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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청양(靑羊)의 해와 지천명(知天命)
[국세칼럼] 청양(靑羊)의 해와 지천명(知天命)
  • 日刊 NTN
  • 승인 2015.01.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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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본사 논설위원

‘원미동 사람들’의 문인 양귀자, 다이나믹 축구감독 허정무, 미남 배우 케빈 코스트너, 영화 흥행 보증수표 작가 존 그리샴, 기부 모범생 빌 게이츠, 파란만장한 애플 악동 스티브 잡스, 세자르 영화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프랑스 배우 이자벨 아자니, 중국의 인권운동가 류샤오보….

이 분들은 국적과 직업이 달라도 한 가지는 공통점이 있다. 그게 뭘까? 해답은 모두 1955년에 태어난 분들이고 올해 환갑이 된다는 거다. 1955년은 을미년 양띠 해였다. 물론 올해도 을미년(乙未年) 청양(靑羊)의 해다. 정확히 60년만이다.

을미년이 간지(干支)상 양의 해라는 것쯤은 알겠는데 궁금한 건 왜 푸른 양이냐는 거다. 그건 10간이 각각 고유한 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란다. 10간은 오행의 색깔에 따르는데 갑을은 청색, 병정은 적색, 무기는 황색, 경신은 백색, 임계는 흑색으로 나뉘기 때문에 매번 띠의 색이 달라진단다.

주지하시다시피 간지(干支)는 10간과 12지가 맞물려 조합을 이루는데 같은 해가 다시 오기까지는 두 숫자(10, 12)의 최소공배수에 해당하는 60년이 걸리므로 간지를 60갑자(甲子)라고도 부른다.

이를 나이에 적용한 게 환갑(還甲) 혹은 회갑(回甲)인데 예전엔 평균 수명이 짧다 보니 환갑을 맞이하는 건 장수(長壽)여서 매우 행복하게 여겼다. 물론 요즈음엔 평균수명이 늘어가고 있어 환갑의 의미가 많이 퇴색하였다.

세상이 바뀌다 보니 지금은 60대 분들에게 노인이라 부르면 큰 결례가 되는 시절이 되었다. 농담스럽지만 60대는 청년회(!) 소속이고, 70대부터나 경로당 출입이 가능하다는 거다.

70대는 되어야 비로소 초로(初老)로서 노인회 회원자격이 생기고, 80대는 중로(中老)이며, 90대 이상이 되어야 비로소 장로(長老)라 하여 진정한 어른 대접을 받는다는 거다.

옛날로 가면 실제로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 수명이 불과 47세였고(김우겸의 ‘한의학과 현대의학’), 조선 후기 양반들의 평균 수명은 대략 53세에서 59세였다(동아일보, 2011.8.8.). 영아사망률까지 감안하면 당시 평균수명은 24세 정도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신동원, ‘조선사람들의 생로병사’).

그러나 보니 놀랍게도 여아가 16세에 이르면 과년(瓜年)하다 하여 혼기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20세가 되면 남자는 약관(弱冠)이라 하여 갓을 쓰는 나이며, 여자는 꽃다운 나이가 되었다 하여 방년(芳年)이라 불렀다.

30세가 되면 이립(而立)이라 하여 마음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야 하고, 40세에는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불혹(不惑)의 나이라 하였다. 50세에는 지천명(知天命)이므로 하늘의 뜻을 절로 깨닫는 나이라고 생각하였다

60세에 이르면 이순(耳順) 혹은 육순(六旬)이라 하여 귀가 순해져서 모든 말을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들을 수 있는 나이라고 보았다. 61세에는 환갑(還甲) 혹은 회갑(回甲)이라 불렀고, 62세에는 새로운 간지가 시작된다 하여 진갑(進甲)이라 하였다.

70세는 고희(古稀) 또는 칠순(七旬)이라 부르는데 이는 뜻대로 행하여도 어긋나지 않는다 하여 종심(從心)을 뜻하고, 100세에 이르면 상수(上壽)라 하여 하늘이 내려준 나이라 불렀다.

국세청이 작년 말로 서울을 떠나 세종시에 안착하였다. 공기가 신선하고, 청사 옆 유치원에선 병아리 같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시위대와 대기오염에 익숙하다 내려오니 이 또한 서울에선 맛보지 못하는 일종의 호사(!)란다.

1966년 개청 이래 50년 가까이 서울을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던 국세청이 서울에서 불혹(不惑)의 세월을 보내고, 이제 새로운 곳에서 지천명(知天命)을 기다리게 되었다. 천명(하늘의 뜻), 즉 세상의 순리(順理)를 절로 깨닫는 곳이 된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수장이 취임하면서 보여준 일련의 인사정책에 2만여 현직은 물론 밖에서 지켜보는 수 많은 전직들마저 성원을 보내고 있다. 통찰적 행보라서 과세관청이 불혹을 지나 지천명의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작금에는 베이비부머의 대량 퇴직과 사회적 역풍으로 인력유출이 심하여 인재들이 과다 유출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았는데 역전의 노장들을 우선적으로 적재적소에 기용하고, 상대적으로 젊은 인재 풀을 아껴 조로(早老)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묘수는 공리적(公理的)으로 보인다.

새 청사에서 전국 관서장 회의가 곧 열릴 예정이란다. 안타 인사에 이어 금년 주요업무 추진방향 역시 대외 홍보용이 아닌 차분하고 내실 있는 것들이었으면 싶다. 합리적인 세원관리, 세수 중립적인 조사관리 등 주요 분야에서 엄정 위민(爲民)하면서도 조용하고 합리적인 방향 제시가 있기를 기대한다.

적극적 탈세엔 추상같아야 하겠지만 일상적인 예규 생산, 불복업무, 정기조사 등에서 지천명을 바라보는 징세기관 답지 않게 자칫 개별 세수에 욕심을 내 합리성과 위민의 자세를 흩뜨린다면 신뢰세정이라는 핵심자본을 잃게 된다.

세간의 신뢰를 잃으면 모두를 잃은 거나 매한가지다. 제반행정은 국민을 위하라고 있는 것이지 국민을 상대로 어느 한편이 이기고 지는 승부게임을 하라고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것이 비록 사소한 질의회신이든 적부심이든 오로지 합리적 위민(爲民)만이 있을 뿐이다.

양(羊)은 상형의미상 美, 善, 祥과 통한다. 큰 양(大羊) 두 글자가 위 아래로 합쳐지면 美가 되고, 나(我)의 좋은 점(羊)들을 모으면 의로울 義가 된다. 새로운 리더를 맞아 세종시 시대를 열며 올 해는 더욱 양을 닮은 의(義)로운 세정이 펼쳐지리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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