회칙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회칙에 어긋나는 급조된 규정으로 직을 승계한 현 서울회장은 여전히 회장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조직이나 단체의 회칙은 회원 뿐 아니라 그들이 선출한 회직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회원은 명의대여나 탈세상담은 고사하고 교육에 빠져도, 수수료를 적게 받아도(덤핑?), 직원관리에 소홀하거나 심지어 품위유지를 잘 못했다는 사유 등으로 징계 대상이 된다. 회원권리가 정지되고 직무가 정지되며 세무사 자격도 박탈된다. 회칙과 세무사법을 어겼기 때문이다.

회직자도 회원이다. 그런데 회칙에 반하는 하위 규정을 만들어 회칙에 명시된 보궐선거를 폐지해 조직 질서를 흩트린 회직자들 징계는 왜 거론조차 되지 않는가. 회칙에 위배된 규정을 바로잡아 복원까지 했으면서 왜 구재이 현 회장은 회칙에 따라 보궐선거를 실시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가.

세무사는 법률적 지식으로 납세자를 상대하는 전문자격사이다. 세법을 무시하고 상황에 따라 또는 형편에 따라 자의적으로 일을 처리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회원은 없을 것이다. 회칙도 세무사회 내부 구성원 모두가 공히 지켜야 하는 최상위 규범이기는 마찬가지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변칙이 판을 치는 집단은 미래는커녕 유지도 어렵다. 회칙이 지켜지지 않는 세무사회 조직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규정을 복원한 즉시 회칙에 따라 보궐선거를 실시했더라면 지금쯤 정통성을 가진 후임 서울회장이 뽑혔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러지 못해 서울회장의 잔여임기는 8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기간을 빼면 6개월도 되지 않아 보궐선거는 사실상 물 건너갔고 그야말로 ‘실익’도 없다.

하지만 원칙은 원칙이다. 한국세무사회와 서울지방세무사회는 보궐선거의 미실시에 대해 회원들에게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여론이 잠잠하니 적당히 넘어가는 것은 회직자로서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회칙을 준수하지 못한 이유를 회원들에 설명해야 한다. 늦었지만 1만5천 세무사 조직인 한국세무사회를 끌고 가는 회장으로서 회원들에 대한 예의다. 60년 풍상을 겪으며 세무사회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근간이자 규범인 회칙을 준수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대희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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