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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손톱 밑 가시
[국세칼럼] 손톱 밑 가시
  • 日刊 NTN
  • 승인 2014.04.2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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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웅 본지 논설위원
작고 보잘것없는 미세한 가시가 손톱 밑에 박히기라도 하면 일이 집중이 안 된다. 손가락을 쓸 때마다 통증이 오는데 빠지지도 않고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기업애로를 제거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손톱 밑 가시를 뽑아드리겠다”는 호소력 있는 약속은 여성 대통령 아니면 쓸 수 없는 독보적 표현이 되었다.

MB 정권 초기에도 기업활동의 장애물인 ‘전봇대’를 뽑아주겠다고 호기롭게 나선 바 있다. 당시 기업들은 MB 정권에 정말 많은 기대를 걸었다.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평생을 기업에서 뛴 민간 CEO 출신이 나라 경영에 나섰으니 경제에 관해서는 정치인 출신이나 군 출신보다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하였다.

결과는 혹시나가 역시나로 끝났다. 하기야 그 전에도 선거 때마다 기업활동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은 죄다 없애주겠다며 규제완화를 외쳤고, ㅇㅇ위원회니 ㅇㅇ민관합동기구니 이름도 기막히게 지어 간판을 걸고 부산을 떨었지만 결과는 태산명동 서일필이 됐다.

‘손톱 밑 가시’를 빼자는 건 사소해 보이지만 해결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작은 일들부터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여 규제를 없애고 제도를 개선하여 더 나은 경제와 사회를 만들자는 거니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규제 완화나 민원사항 해결이 되지 않고, 합리성 측면에서 응당 개선되어야 할일조차 꼬여 장기미결이 되는 것은 관료적 권한 행사 습성, 부처 이기주의 등 여러 요인을 들 수 있으나, 행정이 습관적 부작위 행태를 보이거나 소극적인 가장 큰 요인은 사후 ‘감사의 질과 방향성’에서 찾게 된다.

대작(對酌) 자리에서 거나해지면 전직 관료들도 사람인지라 솔직해진다. 그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감사가 두려워 행정이 소극적이거나 부작위 형태를 보이게 된다는 증언을 쉽게 듣는다.

법령상 여러 이유를 들어 민원해결을 거부하는 현직들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안에 대하여 서로 신뢰가 있는 경우에는 솔직하게 고백하기도 한다. 감사 지적대상이 될까 저어하여 민원을 해결하여 줄 수 없다고.

합리적인 사회는 합리적인 행정이 그 사회의 씨줄과 날줄을 받쳐주어야 가능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행정을 기대하려면 합리적인 감사 시스템이 필요조건이다. 충분조건은 못되지만.

공무원들이 신바람 나서 일해야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가 올라간다. 그러려면 합리적인 감사정책 도입과 운영이 선결되어야 한다. 무사안일이라는 행정부처 고질의 ‘손톱 밑 가시’는 그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는) 감사 노이로제에서 해방시켜야 가능한 일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조세로 국민의 재산권을 제한하니 엄중한 규제다. 그러나 혹자는 애써 조세분야만금은 규제완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기교적 논리를 주장하는 거야말로 손톱 밑 가시같은 사고방식이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잣대가 행정규제기본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 삶 속에 어떤 형태의 박탈은 규제에 해당한다. 조세의 징수야말로 기업과 납세자들에게 다가오는 가장 큰 박탈이자 규제이다.

원론적으로 조세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부당한 규제가 된다. 과잉금지의 원칙이 법과 행정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과잉의 사례로는 연간 11%가 넘는 고율 미납 가산세가 손꼽힌다. 신고의무 불성실 가산세로 책임을 물었으므로 미납 가산세는 시중 이자율이나 환급금 이자율 수준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환급이자율과 무납부가산세 이자율과 시중이자율이 모두 대동소이하다. 신고 불성실가산세로 패널티를 부과하므로 무납부나 과소납부는 늦어진 책임만 물어 본세에 이자를 얹어 납부하면 되지, 이자를 초과하는 고율로 미납 패널티를 가하는 것은 국가가 고래대금업자도 아닌 바에야 과잉입법이라는 논리에서다.

이런 논리가 보편성이 없다는 주장을 하려면 ‘조센징은 (penalty를) 때려야 말을 듣는다’는 식의 한국인의 납세자만의 독특한 특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한국 납세자가 다른 나라의 납세자보다 더 악질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과잉의 흔적은 곳곳에서 지적되고 있다. 현금영수증 발급 누락에 물경 거래금액의 50%를 벌금으로 내라는 생각도 그렇다. 주로 소매성 업소가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데 몇 퍼센트 장사라고 무려 외형의 반절을 벌금으로 매기냐는 거다.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전액 불공제 역시 해묵은 손톱 밑 가시이다. 매출자가 매출세액을 이미 납부하였는데 매입자측에게도 매입세액 전액을 불공제하면 국가는 한 거래에 두 번 과세하는 거라서 과잉이라는 거다. 소정의 가산세를 매기는 걸로 바꾸어야 한다는 납세자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그 외에도 경정청구기한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IT 강국답게 전산화가 모범적이어서 우리 정부의 자료보관능력은 가히 국제적인데 부과징수의 경우 길면 15년씩도 소급하여 추징하면서 납세자가 억울한 세금을 돌려 받도록 해주는데 겨우 3년만 허용한다는 건 인색하다는 거다. 모쪼록 납세자들에게 박힌 가시들에 대하여 역지사지하는 분들이 자꾸 늘어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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