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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박수 받은 국세청...기대와 우려
[稅政칼럼] 박수 받은 국세청...기대와 우려
  • kukse
  • 승인 2011.06.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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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昌泳(본지 편집국장)
   
 
 
- 탈세혐의자가 당당하게 방송에 출연한다면…



국민적 신뢰가 핵심인 국세청 임무를 전제할 때 최근 국민들이 국세청에 보낸 박수는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말 그대로 ‘모처럼만에 국세청 참 잘했다’였다. 한동안 수모에 가까울 정도로 불신과 걱정의 대상이었던 국세청 입장이 한순간에 바뀐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는 이 사건은 다름아닌 국세청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것에 대한 일종의 기대였다.

국세청이 최근 세정운영 방향을 성실한 중소기업 납세자 등에 대해서는 ‘아주 편안하게’ 지원하고 지능적 탈세행위를 비롯해 고소득자·역외탈세 등 이른바 교묘한 탈세에 대해서는 엄정대응하는 방침이 국민적 공감을 얻고 있으며, 곧 세정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고소득자의 정교한 탈세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숨은세원 양성화를 위한 국세공무원의 발걸음이 바빠지자 국민들은 국세청에 ‘믿음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세청이 지난 주 사상 최대 규모의 ‘역외탈세범’을, 그것도 추징규모가 4100억원을 넘었다는 발표를 하자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언론도 국세청의 역외탈세 조사성과가 나오자 깜짝 놀랐고 우리사회가 추구해야할 궁극적 가치로까지 해석했다. 더욱 드라마틱 한 것은 천문학적 규모의 세금을 추징당한 역외탈세자가 국민들에게는 전혀 생소한 인물이어서 “아니 우리 주변에 저런 탈세범이 숨어 있었다니…”식의 흥분한 분위기마저 형성됐다.

이런 상황은 이현동 청장의 다부진 얼굴 표정 사진과 함께 국세청에 보내는 국민의 박수가 담겨져 모처럼 국세청 뉴스가 지면을 크게 장식했다. 국세청이 어떤 일을 해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가를 알게 해 준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계기가 된 사건이었다. 국세청이 정확하게 세금 거두겠다고 나서자 친절하겠다고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 보다 훨씬 큰 사랑과 기대를 받은 것이다.



국세청이 시도상선 권혁 회장의 역외탈세 발표를 하고 며칠 뒤 거액을 추징당한 권 회장은 한 방송의 대담프로그램에 출연해 여유있는 표정으로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는 ‘아주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권 회장은 자신은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성공한 한상(韓商)이라고 정의하면서 “국세청과 싸움을 할 생각은 없으며 법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그는 또 국세청이 해운업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조차 부족하다는 식의 설명을 이어갔으며 이번 과세의 핵심이 된 국내거주자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관련규정과 법해석의 추이까지 꿰뚫는 답변으로 이어갔다. 국세청이 이번에 ‘대박’을 터트린 과세에 대해서도 이중적 잣대로 판단된 것이며 자신은 한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국세청은 과세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베일에 쌓였던 자신에 대한 신상도 소상히 밝히면서 비록 외국에서 사업을 하지만 한국인으로의 자부심을 강조했고, 그동안 조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한 것도 잊지 않았다. 해운업 여건상 한국에서 사업을 할 수 없지만 한국 조선소에 배를 발주해 70여척 3조7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했으며, 일본의 보험료가 싸지만 한국보험회사에 가입해 100억원 이상의 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현금을 떨어트리기 위해’ 선원 수급이나 선박을 관리하는 회사를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고, 이제 나이가 60이 넘었으니까 조국에 대한 기여를 하고 싶다는 ‘소신’도 밝히면서 ‘해외사업’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람만 불면 흔들리는 대한민국 해운업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말도 했다.

권 회장의 주장을 요약하면 자신은 법률적으로 한국 거주자가 아닌 성공한 한상으로 기회가 닿는다면 조국에 기여를 하고 싶은 사업가인데, 과세권한이 없는 한국국세청이 이중적 잣대로 판단해 사상 초유의 탈세자로 만든 것이다. 이런 국세청과는 싸울 생각이 없고 법정에서 이 문제가 가리겠다며 신문 인터뷰는 물론 방송에도 출연해 자신의 주장을 적극 펴고 있다.

관행적으로 ‘김某’ ‘이 아무개’로 가려지는 탈세혐의자에 대한 표기를 감안한다면 혐의자가 직접 나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이 상황은 파격도 이런 파격은 없다.



국세청은 국민적 호응을 받고 있는 역외탈세 근절을 세정의 핵심과제로 삼고 각종 제도 도입과 함께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이번 권 회장 역외탈세 건에 대해서도 국세청은 과세를 자신하고 있다. 특히 국제거래를 둘러싼 대형 과세의 경우 그동안 방치돼 관행으로 녹아있던 곳을 새로운 과세영역으로 개척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가피한 품’정도로 여기고 있다. 이번 건의 경우 나름대로 사전검토와 준비도 치밀하게 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국제조세나 국제거래에 대한 과세의 경우 우리 국세청이 충분한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한 것은 현실이다. 우리가 법을 만들어 우리가 집행하는 것이 아닌 만큼 눈 뜨고 당한 것도 여러 건이고, 자신 있게 밀었다가 뒤끝이 흐려진 경우도 많았다. 권 회장이 이처럼 당당하게 밀고 나오자 벌써부터 로펌 주변에서는 수면아래에 있던 이 사건의 ‘생성배경 풀스토리’가 포장돼 흘러나오고 있고, 결국 국세청의 의욕이 ‘누구’ 좋은 일만 시킬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역외탈세는 분명 근절돼야 한다. 이제 간신히 조직과 제도를 갖추고 고군분투하는 국세청의 노력이 결실로 이어져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소망스러운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국세청은 너무 성급하게 결과를 기대하거나 조급하게 움직여서는 안된다. 상대는 지략까지 겸비한 노련한 ‘공룡’인데다 철저한 준비가 돼 있고 주변에 ‘원군’까지 충분한 존재인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성급하게 덤비다가 과거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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