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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상속세제, 이제는 손볼 때가 되었다
[국세 칼럼] 상속세제, 이제는 손볼 때가 되었다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3.11.24 07:3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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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3년째 그대로인 상속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뜨겁다. 경제 규모와 소득·자산 변화, 고령화 속도를 반영해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 최고세율과 과세표준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국회에서 “상속세 체제를 한번 건드릴 때가 됐다”라며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행 상속세법은 공제액 등을 뺀 과세표준 구간별로 1억원 이하는 10%, 5억원 이하는 20%, 10억원 이하는 30%, 30억원 이하는 40% 등으로 상속재산 과세표준이 클수록 세 부담도 급격히 커지는 누진세율 구조다.

과세표준이 30억원 초과부터는 50%에 해당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경영승계에 적용되는 20% 할증을 더하면 최고세율은 60%에 달한다.

가혹한 징벌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업승계 때 상속세를 깎아주는 제도가 있지만, 대상이 제한적이고 요건이 까다로워 활용하는 사례가 드물다.

이러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상속세 부담에 경영권을 위협받거나 가업 승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설립 30년이 넘은 중소기업 중에 대표가 60세 이상인 곳이 81%에 이르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상속세 부담 때문에 매각·폐업을 고려한다고 한다. 

부동산 가격상승으로 ‘자연증세’ 심화

현행 상속세법상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사람이 사망한 경우 10억은 무조건적으로 공제받는다. 하지만 그동안 아파트 값이 꾸준하게 올라 상속세를 내야 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 예를 들어 부모(피상속인)의 아파트가 9억에서 15억으로 오른 사람은 상속을 받으면 기본적인 공제만 받는 경우 8730만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국세통계자료에 의하면 2000년 이후 22년간 피상속인은 1300명에서 1만9000명으로 15배, 상속세액은 5000억원에서 13조7000억원으로 27.4배 증가했다.

겨우 20년 남짓한 시간동안 상속세가 27배 이상 늘어난 데에는 세율 구간과 공제액에 인플레이션 보정이 없었던 이유가 크며, 세법에 변화가 없는 한 앞으로도 대상자와 세 부담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세율 체계를 합리적으로 인하 조정해야

OECD 35개국 중 상속세가 없는 나라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15개국이다. 상속세가 있는 프랑스, 미국, 독일 등은 30~40%대의 비교적 높은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특정 금액 미만의 상속은 세금을 면제해 준다. 

미국, 프랑스는 배우자 상속분에 대해 상속세가 완전 면제되며 독일은 2600만 유로, 미국은 1361만 달러까지 비과세해 주므로 대부분의 미국 일반 시민은 상속세를 구경할 수가 없다. 이 1361만 달러 기준도 한 명이 비과세로 상속(증여) 가능한 최대치이기 때문에 부모에게 각각 1361만 달러를 받을 경우 총 2722만 달러(한화 약 350억 원)를 세금 없이 상속받을 수 있다.

스위스, 이탈리아 등은 10% 미만으로 상속세 부담이 거의 없는 편이며, OECD 평균도 15%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최고 50%이고 특히 최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은 20% 할증하여 평가하므로 최고세율은 60%에 달한다. 단연 세계 최고수준이다. 우리의 이런 세금 구조는 과거 소득이 투명하지 않고 세원 파악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고율의 상속세를 매겨 생전에 내야했던 것까지 한꺼번에 거두어들이겠다는 의도가 내재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높은 세 부담률이 후대 경제의 활력을 낮출 뿐만 아니라, 고소득 생산가능 인구의 해외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 이러한 인구이탈은 기술개발과 수출로 연명하는 미래 한국 경제 구조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상속세 등이 존재하지 않는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 스웨덴 등으로 이민을 가면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대재산가들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자꾸 빠져나가기만 하면 우리 경제는 좋아질 수가 없다. 실제로 100억대 이상 자산가들의 해외 이주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그 이유는 과도한 상속세가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얼마 전 삼성 대주주 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2조6000억원 어치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대기업은 그렇다 치자. 설립 30년 넘는 중소기업의 81%가 대표 연령이 60세 이상인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폐업·매각을 고려한다고 한다. 가업을 승계하려 해도 회사를 팔지 않으면 엄청난 상속세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경총 조사에서 30~40대 벤처기업 창업자들 94%가 높은 상속세를 우려했다. 높은 상속세는 주식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기업 저평가)’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주가가 오르면 상속세 부담이 커져 기업들이 주가 부양에 소극적이거나 낮은 주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도 필요

상속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도 검토해야 한다. 소득세도 20년 전에 과세표준 8000만원 초과구간에 세율 40%를 매겼지만 지금은 3억~5억 구간에 40%를 적용한다. 국민의 소득 크기가 늘었는데 과세표준을 그대로 두면 고율 납세자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2000년 이후 23년째 그대로여서 당연히 “자연증세” 비판이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2020년 발간한 ‘주요 입법정책 현안보고서’에서 “21대 국회에서 명목 상속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힌 바 있다.

상속세 최고세율(50%) 적용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30억원 초과’에서 ‘50억원 초과’로 조정하면 30억~50억원 해당 납세자는 한 단계 낮은 40%의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과세표준 조정만으로 세율 인하효과를 얻을 수 있다. 상속세가 전체 세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에 오히려 가능한 일이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야

상속세는 높은 세율 뿐 아니라 과세방식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피상속인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받는 사람(상속인)을 기준으로 하는 유산취득세가 더 널리 쓰인다.

OECD 회원국 가운데서 한국·미국 등 5개국만 유산세 방식이고, 일본·독일·프랑스 등 16개국은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과세하고 있다. 

유산취득세는 상속자 개개인에게 부과하기 때문에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20억원을 가족 4명에게 균등상속 할 경우 유산세 방식이라면 과세표준이 20억원이 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이면 4명에게 각각 5억원씩이 된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5억원 이하는 20%, 30억원 이하는 40%이다. 즉, 20억원에 40% 세율을 적용할 것인가와 4명에게 각각 5억원에 20%를 적용할 것인가의 차이다.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인에게 합당한 세금을 물리는 것이 조세정의에 더 부합한다는 논리다.  

다행히 유산취득세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데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정부에서도 지난해 상속세제 개편 안에서 이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결론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2019년 2월 정부에 제출한 ‘재정개혁 보고서’에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변경할 것을 권고했으나, 당시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를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멀리 보면 국고주의 입장 보다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상속은 노동에 대한 대가가 아니므로 불로소득에 해당한다. 나아가 선택에 대한 위험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투자수익과도 구분된다. 상속인은 상속재산에 대해 어떤 기여도, 선택도 하지 않았음에도 피상속인의 상속인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을 취득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공평과세 측면에서도 상속으로 인한 불로소득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상속세는 거금을 한 번에 징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입장에서는 포기하기 싫은 세금이고, 부의 재분배로 인식하기 때문에 정치권 입장에서도 조절하기 쉽지 않은 세금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흐름을 보면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과세 완화가 대세이다. 이런 추세는 부자 특혜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 근로자와 국민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반증한다고 하겠다. 장수 기업이 많을수록 일자리도 늘고 기업과 그 근로자가 내는 세금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불고 있는 상속세 개편 담론이 충분한 공론을 거쳐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편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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