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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인턴이 혼자 수술하면 그 수술을 허용해야 하는가
[국세 칼럼] 인턴이 혼자 수술하면 그 수술을 허용해야 하는가
  • 김진웅 세무사(본지 논설위원)
  • 승인 2023.11.10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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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의사가 되어 단독 진료를 하기까지에는 얼마나 걸릴까. 의대 6년의 기초수업 과정을 거쳐 일반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고도의 전문분야라서 대개는 1년의 수련의(인턴)과정, 3~4년의 전공의(레지던트)를 추가로 거쳐야 한다. 그 걸로 끝은 아니다. 전문의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도 큰 병원에서 1~2년간 전임의(펠로우)로서 갈고 닦아야 한다. 최소 10년 이상 선배 스승의 지도 아래 실습해야 비로서 독자적으로 수술을 할 수 있게 된다.

요즈음은 전임의도 영상진단전문의사 등과 함께 상의를 하고 수술의 범위, 방법 등을 결정하므로 점점 더 정교한 의료활동을 한다.
사람의 장기를 해부하는 의사는 인체에 칼을 대는 전문가인 반면에 세입공무원들은 국민의 피 같은 재산을 파헤치고 고지서를 날리는 박탈 행정 전문가다(박탈 행정은 학술용어이니 섭섭해 할 일은 아니다). 

인체를 다루는데 최소한 10년을 공부하는데 세입공무원들은 과연 어떠한가. 6년의 기초공부기간이 있는가? 인턴과 레지던트, 펠로우 과정이 있는가?  돈도 피다. 소매치기로 단돈 5만원을 잃은 여인이 비관하여 자살한 사례도 있다. 그만큼 돈이 절실했고 생활이 어려워서다. 

어느 돈 많은 기업인도 거액의 고지서를 받은 후 어떤 연유에서인지 자살했다. 인체 수술 못지 않게 세입행정도 신중하고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는 건 불문가지이다.

한국의 의술과 건강보험은 일류다. 그래서 국민은 행복하다. 공무원들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연수를 잘 받고 전문성을 확보하는냐는 국민의 행복과도 직결되어 있다. 전문성에 관한 한 공무원들도 진심으로 매진해야 한다. 세입관서의 주된 동력인 9급 세무직 공무원들은 택일형 찍기 100문제를 시험 보고 공무원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의 재산을 해부하고 고액의 고지서를 발부하는 세입공무원들이 현행 수준의 시험만으로 국민의 재산권을 전문성 있게 다루도록 걸러진다고 장담할 사람은 없다. 

세입행정을 지켜보는 세무전문가들은 세무서 세원관리부서의 경우에도 과세자료 처리에 고참과 신참간에 반장·반원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이 없는 세무행정 여건상 고참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세무서 세원관리부서에서는 신참이든 고참이든 업무처리에 각자도생한다고 한다. 신입 공무원이 단독으로 과세자료 안내문을 보내고, 자료요청을 하고, 비과세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고지서를 보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너무 기초가 안된 과세자료 처리에 세무대리인이 팀장에게 항의 전화를 했더니 신입이든 고참이든 전산으로 자동 배당되는 과세자료를 각자 처리하므로 어떤 공문을 어떻게 발송하고 있는지 과장도 팀장도 모른다 하더란다. 사실상 내부통제기능이 결여되어 있다는 거다. 이게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본청에서는 세원관리부서의 운영방식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할 일이다. 사실이라면 이 건 인턴이 수술하는 격이고 재산권을 크게 침해할 수 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세무대리인들의 경험담을 공유하자면 지방세 공무원들의 경우 전문성이 매우 기대 이하라는 것이다. 지방세 공무원들의 업무 숙지도나 전문성은 국세청의 운영 절차나 국세공무원들의 전문성에 비하면 10년은 뒤처진 느낌이라는 의견도 있다. 

