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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우리는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稅政칼럼] 우리는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 kukse
  • 승인 2011.04.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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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 본지 논설위원
   
 
 
주변에 지인들이 아들을 군대 보내게 되었다고 걱정하면 늘 이런 말을 한다. “우리 아들도 작년에 제대하였는데 애들은 군대라는 델 다녀와야 비로소 남자가 되는 거야. 우리 나라 국방부가 예전의 국방부가 아니야” 그러니 제발 엄마들 보고 눈이 퉁퉁 붇게 울지 말라고 아버지가 미리 미리 오리엔테이션을 잘 해놓으라며 자세하게 개인레슨을 해주곤 한다.

요즈음 군대가 지극히 합리적이고 수용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어서 부모로서 아들 군대 보내도 걱정할 일이 없다는 유경험자의 열띤 경험담 전수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아들 입대하던 날 기분이 영 그러하니 저녁에 술이나 한잔 하자는 연락이 왔다.

입대하던 날 훈련소에 아들 밀어 넣고 돌아서서 집에 오는 내내 펑펑 울어대는 아내를 속수무책으로 방치(?)할 수 밖에 없었다는 친구 역시 자신도 옛날 고생하던 군대 생각에 마음 속으로 함께 울었다는 것이다.

아들 군대 보내는 엄마들은 눈물을 두 번 흘리게 된다. 입대하는 날이 그러하고, 아들이 입고 간 ‘사제 옷’ 소포 상자 속에 ‘엄마 사랑해요’라는 절절한 편지를 보내 오는 날이 그렇다. 말수 적은 아들 놈을 길러 이십 몇 년 만에 처음 듣는 말 ‘엄마 사랑해요’ 앞에 무너지지 않을 엄마가 있으랴.

그런데 국방부가 달라졌다. 그 것도 아주 많이… 요즈음은 입대 날짜를 군대 가는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화시켰다. 가고 싶은 병과까지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형제나 쌍둥이를 같은 부대에 배치시키는가 하면 자대 배치 이후에나 가능했던 면회도 이제는 훈련 기간 중에 허용된다고 한다. 부모들은 군 생활을 인터넷으로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획일성을 기강으로 알고 절도를 미덕으로 삼던 군대가 상전벽해의 변화를 해왔다. 소통하는 군대, 선택하는 군대, 신뢰받는 군대를 형성하고자 국방부는 끊임없이 노력해왔다는 점을 자식 군대 보내본 부모들은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아직도 나라 지키러 가는 마당에 입대 일자 골라 가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미가제(神風)로 자폭하러 군대 가는 것이 아닌 바에야 학기말 시험 끝내고 입대하는 것을 탓할 일 없고, 복학 시점을 고려하여 입대하는 것도 사회적으로 생산적인 일이다. 일본식 획일주의적 병영을 ‘기강’이 선 부대라고 착각하는 이들의 사고로는 발랄한 신세대 아이들의 사고방식을 담아내기도 어렵거니와 그들의 애국심을 온전히 이끌어 내는데 효율적이지도 못하다.

믿고 자식을 보내 줄 수 있는 합리적인 군대가 아니면 장기적으로 병역의 의무가 온전히 이행될 수 있을지도 숙고하여야 한다. 병역을 면하고자 멀쩡한 집 자제가 탈골, 정신병 등 기상천외한 칭병을 하는가 하면 병풍 사건이 온 나라를 흔들어 놓았던 기억이 이를 웅변한다.

헌법에서 요구하듯이 대한민국 남자가 마땅히 치러야 할 상징적인 의무라면 첫째는 국방이요 둘째는 납세다. 납세의 의무도 국방의 의무 못지 않게 중차대하지만 이 역시 국방부의 대국민 군대생활 혐오를 극복하려는 노력처럼 많은 품을 팔아야 하는 측면이 있다.

생물은 생존을 위하여 자원 획득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동물은 먹이 경쟁에 목숨을 건다. 하물며 생물인 인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적자생존을 위하여 사람의 본성에 소유욕이 내재되게 되었다. 그런 소유욕을 과세당국이 탓한다면 이는 중력의 법칙을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우리는 납세를 달가워하지 않는 대중의 본성까지 미워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인정하고 납세의 의무를 온전히 이끌어 내는 데 많은 배려와 품을 팔아야 현명하다 할 것이다. 그래서 국세청은 진작에 NTA(National Tax Administration)라 표기하던 것을 NTS(National Tax Service) 라고 굳이 행정(Administration)을 서비스(Service)로 바꾸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징세기관인 국세청이 서비스 할 일이라고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급부행정의 대척점에 서있으면서 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딜레마일 것이다. 그런데 차제에 아이디어를 찾자면 국방부를 주목하는 것도 유의미하다.

금기시되던 일방적 입대일자를 자율선택하도록 사고를 전환한 것처럼 국세청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세무조사 개시일의 선택이 그 것이다. 정기조사는 대략 4년에 한번 받는다. 조사 받을 해가 오면 해당 기업에 세무조사통지를 한다. 다만 그 해 몇 월에 세무조사를 받을지 기업 사정에 따라 선택할 수도 있다는 넛지(Nudge) 안내와 함께 말이다.

수시조사야 갑자기 꼭 해야만 할 사정이 있다손 치더라도 정기조사는 이야기가 다르다. 수시조사는 ‘조사’(Audit이나 Investigation)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지만 정기조사는 조사 개시할 때마다 기업에 모두(冒頭) 설명시 강조하다시피 달리 잘못되어서 나온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점검’(Exam)해보는 것이라면 굳이 정부가 불시에 예기치 않은 때를 특정하여 그 기간에 세무조사를 받으라고 강요(?)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게 마련인데 과세당국이 열흘 말미를 주고는 기계적으로 조사를 개시하면 기업은 기다렸다는 듯이 짧게는 한달, 길게는 두 세 달씩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는 현실이 못내 부담스럽다.

마침 합병이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고, 해외시장 개척으로 중요한 상황일 수도 있고, CEO가 가족의 말기암을 지켜 보아야 하는 경우도 있고, CFO가 아이를 낳아서 산후 휴가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기업들은 실제로 여름 휴가시즌에 개점휴업이거나 명절, 사업연도 말 마감 혹은 분기 마감인 경우들은 가능하면 비켜서 조사 받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과세당국에게는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소소한 게 아니므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진정 이런 일에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조사 연기에 관한 국세기본법상 규정은 ‘국방부 시계’조차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평이다. 그런 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은 국세기본법에서 조사를 연기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유를 ‘천재지변’ 혹은 ‘이에 준하는 경우’의 수준에 두고 때문이다. 융통성 있게 대폭 완화된 규정 개정과 운영을 기대한다.

수십만 병력을 운영하는 국방부도 장병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영일자 선택을 귀찮게 여기지 않는다면 일 잘하기로 소문난 국세청이야말로 더욱 못할 바가 없을 것이다. 납세자들은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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