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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政칼럼] 별 다방, 모비딕, 그물 어선
[稅政칼럼] 별 다방, 모비딕, 그물 어선
  • kukse
  • 승인 2011.05.1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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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鎭雄本紙 論說委員
   
 
 
별 다방, 콩 다방 하면 60~70년대의 복고풍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다방’에 들어서면 기와집 처마같은 곡선을 곱게 살린 한복을 차려 입은 연륜 지긋한 다방 마담이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젊은 ‘레지’들이 공손히 차 시중을 들던 한가로운 정경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요즈음 콩 다방은 Coffee Bean을 말하고, 별 다방은 Starbucks를 뜻한다고 한다.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은 소설 백경(Moby Dick)에 나오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에서 따온 이름이라고 한다. 그가 커피를 사랑하는 휴머니스트였기에.

스타벅스의 로고에 나오는 긴 머리 여인은 세이레네스 섬에 사는 사이렌(Siren)이라는 여신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소리를 듣고 끌려 가다 보면 배들이 모두 난파되고 만다는 오디시우스 신화에 나오는 그 여신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스타벅스 로고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끌려 들어가니 기막힌 로고가 아닐 수 없다.

소설 백경은 미국 소설가 허만 멜빌이 1851년에 쓴 해양소설이다. 포경선인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허브는 ‘모비 딕’이라고 불리는 난폭한 흰 고래(백경)에게 한쪽 발을 먹혔기 때문에 고래 뼈 의족을 하고 다닌다.

흰 고래 모비 딕은 여러 차례 포경선 작살을 맞아서 등에는 숲의 나무들처럼 여러 개의 작살을 꽂은 채 출몰하는 공포의 대상이다. 피쿼드호의 포경 선원들이 모비 딕에게 작살을 던지며 공격하지만 오히려 모비 딕의 반격으로 작살에 연결된 밧줄들이 서로 뒤엉키며 보트들이 파괴된다. 선장은 백경에게 작살을 꽂았으나 작살 줄이 선장의 목에 휘감기며 바다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유능한 선원들과 피쿼드호마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지금도 작살을 쓰는 어부가 있기는 하지만 작살을 들고 바닷물 속으로 뛰어드는 스킨 스쿠버식 고기잡이는 해양 휴양지에서 관광객을 위한 여흥코스로나 어울리지, 먹고 살아야 하는 직업적 어부라면 매우 비생산적이고 전근대적이다.

이를 극복하는 현대적 어업은 그물을 치는 것이다. 바다 널리 고기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쳐놓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물만 잘 내리면 작살 어부가 한 달을 자맥질 하여 잡아야 할 양보다 많은 생선이 한 방에 끌려 오는 것이 그물 어선이다.

치어는 빠져 나가도록 원하는 대로 그물을 짤 수 있다. 의도하는 일정 크기 이상의 생선들은 모두 잡히게 되어 있다. 고기 입장에서는 모두 공평(!)하게 잡히므로 ‘왜 나만 잡느냐’는 불평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전혀 다른 곳에서 긍정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세무조사로 조세정의를 실현하려고 하면 ‘왜 나만 혼내려 하느냐’는 상투적인 반발을 만난다. 조세정의를 작살을 든 스킨 스쿠버처럼 고기 한 마리를 쫓아 다니는 개별조사를 통하여 실현하려고 하면 인력 낭비 등 행정적 부담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모름지기 세무행정의 궁극적 성공은 불협화음 없는 세무신고의 ‘성실도 제고’에 있을 것이다. 시끄러워서 좋을 일은 없다. 오로지 사후적 조사를 통하여 성실신고를 담보하려 하다 보면 저항과 잡음이 많다.

이보다는 신고 취약부분에 대하여는 사전적, 지속적 ‘표지판’ 기능의 제도화에 역량을 모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물 어부의 지혜를 벤치마킹 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조세 추징사건들이 적지 아니 법원으로 가고 있다. 3∼5년씩 걸려서 대법원에 이르면 대법원은 과세관청 손을 들어 주기도 하지만 납세자 손도 적잖이 들어 주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에 대법원에서 판결이 있은 금융상품 조세소송은 동일 쟁점에 납세관련자가 수만 명에 이르는 경우였고, 수익적 소유자(Beneficial ownership) 관련해서는 소송가액이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이르는 대형소송들이 많다. 적지 않은 경우 사전적인 가이드라인(표지판) 기능이 있었다면 조사적출대상도 되지 아니하고 불복도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가진다.

아울러 불복사건들을 승소하는 데에만 과세관청이 관심과 에너지를 쏟을게 아니라 향후 사전적으로 대형사건들이 예방될 수 있는 시스템을 여하히 조직에 도입할 수 있는지에 포커스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찰행정은 예방경찰이 최선이다. 여론은 도난사고나 강력사건이 나면 치안유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치안당국에 그 책임을 묻는다. 범인을 잡고 못 잡고는 그 다음 이야기이다. 결과 보다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 원인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경찰은 사전적으로 순찰을 강화하고, 가로등과 무인카메라를 우범지역에 설치하여 범행감소효과를 보고 있다. 사회복리로 보면 범인을 잡은 경찰이 영웅이 되기보다는 평소에 범죄를 예방하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예방경찰이 진정한 영웅으로 대접받아야 옳다. 조세행정에서도 사전적·적시적인 조세 가이드라인 생산 및 정확한 조세상담 제공기능이 강화되고 그 일에 성과를 내는 이들이 영웅이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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