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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납세자가 바라보는 저출산 대책
[국세 칼럼] 납세자가 바라보는 저출산 대책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4.02.01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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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출생아 수가 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11월 출생아 수는 1만7531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6% 감소했다. 11월 기준으로 1981년 월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고, 1만7000명대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다. 이에 지난해 1~11월 태어난 아기는 누적으로 21만3572명에 그쳤다. 이 역시 역대 최소치이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1% 줄어든 수치다. 

저출산 여파는 교육·국방·산업현장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민국 주민등록 인구는 5132만5329명으로 4년 연속 줄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사상 최초로 30만 명대로 떨어졌다. 2년 뒤인 2026년 입학생은 20만 명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손주가 다니던 어린이집이 할머니·할아버지가 다니는 노인시설로 바뀌고, 어린이집 원장이 요양원 원장이 되고,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커지면서 장례식장으로 간판을 바꿔 다는 결혼식장도 생겨났다. 국방 부분에도 비상이 걸렸다. 2018년 61만8000명이던 국군 상비병력은 지난해 50만 명대로 떨어졌다. 미국 CNN은 최근 한국 군(軍)의 새로운 적(敵)으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꼽기도 했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함에도 우리나라 초저출산 후폭풍이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시 말해 ‘진짜’ 위기가 몰아친다는 것이다. 세계 꼴찌인 합계 출산율은 올해 0.6명대를 찍고, 0.5명 선까지도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제 우리나라만큼 출산율이 낮은 나라는 없다.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건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다. 쏟아지는 인구 위기 보도에도 국민이 느끼는 위기감 역시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설익은 대책들…정책 효과도 국민 위기감도 안 보인다
그렇다면 잘나가는 대한민국이 왜 지속 불가능한 소멸의 길로 들어선 것일까. 근본적 원인은 급격한 산업화의 부작용이다. 6.25전쟁 이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국가 생존을 위해 경쟁을 통한 효율 증진을 중시했다. 

그 결과 최단기간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경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많은 희생을 치르고 이룬 성취였다. 과도한 경쟁의 대가로 한국사회는 사교육, 수도권 집중, 젠더 갈등, 기후위기, 격차 심화 등으로 신음하고 있다.

그 뿐인가. 한국의 청소년 행복지수, 자살률, 사회적 고립도 등 각종 삶의 질 지표는 경제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낮다. 이런 문제가 고착하면서 결혼과 출산이 어려운 사회로 변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알지만 어디서부터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지 막막한 현실이다. 저출산의 불똥은 정치권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신혼부부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주는 공약을 내놨다. 첫째를 낳으면 이자 감면, 둘째를 낳으면 원금 50% 감면, 셋째를 낳으면 전액을 감면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당에서는 육아휴직 급여를 월 60만원으로 올리고, 아빠의 한 달 유급휴가를 의무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어떤 정치인은 ‘헝가리 모델’을 제안하기도 했다. 결혼하면 2억원을 1%대 금리로 대출해준 뒤 자녀 1명을 낳을 때마다 3분의 1씩 원금을 탕감해주는 모델이다. 전문가들조차 찬반이 갈리는 지원책들이 우려를 기우(杞憂)로 바꿀지 두고 볼 일이다.

 

◇저출산 대책과 납세 기업인의 하소연
이런 저출산 대책에 국민(세금을 내는 납세자)은 어느 정도 공감할까. 알고 지내는 기업인 A씨는 최근 보도된 신문기사 ‘미래 핵심기술 1위, 중국 53 vs 한국 0’과 ‘與, 아빠도 한 달 출산휴가…野, 셋째 낳으면 1억 지급’기사를 보고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A씨의 머릿속에는 한국 기업 경쟁력은 추락하고 있는데, 정치권은 그저 표에 도움이 될 만한 공약만 내놓고 있다는 불만이다. “저출산 대책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당장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정책을 발표하려면 기업(세금 내는)의 사정도 좀 고려하는 게 맞지 않나요?”였다. 