구청 사례를 하나 소개한다. 어느 대리인의 서울 G구청 경험담이다. 세무대리인 갑이 을 법인에 대한 수십억의 취득세 부과내용을 열람하고자 G구청을 방문하겠다고 전화를 했더니 대뜸 담당자는 네 가지 서류를 요구하며 신고자료 열람요청서, 열람 위임장, 법인 인감증명서, 취득세 신고서 등을 가지고 와야 열람시켜준다고 하더란다. 

열람요청서라는 서식은 지방세법 어디에서도 찾기가 어려운 서식인데 거기에는 법인인감증명서, 신청인 신분증을 첨부하라고 되어 있고, 법인과 대리인이 나란히 날인하라고 되어 있었다고 한다. 대리인 갑의 추정으로는 아마도 임의 서식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리인은 세무사 명함과 자격증 사본 혹은 사업자등록증으로 대신할 수 없냐고 하니 그러면 오지 말라는 답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경우 지방세기본법 제19조를 보면 납세자나 세무대리인은 결정서 등의 열람요구를 ‘구술’로 하게 되어 있고 다만 필요한 경우 요청자의 ‘서명’을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 인감증명서를 떼러 가게 만들고, 위임장을 만들고, 취득세 신고서를 찾아 복사하고 법인과 대리인이 만나 각자 날인하게 만들어서 결국 이틀 후에 G구청을 방문했다.

결정서의 근거를 열람하러 왔다고 하니 40~50대로 보이는 담당자 왈 “내부적으로 구두로 보고하고 과세를 했으므로 달리 열람할 근거자료는 없고 과세안내문 정도만 있다”고 했다. 

지방세기본법 제19조(근거과세)에서는 분명히 “지방자치단체는…조사해 결정했으면 지방자치단체가 조사한 사실과 결정의 근거를 결정서에 덧붙여 적어야 한다”고 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법인과 대리인이 귀한 이틀을 소비해 구청이 요구한 서류를 준비해 간 구청 방문은 결국 아무 소득이 없이 무위에 그쳤다고 한다. 방문을 마치며 대리인이 프린트해 간 전술 법률조항을 담당자에게 주면서 법 규정상 지방세 결정서 근거자료의 열람은 구두 요청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서명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담당자는 해당 법 조항을 심드렁하게 읽어보더니 간단히 무시하면서 ‘우리가 엄격히 하려 들면 여기에 더해 납세자가 정보공개요청서를 제출하게 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게까지 한 전례도 있다고’ 엄포를 놓더란다.

시골 면사무소도 아닌 서울 한 복판의 G구청 세무과 직원의 이러한 대민 자세는 대한민국 지방세 행정의 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세무서의 사정은 사뭇 다르다는 평이다. 일반적인 대민 행정 절차나 세무행정에 관한 규정 자체는 대개는 선진국형이라는 대리인들의 평이다. 대부분의 세무서 근무자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성실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물론 일부 공무원들이 전체적인 성실성을 축내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운영 시스템의 개선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여 더 잘 하라는 뜻에서 세무서의 아쉬운 사례도 소개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갑이 과세자료 소명안내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대전에서 외국계 제약회사에 근무하다가 서울의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한 얼마 뒤의 일이라고 한다.

서울에는 형이 사는데 형수가 유방암 말기로 고생을 하고 있어 어린 조카 둘을 환자 부부가 제대로 건사하지 못한다는 어려운 사정에 갑이 형 집에서 거주하며 조카들 등·하교 등을 돌봐주고 있었는데, 그 사이 갑은 지방에 있던 조그만 전원주택을 처분했다고 한다. 끝내 형수는 암에 굴복하고 타계했다 한다. 그리하여 갑은 회사 임원인 아버지 집으로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껄끄러운 계모의 눈치가 보여 매달 하숙비를 100만원씩 꼬박 꼬박 드리는 것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형과 살 때 전원주택을 처분하고 나중에 갑이 아버지 집에서 거주 중 세무서에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겠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공무원의 설명은 이러 했다고 한다. 양도소득세는 양도 당시를 기준으로 결정하는데 양도 당시 특수관계자인 형 집에 살았고, 형도 아파트가 있고, 그도 전원주택이 있었으므로 2주택이라서 과세하겠다고 하더란다. 

