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준칙 도입 정당성 무색…尹정부 4년간 준칙 못 지킬 가능성
정부가 잇따라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내년 나라살림 적자도 국내총생산(GDP)의 3%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재정준칙의 상한을 내년에도 지키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해 강조해온 건전재정 원칙은 무색해진다.
21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정부가 추진한다고 밝힌 정책들로 내년 세수가 최소 2조5천억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시행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가 대표적이다. 정부와 국회예산정책처는 금투세가 시행되면 내년에 세수가 8천억원가량 들어올 것으로 전망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임투) 조치가 1년 더 연장된 데 따른 세수 감소는 1조5천억원이다. 임투는 기업의 투자 증가분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최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데 따라 세수는 2천억∼3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시행 시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주주 양도소득세 부과기준 완화,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 및 전통시장 사용분 소득공제율 상향 등도 내년 세수를 줄이는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상속세 완화'까지 고려하면 세수 감소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기재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2천억원으로 GDP 대비 2.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리재정수지는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차감한 값으로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준다.
적자 규모가 2조5천억원 이상 늘어나면 GDP 대비 적자 비율은 3.0% 이상이 된다.
이는 재정준칙을 지킬 수 있는 국세 수입 감소의 여유분이 2조5천억원이라는 의미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GDP의 3% 이내로 묶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금투세 폐지, 임투 연장, ISA 조치만으로도 재정준칙의 상한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 재정준칙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2022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17조원으로 GDP 대비 5.4%였다. 세입예산 대비 57조3천억원의 초과 국세 수입이 발생했지만, 소상공인 지원 등을 위해 62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지난해 11월까지 관리재정수지는 64조9천억원 적자로 정부의 예상치(58조2천억원)를 웃돌고 있다. 남은 12월에 2조원 이상 적자가 늘어나면 GDP 대비 3%를 넘어선다.
올해의 경우 관리재정수지는 91조6천억원 적자로 GDP 대비 3.9%의 적자 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출범 때부터 재정건전성을 강조해왔지만, 내년까지 4년 연속으로 재정준칙을 준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금투세 폐지·임투 연장 등 잇따른 조세 정책이 성장에 기여해 결국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보도설명자료에서 "조세정책 과제들이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시경제 전체적인 상호작용을 고려해 평가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발표된 조세정책 과제들은 투자·소비 등 내수경기 회복 및 성장을 뒷받침하고 세원을 근본적으로 확충해 성장-세수의 선순환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선순환이 현실화하는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세수 증대는 장기적인 시야에서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장의 재정악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이른바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정반대의 선순환론을 내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순환 논리는) 이론상 존재하지만 실현된 적은 거의 없다"며 "특히 경기가 안 좋은 시점에 실현된 적은 더더욱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