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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김덕중 국세청장을 보내며…
[세정칼럼] 김덕중 국세청장을 보내며…
  • 정창영 기자
  • 승인 2014.08.19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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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본사 주필

Ⅰ.

‘세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가 왠지 조심스런 시절입니다. 그래도 오늘은 ‘세월’이라는 표현을 꼭 써야만 할 것 같습니다. 우리 앞에 놓여 있던 왕성한 시절의 세월은 정말 빨리 그렇게 흘러갔다고 말입니다.

이제는 ‘옛날’이 됐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과천 구 재무부 세제국 조세정책과 사무관으로 근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그 힘들다던 ‘세입’업무에 밤을 밝히며 몰입하던 그 모습이. 그 때 나눴던 차분하고 진정성 있는 대화 장면은 이후 지워지지 않고 하나의 붙박이 사진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는 기억은 참 많습니다. 내색하지 않고 몸에 배어있는 청렴함은 옆에서 보기에도 숙연해 질 정도였습니다. 반주를 겸한 저녁자리가 늦게까지 이어져도 헤어진 뒤에는 꼬박꼬박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장면도 생생합니다.

항상 존칭을 사용하며 대화하고, 정해진 원칙을 지키면서도 주변을 힘들게 하거나 경직되지 않게 하는 특별한 재주를 지닌 점은 많이 부러웠습니다.

특별히 ‘힘 있는’ 배경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특유의 성실함과 사명감을 인정받아 국세행정에서 꼭 필요한 경험은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언제 어느 곳에 있어도 사람을 얻었고, 일을 해낸 어쩌면 행복한 국세공무원이었습니다.

Ⅱ.

떠나보내면서 그동안 무엇 무엇을 이뤄 놓았다고 열거하며 장황하게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그 일에 임하는 자세와 정성만은 꼭 되새겨 보고 싶습니다.

늘 반듯하고 조용하지만 ‘일’에 관한한 엄격하고 정성을 듬뿍 쏟아 붓는 스타일로 임했습니다. 기준과 원칙이 분명하고 될 것과 되지 않을 것에 대한 구분 또한 명확했습니다.

따라서 부하직원들은 늘 긴장했지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이끌고 밀어 긴장을 편하게 느끼게 하는 특기를 발휘했고 자연스럽게 공감과 소통이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철학은 조직을 이끌어 가는 바탕으로 ‘중심성성’(衆心成城)을 놓았습니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단결하면 성처럼 굳어진다는 뜻은 2만여명의 직원이 움직여 국가재원을 조달하는 국세청에는 아주 적절한 의미였습니다.

이처럼 취임 당시부터 조직 전체가 하나가 되는 문화에 큰 정성을 들여 이제 중심성성은 국세청 조직문화의 명확한 틀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국세청을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남긴 말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세정생태계와 국민들의 눈높이는 무서울 정도로 변화하는 현실에서 관리자의 솔선수범과 직원들의 열정을 하나로 묶어내면 어떠한 역경도 지혜롭게 헤쳐 나갈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끝까지 하고 싶은 말이 중심성성이었던 것입니다.

재임기간 중 스스로에 강조하고 또 강조했던 말이 아마 ‘이청득심’(以聽得心)이었을 것입니다. ‘귀 기울여 들으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간단한 것 같지만 자기 말을 우선하는 시대에 살면서 남의 말을 들어주고 마음까지 얻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결국 상대방의 말을 들어 주고 마음을 얻는 일만큼 소중한 것도 없습니다.

직접적인 비유로는 어렵겠지만 온 국민에게 큰 감동을 선물하고 떠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기간 중 “공감하고 진지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상대방에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열 수 없다면 진정한 대화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해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대화가 독백이 되지 않으려면, 생각과 마음을 열어 다른 사람, 다른 문화를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목민심서도 있었고, 이를 철학으로 둔 다양한 발걸음도 이어졌습니다. 경청과 이청득심 또한 국세청에 남긴 큰 발자국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Ⅲ.

‘몰입하면 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 자리는 자신이 갖고 있는 에너지의 120%를 써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역대 국세청장 중 한 분은 격무, 연일 이어지는 열정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두고 ‘국세청장 엔돌핀’이 별도로 생성되는 것 같다며 웃은 적이 있습니다. 별도의 에너지가 생성되지 않으면 정상적인 수행이 어렵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하면서 근본부터 바꾸는 일이 이어졌고, 국세청에게는 절대적인 경기가 바닥권에서 헤어나지 못해 안쓰러울 정도로 어려움이 아주 많았습니다. ‘세수만 되면 국세청도 할만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세수압박이 국세청에 주는 부담은 가히 절대적입니다. 그 부담과 압박을 한 몸에 받으며 달 밝은 밤 '수루'에 홀로 앉아 있는 시간도 많았을 것입니다.

상황이 어려워도 차분하게, 소리 나지 않게 국세청을 이끌면서 열어가야 할 지표를 정확히 제시하며 걸어 온 길이었습니다. 어려울 때 힘들게 일해서 아마 더 기억에 오래 남을지도 모릅니다. 특히 조용한 사람도 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퇴임식에서 세월의 흐름에 따라 무거운 짐만 남긴 채 떠난다면서 변함없이 국세청을 응원하고 함께했던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큰 짐 내려놓았으니 이제 ‘훌훌’이라는 것도 한번 해 보시지요. 아울러 ‘저녁이 있는 삶’의 ‘사치’도 부려 보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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