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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회장 시해사건’ 주연 맡은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리회장 시해사건’ 주연 맡은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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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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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風사건’ 실제 주인공… 연극으로 다시 돌아오다

"연극 발전에 여생 바치고 싶어요"
   
 
 
끝없는 도전.열정으로 60대 중반 생애 첫 프로 도전
전문배우는 아니지만 1991년 이후 꾸준히 연극활동

지난 17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정릉동 대원서점 건물 3층.

30여㎡(9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머리가 희끗한 60대 남자가 20대 남·녀 배우 4명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연극 연습을 하고 있다.
“인간 중에 신이 있다면 그건 나지. 난 뭐든지 가질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아… 나 리석희를 담고 있는 이 껍데기가 자꾸….” 6월 6일까지 예정으로 19일부터 서울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에서 앵콜공연에 들어간 연극 ‘리회장 시해사건’. 리회장(리석희) 역을 맡은 이석희(65·전 국세청 차장)씨가 지난 1997년 있었던 15대 대통령 선거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세풍(稅風)사건’의 주인공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관객은 거의 없다.

아니 굳이 알 필요도 없다. 현재도 그가 ‘정일세무법인(서초동) 회장’ ‘청안건설(논현동) 회장’이란 명함을 갖고 있는 아마추어 연극인이지만, 전문 연극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연기 실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두 곳과 연극 연습실을 오가야 하니 사실 굉장히 힘들어요. 집사람에겐 완전히 찍혔어요. 하지만 ‘이제 나도 60대 중반인데 언제 이런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겠나’라는 생각에 좀 무리하면서도 출연 결정을 했죠.” 프로 연극무대에 서는 것은 처음이지만 그는 경기고와 서울 법대 연극반 출신으로 오랜 시간 연극과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1991년 경기고 연극반 출신이 모여 시작한 화동연우회의 창립을 주도했다. 또 그 동안 아마추어 배우로 꾸준히 무대에 서 왔다. 이번 작품을 쓰고 연출한 김광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도 화동연우회 회원이다.


이 씨의 경기고 5년 후배인 김 교수는 평소 이 씨의 이미지와 연기력을 지켜보고 출연을 요청했다고 한다. 김 씨는 “이번 공연에 뒤늦게 참가해 걱정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하고 있고,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무대 위에서 나타난다”며 “60대 배우가 많지 않은 국내 연극계에서 수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벌써 다른 공연에서 이회장에 대한 출연 섭외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이 씨는 특히 암기력이 뛰어난 데다 젊은 배우들 못지 않게 체력이 좋다”고 자랑했다.

연극에서 파트너(진숙경) 역할을 맡고 있는 동료 여배우 김유진(28)씨는 “이 회장님은 열린 마음으로 후배들을 잘 대해 주는 데다 리더십이 뛰어나 단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 씨는 당초 배우가 되기 위해 서라벌예대에 진학하려 했다. 하지만 공부 잘하는 자식이 ‘딴따라’가 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며 난생 처음 아들의 따귀를 때린 공무원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국 서울법대로 진로를 바꿨다.

“전문 배우가 되지는 못했지만 연극 발전을 위해 여생을 바치고 싶다”는 이 씨는 요즘 사재를 털어 자신이 출연하는 연극의 표를 구입해 가까운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최준호 기자 penismight@paran.com


※[작품 설명] 리회장 시해사건

의문의 죽음을 맞은 리회장…그날 밤 그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

피똥 싸던 리회장이 돌아가셨다. 관객들이 감싸고 있는 사각형 무대 위로는 빈소가 마련된 리회장의 거실이 보인다. 오보살이 독경을 하고 그 외 인물들이 추모사를 읊는다. 땅을 치고 통곡을 하는 이는 없다. 그들은 단절된 대사로 박자를 만들고 과장된 몸짓으로 춤사위를 이룬다. 이곳이 누구의 빈소이건 간에 흥이 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다. 그나저나 리회장은 어쩌다가 돌아가셨나.

리회장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 연극은 리회장 시해사건의 전모를 보여준다. 재벌기업 우리그룹 총수 리회장은 사돈 장회장의 기업을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집어삼킨다. 그러자 장회장을 하늘로 여겼던 여비서 진숙경이 리회장의 자택 비서로 들어가 복수를 시작한다. 그렇다고 ‘복수’와 ‘시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추리나 심장이 오그라드는 공포는 아니다. 대기업 회장‘님’의 생활이 ‘매우 솔직하게’ 묘사된다. 행동은 사실적이고 대화는 구체적이며 직접적이다.

극단 ‘우투리’의 연극 ‘리회장 시해사건’은 공공연한 한국의 비밀, 재벌 중심 현실을 이야기한다. 강요하거나 목청이 터져라 외치지 않는다. 그저 무대 위에 생생하게 펼쳐보이므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새롭거나 기막히게 자극적 소재는 아니다. 그럼에도 펄떡이는 생명력이 있다. 완성도 높은 공연에는 제 몫을 톡톡히 해낸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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