이에 갑은 형수가 작고한 사연과 조카들을 돌보고 등·학교 시킨 이야기를 하고 따로 경제적 자립을 하고 있었고 형과는 동일세대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말기암 형수네 가족을 도우러 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자 얼마 후 다시 연락을 해 형 집에 간 것은 결과적으로 일시적인 것이었으니 지금 사는 부모님 집을 주된 거주지로 보아야 하고, 부모의 집과 청년의 전원주택이 두 채이므로 여전히 과세대상이라고 했다 한다. 

안되겠다 싶어 청년은 세무사와 상담했고 세무대리인이 담당에게 문의하자 담당은 양도 당시 형 집에 거주한 것은 맞으나 그 건 임시 거주한 것이고 부모님 집이 주된 거주지로 본다는 거였다. 왜 양도 당시 살지도 않은 부모님 집에 함께 살은 것으로 ‘간주’하느냐고 물으니, 형 집에 산 것은 일시적인 것으로 보여서라고 했다. 

이런 주장이 타당하지 않아 대리인은 양도 당시 부모와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살았다 ‘치더라도’ 여전히 생계를 달리 한 것이니 동일세대로 볼 일이 아니라며 ‘생계’를 함께 해야 동일세대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례와 조세심판례 등을 제출하고, 계모에게 매월 하숙비를 낸 금융자료, 부모와 아들이 각자 직장 다니며 각자 소득을 가지고 있었다는 소명 자료를 냈다고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런 금융자료를 뒤늦게 내서 인정하기도 어렵고, 하숙 계약서가 없어서 하숙비라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하더니, 급기야는 유료 하숙이라는 거주 방식이 바로 생계를 함께 한 것으로 볼 증거라고 주장하더란다. 세상에 부모자식 간에 하숙 계약서가 있느냐, 하숙비를 주면 그 게 바로 생계를 함께 한 증거라는 상식에 벗어나는 담당의 주장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과장 면담을 요청했더니 그 담당이 ‘위에 압력을 넣어 보겠다”는 거냐고 따지며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그냥 고지서를 받고 이의신청을 하라고 강요하더란다. 결국 대리인이 팀장 면담을 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팀장이 내용을 파악한 뒤에 과도한 과세 시도를 (개인적으로) 사과 한다면서 ‘담당을 설득하여(!)’ 비과세로 종결해주었다고 한다.

나중에 알아 보니 그 담당 여직원은 입사 3년차이고 재산세를 처음 보는데 주변에서 모두가 비과세는 거액이므로 감사에 잘 걸리니 함부로 인정해주면 감사에서 ‘큰 일 난다’고 하여 납세자측에 일단 과세할 터이니 이의신청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아마도 이런 경우 납세자가 국가공무원의 말을 신뢰했더라면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내고 끝났을 일이다. 

모름지기 본청은 조속히 세무서 세원관리부서의 감사 노이로제 해결방안은 물론 신참(입사 신참이든 고참이지만 그 분야 신참이든)이 과세자료를 단독처리하는 현행 방식을 개선해 고품질의 애민행정을 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김진웅 세무사
김진웅 세무사

 

 •(사)한국조세연구포럼 등 다수 학술단체 회원, 감사, 분과위원장, 이사 역임 
• 베르나바이오텍포리아(주) 등 다수 국내외기업 감사 및 사외이사 역임 
•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자문위원 역임
• 중소기업중앙회 특별위원회 위원 역임 
• 국세공무원 강의 및 명예교수 역임
•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MA, Taxation)

 


김진웅 세무사(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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