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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정이 稅心에 무디다면…
[칼럼] 세정이 稅心에 무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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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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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심재형(NTN 주필)
   
 
 
시내 을지로에서 30여 년간 도매업을 하고 있는 어느 토착 사업자는 요즘 심기 불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에 점포 문을 여는 순간부터 마음이 무거워 진다. 그러자니 손님맞이도 즐겁지가 않다. 요 며칠간을 이렇게 꺼림칙한 기분으로 ‘하는 둥 마는 둥’ 장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마음의 병은 국세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 통지서를 받고나서 부터다.

조사공무원이 이 업소를 처음 방문한 것은 10여일 전.― 이날 조사공무원들은 ‘앞으로 30일간의 일정으로 귀 업소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내용의 통지서만 남기고 일단 철수(?)를 했다. 하지만 이 사업자는 그날 저녁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3~4평 되는 좁은 사무실내에 조사공무원이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어렵사리 마련 한다.

납세자 배려 왜 그리 인색 한가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다음날 마음 단단히 가다듬고 이제나 저제나 오실까 조사공무원을 기다려 보지만 소식이 감감이다. 그러기를 10여일. 진이 빠진 이 납세자는 아름 아름으로 수소문 해 본 결과 공연히 마음고생 했다는 생각에 분한 마음이 들더라는 것이다. 조사공무원의 작은 배려만 있었던들 10여일을 피 말리는 긴장 속에 보내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실은 이 업소 조사팀들이 ‘한 달간’의 일정으로 상부로부터 배정 받은 조사 기업은 여기 한곳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당해 업소를 포함 모두 6~7개 정도였던 것.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개 업소 당 조사기간은 4~5일에 불과하다는 답이 나온다.

그런데도 이들은 대상 업소 각각에 대해 ‘30일 간’이라는 일률적인 통지서를 보낸 모양이다. 조사팀을 이끄는 책임자 한사람이 조금만 신경을 썼던들 이 같은 피해(?)는 미연에 방지됐을 사안이다.

이런 납세자 붙들고 ‘세무조사 기간 단축 획기적 제도 개선 운운…’해 봤자 한번 떠난 세심(稅心)은 되돌아오기가 어려운 법이다. 그렇잖아도 요즘 세(稅)字와 관련 있는 사람들은 국세청의 조사행정에 대해 한마디 거들기를 주저치 않는다. 더구나 최근의 세정 동향이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에 쏠려 있는 탓인지 세무대리업계 어디를 가나 이곳 역시도 화두가 ‘세무조사’다.

지난달 국세청이 전국세무관서장회의를 통해 밝힌 조사행정 개선 방안에 대해 나름의 평가가 한창인 것이다. 그 가운데 화제의 중심은 단연 성실·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기간 축소’ 내용이다.

따뜻한 세정이 잘 傳導되려면…

말할 필요도 없이 납세계층은 이에 쌍수를 들어 화답하고 있다. 조사기간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조치에 대해서도 안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와 달리 조사업무 종사자들의 표정은 상대적으로 무겁다. 새로운 짐을 하나 더 짊어지게 됐다는 반응들이다.

조사기간 축소와 효율적 세무조사와의 조화 여부를 내심 걱정하고 있다. 우리 내 납세환경을 염두에 둔 현질적인 고민이다. 이들은 세무조사 시 필수자료를 제때에 제출치 않는 기업이 적지 않은 현실에서 조사기간 단축은 상당한 부담이 될 것 이라는 사실에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조사연장 기업의 대부분이 자료제출 불성실에서 비롯됐다면서 향후 이런 기업에 대해 강한 페널티를 주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국세청 수뇌부라고 이러한 세정 현실을 모를 리가 없다. 세정 운영상의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라도 납세기업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국세행정 총수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세행정의 품위와 신뢰감은 국세청 상층부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납세자와 늘 접촉하는 일선 실무자들의 행동거지에서 세정의 평가가 좌지우지된다. 서두의 경우처럼 때에 따라서는 최 일선의 아주 사소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 조직 전체의 이미지를 그르칠 수도 있다. 그러기에 국세행정 최고 책임자가 아무리 세정 설계를 잘해 놓아도 세정의 ‘전도사’격인 일선 실무자들이 이를 뒷받침해 주지 않으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

조직 上· 下간 장단이 맞아야

지금 세정가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성숙된 국세공무원들의 직업윤리에 매우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세무부조리 차단에만 급급한 나머지 납세자에 대해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이 매우 아쉽다는 불만의 소리도 내고 있다. 이들은 ‘따뜻한 세정’이 납세자들에게 잘 전도(傳導)되기 위해서라도 일선 세정이 좀 더 충실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직 상· 하간 서로 엇박자를 낸다면 매사 될 일이 없다는 충고를 겸한 고언(苦言)인 것이다. 때마침 지난 주말 한 TV방송 시청자 고발 프로에서 생생히 방영된 어느 납세자의 절규(?)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던 국세당국자로서는 귀 담아 들어야 할 교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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