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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 칼럼] 국민연금 제도개선, 땜질 아닌 근본 처방을
[국세 칼럼] 국민연금 제도개선, 땜질 아닌 근본 처방을
  •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승인 2024.03.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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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가 지난 3월 12일 발표한 국민연금개혁안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공론화위는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받는 돈: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령액)은 현행 40%에서 50%로 늘리는 ‘1안’과 내는 돈을 12%로 늘리고 받는 돈은 현행을 유지하는 ‘2안’ 등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1안은 소득 안정에, 2안은 재정 안정에 방점을 뒀다는 게 연금특위의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회 연금특위의 전문가 자문기구(민간자문위)가 보험료율 13%로 인상-소득대체율 50%로 상향(1안), 보험료율 15%로 인상-소득대체율 40%로 유지(2안) 등 두 가지 개혁안을 정부와 국회에 권고했었는데, 이번 공론화위에서 1안은 그대로 두면서 2안은 보험료율을 12%로 낮춤으로써 재정 안정 측면에서 오히려 후퇴했다. 전문가 권고가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 묻히는 형국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에 대해 2055년으로 예상되는 기금 고갈 시점은 1안의 경우 2060년, 2안의 경우 2062년으로 5~7년 미뤄질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소득 안정을 중시한 1안을 택하면 향후 70년 동안 누적될 기금 적자가 현행제도(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할 때보다 702조4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는 돈은 늘지만 받는 돈이 더 많이 증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재정수지가 악화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제도는 1986년 국민연금법이 공포되어 1988년부터 1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처음 시행했다. 그 뒤 1995년 농어촌 지역과 1999년 도시 지역 주민에게까지 확대됐고, 2006년에는 1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함으로써 대상이 전 국민으로 바뀌었다.

국민연금은 납부 기간이 10년이 넘게 되면 만 61세부터 월당 일정액의 연금을 받게 된다. 월 납부 금액은 소득의 9%이다. 4.5%는 개인이, 나머지 4.5%는 사업장에서 낸다. 국민연금은 2023년 11월 2,219만여 명이 가입해 있고, 770만여 명이 연금을 받고 있으며 적립된 기금은 1036조원, 이 중 339조원을 연금 등으로 지급하고 있어(국민연금공단 발표자료), 그 대상자나 금액 규모 면에서 복지제도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041년을 최고점으로 1,788조원까지 자산보유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2042년부터 연금 수지 적자가 시작되고 2055년 적립금이 고갈된다. 현실적으로 국민연금과 같이 우리나라 복지제도 중에서 소득재분배 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는 많지 않다. 기초생활보장제도도 있지만 그건 최저소득계층들에게 적용되기 좋은 제도이고, 국민연금은 좀 더 넓은 계층에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출산율이 1 이하로 떨어지면서 청년 1명이 노인 2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국민연금의 소진 시점 또한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2055년보다 더 앞당겨질 것이 거의 명백하다. 물론 초기에 모아둔 금액을 잘 운용해서 기금을 가능한 한 많이 쌓아둘 수는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장치에 머물 수밖에 없으며, 결국 연금에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 없으면 이 시스템은 유지될 수 없다.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근본적 수단은 출산율 감소를 만회할 정도의 획기적인 인당 생산성 향상인데, 지극히 낮은 출산율을 만회할 만한 생산성 향상이 20~30년 이내에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렇다고 부과식으로 바꿔서 사실상 그해에 걷은 돈으로 그해에 지급되는 연금을 마련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고갈 시점에서 전 국민이 임금의 30% 이상을 연금에 부어야 지금의 시스템이 유지 가능할 것이다. 당연히 이 경우, 실질 임금 수령액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므로 근로 의욕 자체를 떨어뜨릴 것이다. 그렇다고 나라가 빚을 내서 지급한다면 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질적인 연금의 가치는 하락하는 등 다른 폐해들이 발생한다. 결국 신규가입자가 급감한 지금, 그 어느 선택지를 골라도 만만하지 않다.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서 취할 개혁 선택지는 많지 않다. 어떠한 선택지를 택하더라도 그 정부는 정치적으로 불리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문제 해결법은 ‘모수적 개혁’과 ‘구조적 개혁’이 있다. 모수적 개혁은 더욱더 많이 거두어들이고, 더욱 적게 주는 것이다. 구조적 개혁은 연금 체계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이다. 개혁이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 보자.

