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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임환수 국세청장의 ‘산중수복’
[국세칼럼] 임환수 국세청장의 ‘산중수복’
  • 日刊 NTN
  • 승인 2015.01.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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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세종시대'를 열어가는 국세청을 보며…
정창영 (본지 주필)

을미년 새해를 여는 임환수 국세청장 신년사의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아주 절묘했다. 지금의 국세청이 처한 현실에 맞는 기가 막힌 표현을 찾아내 대입했으며, 그 속에 담긴 고뇌가 엿보인다.

산중수복(山重水複). 이렇게 떼어내 일반적으로 쉽게 쓰는 말은 아니다. 더욱이 한 해의 희망과 힘찬 용기를 담아야 할 신년사에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사자성어다. ‘갈 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난제가 가득한 상황(山重水複疑無路)’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비록 어려움이 있어도 가능성을 용솟음치게 해야 하는 신년사에 ‘가야 할 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어려움만 넘쳐납니다’라는 표현을, 그것도 신년사 앞머리에 넣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산중수복’은 자리했고 아주 적절한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무리 새해라고는 하지만 올 국세청이 풀어 나가야 할 과제와 국세행정이 짊어질 짐을 생각한다면 단지 ‘산중수복’이라는 표현이 문제가 아니다.

산중수복은 기본설정이고 여기에 해는 떨어지고, 배는 고프고, 아이 업은 상태에서 화장실마저 급한 상황이 추가된다고 해도 결코 과장된 설정이 아니다.

임 청장은 ‘최근의 세정여건이 어려운 경제상황으로 세수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탈세와 불복이 더욱 지능화·전문화되고 있는 산중수복(山重水複)의 형상’이라고 밝혔다. 상당히 함축된 의미가 있는 말이다.

바닥권 경기에 세금 들어 올 곳은 뻔한 데 그나마 낼만한 곳에서 산과 물이 되어 흐름을 가로막는다는 뜻이다. 탈세는 밉고, 불복은 얄미운 것이다.

 Ⅱ

물론 어렵다고 어깨 처지고 풀 죽자는 뜻은 분명 아닐 것이다. 단지 어려움을 딛고 이겨내기 위해 전제한 것뿐이다.

임 청장은 ‘세종시대의 서막’을 여는 국세청이 재설계된 조직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효율을 내고,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을 장착해 지혜와 마음을 모은다면 ‘세입예산 확보’라는 국세청 본연의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금징수와 관련해 임 청장은 납세자들이 자발적으로 성실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방안을 최우선 실행과제로 꼽았다. 납세협력 비용도 최대한 줄여 국민이 편하게 세금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국세행정의 ‘포커스’를 맞추겠다고 밝혔다.

현 시점에서 적어도 세수차원에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묘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있을 수도 없고 ‘기본에 열중하자’는 취지다.

다만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악의적 탈세행위는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내용과 정당한 과세처분은 끝까지 유지되도록 새로운 소송대응 체계를 잘 활용하겠다는 정도가 그나마 ‘열심히’ 세금 걷겠다는 내용의 핵심이다.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수없이 강조했던 내용과 실제로 운영해 온 ‘국세행정 운행일지’와 별반 다른 내용이 없다. 실제로 무리한다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비록 현실은 어렵지만 그 상황에서 주요과제를 정리해 난관을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가 스며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올 국세청의 고민이 출발하고 있다. 아니 올해만의 고민이 아니고 지난 몇 년 전부터 ‘코를 빠트리며’고민했던 고통의 연장선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 청장 스스로 밝혔듯이 국세청 본연의 임무는 ‘세입예산 확보’에 있다. 현재의 국세청 능력이나 국세행정의 수준과 장비(시스템)를 감안하면 세수를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런데도 국세행정 전반을 훤히 꿰뚫고 있고, 세무조사에 관한 한 전무후무한 경력을 갖고 있는 임 청장이 연초 신년사에서부터 ‘산중수복’을 전제하며 비장한 표정을 짓는 것은 물어 볼 것도 없이 올 우리나라 경제와 경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을미년 새해를 시작하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예상과 내수경기에 대한 전망은 어두운 정도가 아니다. 암담한 상황이다.

세금 거둘 준비가 아주 잘 돼 있는 국세청이지만 애민(愛民)할 균공(均貢)의 기반이 없으면 의미는 반감된다. ‘애민’이 목적가치라면 ‘균공’은 수행가치인데 목적은 공감하지만 수행할 여건이 없으면 도달은 어렵게 된다.

경제가 살고 경기가 일어나지 않으면 세금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국세청의 고민이다. 설명이 필요 없는 형국이기도 하다.

 Ⅲ

최근 몇 년 사이 ‘신뢰받는 국세청’과 ‘준비된 국세청장’이라는 표현을 쉽게 접했다. 그 많던 문제를 비록 ‘고액 수업료’는 냈지만 이제 많이 해결했는데 그동안 잘 나가던 세수가 발목을 잡아 ‘신뢰’도 ‘준비’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행정 전문가들은 이 점을 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경기 여파에 따른 세수문제는 특별한 대책이 어려운 만큼 이 상황을 국세행정 내실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공정한 날’을 준비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이런 상황에서 접한 임환수 청장의 신년사 중 ‘산중수복’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원래 ‘산중수복’은 육방옹(陸放翁)으로도 불렸던 중국 남송 시대의 시인 육유(陸游)의 칠언율시 유산서촌(遊山西村)의 한 대목이다.

山重水複疑無路(산중수복의무로) 柳暗花明又一村(유암화명우일촌)

해석하면 이렇다. 산이 첩첩하고 물이 겹겹이라 길이 없을 성 싶지만 저 너머에는 버들나무 짙은 그늘에 꽃향기 풍기는 마을이 있다.

분명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을미년 ‘세종시대’를 여는 국세청이 연초부터 기죽지 말고 기운을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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