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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권 확립 목적으로 인한 합병비율 '논란'
기업 지배권 확립 목적으로 인한 합병비율 '논란'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5.06.1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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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의원 "주주들 납득 가능한 합병비율 산정 방식위한 제도적 장치 필요"

삼성물산 합병비율 시가 기준 1 : 0.35 → 주당 순자산가치 기준 1 : 2.19

SK C&C·SK 합병비율 시가 기준 1 : 0.74 → 주당 순자산가치 기준 1 : 4.69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추진과 관련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네덜란드연기금(APG) 등 각국 연기금들도 합병비율의 불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각국 연기금들은 장기투자를 하는 기금이므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매할 가능성은 없는 반면,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후 이어질 삼성그룹의 기업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번 논란이 삼성 측의 신중한 접근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현행법상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에 따라 상장법인간 합병일 경우 시가를 중심으로 한 계산법(합병계약일 전 1개월간 평균종가, 1주일간 평균종가, 전일 종가를 가중산술평균한 뒤 할인 또는 할증)을 이용해 합병비율을 결정한다. 또한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이 합병하는 경우에는, 비상장법인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산술평균해 결정하며 상장법인은 주가가 순자산가치에 미달하는 경우 순자산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은 법과 절차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에서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불이익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상당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0.35이지만, 주당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할 경우 오히려 역전되어 1:2.19가 되기 때문이다. 2015년 3월 말 기준 제일모직의 연결순자산은 약 4.7조이며, 주당 순자산가치는 40,613원이 된다. 한편 삼성물산의 2015년 3월 말 기준 연결순자산은 약 13.4조이고 주당 순자산가치가 88,760원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삼성물산의 시가총액(보통주)은 8.1조 가량인 반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가치만 해도 13조(삼성전자 8.6조, 삼성 SDS 3.5조 등, 2015.3. 기준)에 달하고 있어, 삼성물산의 주가가 보유한 자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심하게 저평가되었다는 점은 자명하다.

물론 기업의 합병비율을 주당 순자산가치만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합병비율이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려면 예컨대 시가와 주당 순자산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등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는 자본시장에서 이번 합병비율을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장에서 ‘비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이는 합병 비율을 통해 삼성그룹의 지배주주는 지배권 차원의 이득을 얻지만, 소액주주는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한편 이런 문제는 삼성의 경우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합병주총을 앞두고 있는 SK C&C와 ㈜SK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SK C&C와 ㈜SK의 합병비율은 1:0.74였지만, 주당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산정하면 비율이 역전되어 1:4.69가 된다.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배권 확립과 강화 차원의 기업 합병 절차가 앞으로도 지속될 수 밖에 없으며 삼성그룹만 해도 승계 작업에서 앞으로 몇 차례 더 합병 및 분할 등의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 등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이 3, 4세 승계 과정에서 지배권 확립을 위해 인수합병 절차를 거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재벌들의 3, 4세 경영권 승계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별개로 하더라도, 합병비율에 대한 끊임없는 적정성 논란과 문제제기는 또 다른 사회경제적 비용을 계속 유발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김 의원은 "제일모직의 주가 상승은 기업의 실적보다는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과정 중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 되리라는 기대심리로 인한 것이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반면 삼성물산은 건설분야의 실적부진 등과 관련해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바로 그 시점에 합병이 이루어져 이는 현행법이 단기 시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하도록 한 것을 이용하여, 합병비율을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결정하기 위해 시점을 선택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고, 논란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식 의원은 "그런 점에서 이번 논란을 ‘먹튀 해외자본의 국민기업 삼성그룹에 대한 경영권 위협’이라고만 보는 것은 일면적이고 근시안적인 관점보다는 이러한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배경(합병비율 산정 방식 등)에 주목하고, 앞으로 진행될 추가적인 인수·분할·합병 과정에서 반복될 적정성 논란을 시장에서 불식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만드는 것이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을 위해 더욱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장치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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