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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폐지해야 하나?
상속세 폐지해야 하나?
  • 승인 2006.05.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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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속세 논란’이 연일 뜨겁다.
현대 등 대기업 오너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신세계그룹이 현행법대로 상속·증여세를 내고 깨끗하게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
재계는 이에 앞서 현행 상속 증여세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여러 차례 정부에게 개선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런 이유에서 신세계의 ‘정정당당’ 상속세 납세 발표는 재계 안팎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나타난 재벌기업의 상속세 논란과 ‘떳떳한 경영권 승계’에 위해 필요한 상속세의 개선방안을 짚어봤다.<편집자 주>

◆현행 상속세 현황
재벌가, 현행법대로 하면 상속재산 50%이상 세금

상속세는 종래 부의 집중억제를 통한 경제적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라며 많은 조세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제적 동향을 역행하며 경제적 자유보다는 경제적 평등에 우위를 두는 정책기조에 따라 2003년 상속과세에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고, 상속과세제도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재계 및 학자들 사이에서는 “상속세 강화가 경제의 세계화시대에 있어서 조세제도가 국제적으로 조화되어야 한다”는 당위성에 역행하는 조세정책이며, “부의 창출을 주도하는 계층의 창의적 경제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그러나 상속과세제도를 폐지하고 이를 자본이득세제로 대체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 조세제도가 유가증권의 자본이득과세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시기상조라는 것.
한편, 현행 우리나라의 상속세는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할 경우 과표에 50%의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상속 및 증여세
신세계·삼성, 편법 대물림 고육책 1조 상속세
재벌가, 비상장 주식 상속·증여 포함시 세부담 눈덩이

신세계가 지난 14일 밝힌 ‘적극적인 증여’와 ‘깜짝 놀랄 만한 세금’은 재계 안팎에서 파격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세계가 후계구도 구축을 앞두고 최근 논란이 되는 일부 대기업의 편·탈법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했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를 밟는 고육책을 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세계는 현재 참여연대와 ‘경영권 편법 대물림’을 둘러싸고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세계 발언’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신세계의 ‘상속세’ 파편이 재벌가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가이다. 그동안 경영권 승계를 놓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내 재벌가의 상속승계 관행의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기 대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이라도 한 듯 삼성이 신세계 발언 이후 그 다음날인 15일에 상속세 1조원 이상을 내겠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삼성가도 “후회없이 떳떳하게 대물림하겠다”는 각오로 비춰진다. 상속세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부모로부터 보유주식을 모두 물려받을 경우 상속세 1조원 이상을 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에버랜드 사건 등 편법승계 논란을 잠재우고 경영권 승계를 원만히 성사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만약 삼성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1조원이상의 상속세를 낼 경우 역대 최고로 납부액으로 자리잡게 되며, 신세계가 1조원 안팎의 증여·상속세를 계획대로 납부할 경우 두번째 최고액 상속세 납부자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상속세의 납부계획을 밝히지 않은 현대차의 정몽구 회장의 지분을 고려할 경우에는 삼성을 뛰어넘는 1조2700억원이상 상속세를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고 납부액을 부담해야 하는 현대자동차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여기에다 재벌들의 비상장 주식을 상속·증여할 경우 그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상속으로 인한 기업들의 ‘경영권’ 부담은 상상외로 높아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상속세 및 증여세 납부 1위는 지난 2004년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 유족들이 낸 1355억원이며, 신용호 교보생명 회장(1338억원), 이임룡 태광산업 회장(1060억원) 유족이 2, 3위에 올라 있다.그러나 국내 굴지의 재벌가는 최종현 SK그룹 회장 유족이 730억원을, 현대백화점 그룹 정지선 부회장 700억원을 납부해 상위에 올랐을 뿐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300억원), 삼성그룹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280억원, 김종희 한화그룹 회장(277억원),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254억원) 등은 상대적으로 적어 대조적이다.
◆상속세 논란 핵심 ‘경영권’
최근 불고 있는 상속세 논란에는 기업의 ‘경영권’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불법ㆍ편법과 동거하다시피 하며 가슴앓이를 하는 이유는 높은 상속세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 세법상 30억원이상 재산을 상속하면 50%의 상속세 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기업들도 덩치가 커져 법대로 상속세를 내면 경영권을 확보가 어렵다는 데 있다.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 정몽구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가 된서리를 맞자 재계는 우리나라의 높은 상속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재계는 떳떳하게 ‘경영권 상속세’를 낼 테니 깎아주거나 유예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속가능 성장론을 지적하며 비효율적인 상속세에 일부를 개편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
반면,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부의 승계는 빈부 차이를 고정시킨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조세정의 카드를 내밀며 ‘법대로’를 주장한다. 이는 결국 부의 집중억제를 통한 경제적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에 따라 재벌들은 현행 세법을 따르는 것.


