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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법인세율이 헤매는 이유
[국세칼럼] 법인세율이 헤매는 이유
  • 日刊 NTN
  • 승인 2013.12.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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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창영(본지 주필)

복지재원 확충을 위한 법인세율 인상 논의가 정치권에서 쟁점으로 점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 주 슬쩍 찬물을 끼얹었다. 법인세율을 내려야 오히려 세수가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

법인세율을 올려 돈 많은 부자법인들에게 세금을 더 거둬 복지에 써야 한다는 야당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법인세율을 내려야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기가 회복돼 법인세수가 증가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정부가 법인세율을 내려 ‘부자감세’로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야당의 한결같은 목소리를 듣고 있던 국민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경연은 이 주장의 근거로 지난 1992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경제운용 상황을 분석한 결과 법인세율과 법인세수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었지만 경제성장과 법인세수는 높은 관련성을 나타냈다는 연구결과 과정도 함께 공개했다.

세율이 오르거나 경기가 좋으면 세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일반론이다. 한경연은 이번에 경기가 좋으면 세수가 느는 것은 당연한데, 그 경기를 좋게 하는 핵심요인에 법인세율 인하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나름대로 입증한 것이다.

이유야 어쨌든 “도대체 뭔 소리야?”가 당연히 나온다. 가뜩이나 우리 사회에 세금문제가 이슈로 부각돼 복잡한 마당에 아리송하고 혼란스런 판단을 하나 더 남겨두게 됐다.

이에 대한 반론도 물론 만만치 않다. 경기가 좋아질 때 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법인세율 인하가 곧바로 기업의 투자와 직결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아주 현실적인 문제다. 이 때문에 투자 활성화를 전제로 법인세율을 내려야 한다는 한경연의 주장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꼬리를 문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법인세율과 기업 투자 활성화의 인과관계는 아주 미약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주장은 다분히 정치권을 의식한 재계의 해묵은 수법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야권에서는 현재 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이 최고세율인 22%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도 새삼 부각시키고 있고, 지난해 상위 10대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12.9%로 나타났다는 통계도 유통이 빨라지고 있다. 당연히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후렴도 붙는다.

법인세율을 내려야 세수가 는다는 한경연의 주장은 법인세율 논쟁의 새로운 불씨를 지피는 현상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법인세율 인상문제가 다시 이슈화되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특히 법인세율 인상 문제가 단지 조세체계 내지 국가재정 차원의 문제를 넘어 ‘부자증세’, ‘부자감세’라는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확산되는 경향마저 나오고 있다. 현재의 법인세율이나, 향후 단일세율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부자감세’라는 강한 지적을 받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법인세율을 놓고 ‘부자증세’, ‘부자감세’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논쟁인가’ 하는 점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해 법인세 최종부담자가 재벌일가로 귀속된다면 문제는 선명하게 정리된다. 그러나 법인세 최종 부담자는 오히려 전 국민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법인세를 부담하는 구성원에는 주주와 소비자, 그리고 종업원도 포함된다.

다소 확산된 개념일 수 있지만 법인세의 구성요소는 단지 재벌일가 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이 포함돼 있고, 실적 좋은 대기업 일부를 겨냥해 원천인 세율을 올리고 내리는 정책을 펴는 것은 반드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법인세는 직접세인 관계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분명 갖고 있지만 세부담 단계에서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결합되기 때문에 ‘부자’를 기준으로 나눠 판단하는 데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최근 세율문제가 대두될 때면 어김없이 담세계층이 부자냐 아니냐를 놓고 가르고 따지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조세가 갖는 소득재분배와 형평의 기능을 전제할 때 반드시 필요한 검토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일종의 이념적 경향이 개입된다면 위험은 불가피하다.

특히 구체적으로 누가 담세자인가 하는 문제가 정확히 따져 진다면 그나마 문제가 덜하지만 어정쩡하게 판단해 뒤죽박죽된 내용을 세법에 적용하려고 할 경우 심각한 현상이 초래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판이 이런데 각기 다른 시각으로 세제를 디자인하고, 세율을 조정하려고 하니 진전이 있을 수 없다. 논의에서 공방으로 전개되고는 있지만 내용상 진전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말로 법인세 제도를 선진화하고, 세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면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정교한 분석과 검증이 우선돼야 한다.

덜 익은 분석과 주장을 갖고 세금의 핵심인 세율을 건드릴 경우 불꽃 튀는 공방과 오해만 증폭될 뿐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신뢰의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국민적 합의나 공감은 실종된다.

갈데까지 가는 법인세율 논쟁을 보면서 어설픈 주장과 아전인수 격 이론이 범람하는 데는 반드시 환경과 이유가 있다는 점을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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