A씨의 불만은 기업 인력 운용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유급 아빠 휴가’ 확대(10일→1개월)와 ‘유급 자녀 돌봄 휴가’(연 5일) 신설이었다. 아이를 낳으면 현금을 지원한다는 공약도 기업 입장에는 찜찜할 만한 부분이라는 거다. A씨는 “매년 28조 원이 든다는데, 어디서 나오겠느냐”며 “결국엔 법인세, 소득세 올려서 대기업과 고소득자에게 물릴 게 뻔하다”라고 했다. 그러고 보니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온 동네 초등 돌봄, 경로당 주 5일 점심제공 등의 재원도 나올 구석은 뻔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정권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쳤지만, 만만한 게 기업이라고 ‘목소리 큰 다수’와 부딪히면 언제나 양보는 기업 몫이었다. 그나마 윤석열 정부 들어 기업 친화 정책이 여럿 나왔지만, 법인세와 노동법 같은 큰 물줄기는 바뀐 게 없다. 그렇게 우리 기업들은 해외 라이벌보다 높은 법인세율에, 빡빡한 노동법에, 촘촘한 규제에 시달리며 싸워야 했다. 그사이 경쟁 상대국은 저만치 앞서가고 만다.

 

◇볼멘소리 내는 기업의 애로사항들
먼저 6대 첨단산업 수출경쟁력 추락의 추락이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새해 들어서도 침체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1.0% 줄었다. 월간기준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석 달째 이어오던 증가세가 꺾이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수출은 지난 한 해 동안 7.4% 줄어 2020년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미래차·바이오·로봇 등 한국 6대 첨단전략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8년 8.4%에서 2022년 6.5%로 4분의 1가량 쪼그라들었다. 점유율 순위는 2018년 중국 다음 2위에서 4년 새 5위로 추락했다. 

다음으로 영세기업들이 간절히 읍소했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가 결국 무산됐다. 
중대재해법은 사업장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질병자가 10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 혹은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게 골자다. 안전을 강화하자는 명분이야 훌륭하지만 당장 영세기업은 이 법이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 침체로 허덕이는 영세기업들에 추가로 안전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재해 예방 예산을 마련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하소연이 현장에서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하지만 동네 골목상권의 줄폐업 사태를 막기 위한 민생 현안처리는 이렇듯 합의가 지지부진하지만, 정치인들이 생색낼 수 있는 SOC 사업은 일사천리다. 대표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달빛철도 특별법」이다. 국가재정법상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신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실시해야 하나, 여야 합작으로 예타를 면제했다. 

또 얼어붙은 경기, 더 파격적 지원으로 투자 활력을 살려달라는 것이다. 정부가 우리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정부도 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신성장·원천 기술에 방위산업 분야를 신설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국내로 유턴하는 기업에 지급하는 보조금 예산을 지난해 570억원에서 올해 1000억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첨단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해외로 떠난 우리 기업들이 국내로 돌아올지 의문이다. 주요 경쟁국들이 경제 영토 선점을 위해 민관 합동의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가한 해법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미국·유럽·중국 등은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보조금으로 수십조 원씩 쏟아붓기로 했다. 

 

◇기업의 기(氣)도 살려주는 4월을 고대하며
지금 우리는 국가 소멸 위기와 국가 재도약 기회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해 4분기 출산율은 0.6명대로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절박한 위기일수록 극복 방법이 더 과감해야 재도약의 기회가 생길 것이다.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경제 시스템 개혁은 가족과 공동체 가치를 회복하는 기회, 국가 균형발전을 이룰 기회, 복지국가로 거듭날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과감한 체계 전환이 필요하다. 출산율을 기적적으로 높일 정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국가 개혁 수준의 사회·경제 시스템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저출산과의 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전쟁’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세심하게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초당적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금 꼬박꼬박 내는 말 없는 납세자는 여야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함께 손잡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다행히 여야가 지난 1월 18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총선 공약을 경쟁적으로 발표한 것을 보면 협치의 정신이 발휘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금 내는 국민은 4월 총선이 기업의 기(氣)를 살려주면서 국가 위기를 기회로 바꿀 도화선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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