첫째,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2~20%, 혹은 그 이상까지 인상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40년 만기 납부한 수급자가 2028년에나 발생한다는 점에서 아직 보험제도가 성숙한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2028년부터 40년 만기 납부자가 연금을 청구하기 시작하면 20~30년도 버티지 못하고 고갈된다. 갑자기 석유라도 펑펑 쏟아져 나오지 않는 한 40년 만기 납부자가 나오기 전에 보험료를 올려 세대 간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 

보험료 인상 폭과 시기는 경제여건 및 다른 선택지를 복합적으로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 90년대 이후 출생자는 급격한 연금 고갈로 인한 세금 충격을 앞당겨 완화할 수 있는 효과를 예상할 수 있지만 후세대에 일방적인 손해를 강요하는 이 방식은 설득에 한계가 있다. 정치적인 문제를 고려하자면, 90년대 이후 출생자가 연금 수령 대상이 될 세대보다 표가 적은 게 사실이므로, 이 방법이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국고보조금 도입 방식이다. 이는 건강보험료의 경우 전체 보험료 수입의 14%를 국고보조로 지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전체 연금 재원의 10~30%를 국고보조로 메우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 방식의 장점은 현재 연금 수급 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단점은 이 방식을 최초로 채택한 정권은 청년층의 큰 반감을 살 수 있다. 또 국민연금이 세금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과 세금 일부를 보험에 투입하는 것(사실상 세율 인상)이 별 차이가 없다. 또 보험료를 세금으로 보조하지 않았을 때 수급한 세대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셋째, 보험료 대신 대놓고 목적세인 사회보장세를 걷는 방법이 있다. 같은 요율이라도 훨씬 더 많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고소득층에 대한 누진세 도입, 과세대상을 연금 소득과 법인 소득까지 확대하는 등 세대 간 계층 간 형평도 제고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당연히 보험료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고소득 납세자에게 불리하다. 미국의 일부 주가 사회보장세를 채택하고 있으나,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소득세가 아주 낮은 수준이다. 

넷째, 수급액을 삭감 또는 동결하는 방안이다. 현재 40년 납부 기준 소득의 40% 수준인 수급액을 삭감하거나 2016년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물가인상률을 반영하지 않고 동결하는 방안도 있다. 그러나 현재도 용돈연금이라는 불만이 많은데 연금 수준을 여기서 더 내린다면 이를 선택한 정부는 큰 부담이 된다는 단점이 있다. 

다섯째, 수급연령을 연기하는 방식이다. 현재 만65세인 수급연령을 만67세로 연기하는 방안을 과거 정부가 검토한 적이 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 2023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국민연금 수령 나이를 만 62세에서 만 64세로 2년 늦추고 납부 기간은 만 42년에서 만 43년으로 1년 늘리는 개혁안을 시도하다가 “죽을 때까지 일할 순 없다”라는 대규모 시위에 맞서야 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인데 과연 무사할까.

상기와 같은 개혁방안 대신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제안에 눈길이 간다. 현재 단일 체계인 국민연금을 둘로 나누는 게 제안의 핵심이다. 즉 기존 연금에서는 이미 약속한 대로 연금을 지급한다. 물론 이렇게 하면 막대한 적자를 피할 수 없다. 올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609조원이고, 시간이 갈수록 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 돈은 전액 국가재정으로 메운다. 그 대신 새 연금에서는 내는 돈만큼만 연금을 지급한다. 100만원을 낸 사람이라면 100만원에 수익금을 더한 만큼만 돌려받는 식이다. 기대 수익비가 1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이 높으면 더 많이 받을 수 있으므로 기대 수익비 1도 그리 나쁜 숫자는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쉬운 길은 아니다. 우선 세대 간 불평등 문제가 크다. 역시 뾰족한 대안으로는 마땅치 않다.

이제 공론화위가 두 가지 선택지를 확정한 이상 다음 달 500명의 시민대표단은 투표로 둘 중 하나를 결정하려 할 것이다. 시민 참여를 통한 숙의민주주의는 존중돼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전문가들의 권고와는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날 모양새다. 보험료만 올리는 개혁을 달가워할 국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소득대체율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개혁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개혁의 목적이 재정 안정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해야 한다. 두 방안 모두 5년 남짓 연금의 수명을 늘릴 뿐 연금 재정상태는 지금보다 더 악화할 소지가 크다. 개혁에는 과단성이 필요하다. 공론화위의 논의에 맡기고 시민대표단의 투표결과에 따르겠다는 것은 책임회피다. 연금개혁은 국가재정과 미래 세대의 진로가 달린 중차대한 일이기에 정부 여당이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26년 만의 개혁이 또다시 표류하지 않도록 국가 백년대계를 세운다는 각오로 근본 처방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문제점을 분석해서 연금재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논의가 모이면 재논의하는 방안도 염두에 둬야 한다. 어차피 4월 10일 총선이 끝난 뒤 최선의 방안을 다시 찾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러자면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과 혜안이 필요하다. 책임을 떠넘기다 많은 사공이 배를 산으로 모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 국세청 국장 명예퇴직      
• 세무사(세무법인 정담 대표) 
• 경영학박사 
• 수필가       
• 가천대 대학원 겸임교수 
• 서울세무사회 자문위원장  
• (사)건강사회운동본부 감사


박인목 세무사·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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