◆지속성장 V 조세정의
상속세 폐지, 학계재계와 정부 시민단체 평행선

학계·재계, 지속성장 동력 제공해야
전경련 이승철 상무, 주식 상속시 상속세로 경영권 상실 우려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 상속세 강화 문제.. 반시장적 조치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학자들은 상속세가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벌을 과하는 측면이 있으며 지속성장을 방해하는 비효율적인 세제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주장에 따르면 상속세는 가업을 일으킨 사람들에게는 악몽이 된다. 상속세가 걱정돼서 투자를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해 결국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되는 악순환의 꼬리는 문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상속세가 소수 부유층에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 편협적인 생각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같은 돈을 정부보다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근거를 제시한다. 정부가 상속세를 거둬 비효율적인 재정운영으로 국가경제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상속세의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이들은 “상속세를 폐지해야 사람들이 열심히 일해 저축하고, 기업을 일으켜 일자리를 만들며 세금도 많이 내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전경련은 최근 여러 차례 상속세 부담이 과하다면서 상속세제의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전경련 이승철 경제조사 본부장(상무)은 지난 14일 ‘기업관련 상속세 제도의 해외사례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상속세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상무는 기업의 경영성과가 2세에게 어느 정도 상속될 수 있는지를 가상 점검한 결과, 회사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는 경영자가 30년간 벌어들인 이익이 1조원이며 경영성과를 전액 배당받아 현금으로 상속할 경우 2세가 물려받을 수 있는 재산은 3037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상무는 “주식상속시 2세의 상속후 지분율은 100%에서 47.75%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속으로 인해 대주주 지분율이 낮아질 경우 경영권을 상실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경영권이 불안한 경영자는 세부담이 높더라도 사내유보보다 배당을 할 가능성이 많고, 이는 기업이익의 유출을 통해 성장탄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기업상속에 대해 다양한 세금감면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만큼 국내도 이 같은 국제조류에 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는 지난 9일 한국경제연구원 소속으로 발표한 ‘상속 과세 제도의 합리적 개편방안’ 보고서에서 “정부가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 상속·증여 과세를 대폭 강화한 것은 부의 창출을 위한 경제활동을 저해하는 반시장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완전포괄주의’는 세금의 부과 대상을 미리 명백하게 규정하지 않고 종류나 소득원천에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 곳에 모두 과세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법 과세방법.
최 교수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은 국가들은 최근 상속·증여 세목을 없애거나 축소해 가는 경향이 있다”며 소득세에 상속까지 과세하는 것은 ‘이중 과세’라는 점에서 세목을 폐지할 것을 제안했다.
실제로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웨덴 등이 이미 상속세를 폐지했다. 미국은 2011년부터 증여세만 존속시키고 상속세는 폐지할 예정이다.
최명근 교수는 이에 따라 △‘완전포괄주의’를 폐지하거나 최소한 ‘항목별 포괄주의’ 수준으로 개정 △양도 차익에 대한 증여과세의 소득세로 대체 △비상장주식 상장 시세차익에 대한 증여과세의 자본이득세로 대체 등 개편방안을 제시했다.

정부·시민단체, 조세정의 중요
시민단체들은 재계 주장과 달리 강도 높은 상속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정당국도 상속세 수준이 높다 해도 세법을 고칠 정도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는 않았으며 상속세법 손질 주장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삼성과 현대차 사태로 독립경영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힘써야 함에도 오히려 상속세 문제를 꺼내는 것은 자기반성이 부족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계의 지속성장 가능론에 대해 “자손대대로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오너가의 명분만 만들어주는 “둔갑술에 불과하다”며 주장을 깎아내렸다.
또 외국의 상속세 폐지 움직임도 실제로 들여다보면 많이 다르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도 현행 상속세법이 조세정의 차원에서 기업 다양한 방법으로 세금을 회피한 사례를 방지 위해 강화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수준과 비슷해 세제개편에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용민 세제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에 프로 출연,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독일이나 일본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다”며 “가업 승계의 경우 최대 15년 분할납부를 인정해주고 있어 문제가 없다”고 밝혀 상속세에 대한 개편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주요 대기업 상속증여세 납부 현황
기업납부대상납부시기납부액수대한전선고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 유족2004년1355억원교보생명고 신용호 교보생명 회장 유족2003년1338억원태광산업고 이임룡 태광산업 회장 유족1997년1060억원 SK그룹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유족
(최태원 회장)1998년730억원현대백화점그룹정지선 부회장2004년700억원현대그룹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유족2001년300억원삼성그룹이재용 삼성전자 상무1996-2005년280억원한화그룹고 김종희 한화그룹 회장 유족
(김승연 회장)1881년277억원신세계그룹정용진 부사장1998년 50억원
자료: 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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