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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땅콩 회항의 교훈
[칼럼]땅콩 회항의 교훈
  • 日刊 NTN
  • 승인 2014.12.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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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본지 주필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 12월 5일, 자정을 갓 넘긴 쌀쌀한 활주로에서는 대한항공 086기가 이륙을 위하여 활주로로 이동하고 있었다. 250명의 승객을 태운 비행기 안은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에어버스 A380 점보기 1등석엔 단 두 명의 여성 승객이 탑승하고 있었다. 점보기의 가속에 답하듯 Heather Cho라는 긴 머리 승객이 화를 내기 시작한다. 여자 승무원이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무장도 꿇었다. 서류 바인더가 날아가 여자 승무원의 가슴팍에 맞고 바닥에 나뒹군다.

이쯤에서만 끝났어도 일은 조용히 묻혔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승무원들에게 폭언을 하고 밀어 부치는가 하면 급기야 비행기를 램프로 되돌리게 한 다음 사무장 마저 내쫓는다.

미국 LiveATC.net이라는 웹사이트는 공항 관제탑 무선 내용을 녹음하여 올리는 곳인데 “그래서 승무원을 교체하겠다는 건가? 사무장이 내려야 한다고?”라고 놀라워하는 20여분간의 교신 내용을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며칠 못 가 Heather Cho의 신분이 SNS을 통하여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다름 아닌 그 항공사 회장의 맏딸이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마저 모두 이 사건을 주시하기 시작한다.

Forbes는 대한항공의 대형재앙들을 환기시킨다. 1997년 괌에서 보인 747로 산등성이를 들이 받아 228명의 승객이 사망한 사건과 1983년 러시아에서 같은 기종이 격추되면서 269명이 사망한 사건들이 그 것이다.

당시에도 대한항공 오너들의 경영 스타일에 문제가 많아 청와대까지 걱정하였다는 거다. 지금이나 그 때나 모두 재벌 오너들의 경영 스타일(modus operandi)이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싸이에 이어 글로벌하게 이름을 알린 한국인은 Heather Cho이다. 그녀의 한국이름은 다름아닌 조현아다. 물론 그녀를 그리도 유명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땅콩이었다. 영어에서는 땅콩을 비롯한 견과류를 nut라 부른다. 그런데 ‘노발대발하다(뚜껑이 열리다)’라는 표현은 ‘go nuts’다. 여기서 nut는 별난 사람 혹은 이상한 사람이란 뜻이다.

2014년을 보내며 그녀는 마카다미아 nut 하나로 자신이 super nut 임을 전세계에 알렸다. 그뿐이랴. 그녀 덕에 항공사 마저 Nuts Air가 되었다. 이에 인수분해의 대표 등식도 등장한다. Korean Air=Nuts Air. 여기서 공통인수인 Air를 제거하면 Korean=Nuts 가 된다. 한국인은 모두 nut가 된 거다.(앞으로 나라 이름 쓰면 국호 사용세를 신설 징수하자. 이런 게 창조세금이다.)

아무튼 월스트리트 저널은 “그녀는 승객에 불과하다. 승무원으로 탑승한 게 아니다. 승객이 항공기를 램프로 돌리게 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한다. 가디언 역시 “앞으로 절대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겠다. 북한의 고려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나은 이상한 순간이다" 등의 뼈아픈 트위터 내용을 전하고 있다.

온 세상이 이러한데도 사태를 수습하고자 보여준 항공사 수뇌부의 판단과 행동은 세상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아니 세상 인심을 거슬러 역주행하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승무원들 집에까지 찾아가 허위진술을 종용하는가 하면, 국토부 화장실조차 공주님(그녀에 대한 회사직원간의 호칭이라고 한다)이 사용할지 모른다고(대한항공 소유인양) 청소를 시키고, 공주님이 나오시면 추워하실까 봐 무려 4시간 동안 대기 차량의 엔진을 공회전시켰다고 보도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국토부에 출석하는 젊은 그녀를 나이 지긋한 대한항공 임원들이 옹위하자 노령의 장군들에 둘러싸인 김정은과 오버랩 된다는 걱정까지 나온다.

승무원이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갈 때에도 회사가 나서서 감시하듯 동행하고, 대담하게도 검찰 조사실까지 입회를 시도하다 쫓겨나는 사태를 목도하면서 대중은 경영진의 사고 방식이 얼마나 시대를 읽지 못하는지 안타까워한다.

오죽하면 같은 재계 관계자마저 “한 대 얻어맞고 끝날 일을 대한항공이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사건을 ‘게이트’로 키웠다”며 “대한항공을 알리려는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이번 사태에 대한 대한항공 측의 대응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는다.

여론이 비등하면서 회사내 커피숍마저 재벌 딸들이 운영하고, 직원들 성형수술도 남편이 있는 특정병원으로 몬다느니, 면세점 목표 금액을 강요하여 여직원들이 돈을 모아 물건을 산다느니 하는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이 흘러 다니고 있다.

모름지기 현대에는 민관을 막론하고 경영자가 감성경영을 모르면 자신은 물론 그 조직의 앞날마저 위태롭게 만든다. 그럼 어떡하란 말이냐 물으신다면 IQ 경영을 지양하고 제발 EQ 경영을 하라는 거다. 경영진이 머리만 굴리지 말고 가슴을 열고 구성원 및 고객과 감성적으로 소통하라는 말이다.

현대의 소통은 제도권 언론이 사적 네트워킹을 따라가야 하는 세상으로 변했다. 개인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가 더 빠르고 파급력이 더 크기 때문이다. 오렌지 혁명에서 보듯이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되어 정권을 무너뜨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한류나 강남 스타일이 세계로 퍼져나간 과정도 그러했다. 그 덕에 가장 큰 혜택을 입은 건 기업들이다. 수출뿐이랴. 명동은 해외 구매자들로 만원이어서 홍콩이나 상해로 착각하게 만든다.

대중은 갈수록 현명해지고 감성에 즉각 반응하므로 여론은 더 다기화되고 다방향으로 생성 유통되고 있다. SNS가 성장하는 만큼 제도권 미디어의 영향력은 쇠락하고 있다. ‘카더라’의 사이클론을 타면 스타도 되고, 모든 게 수포가 되기도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모름지기 조직 성공의 비결은 마음을 얻는 감성 운영에 있다. 구성원의 마음도, 고객의 마음도, 납세자의 마음도 매한가지다. 공주님은 정당했고, 오로지 사무장과 승무원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회사측의 중세적 사과문은 대중을 자극하였다. 결국 공주를 구하려다 뼈아픈 악수(惡手)만 둔 셈이다. 조직의 관리자들이여 이제부터는 IQ를 버리고 EQ로 풀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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