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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포음] 보수와 대구와 유승민의 ‘미래’
[세종포음] 보수와 대구와 유승민의 ‘미래’
  • 日刊 NTN
  • 승인 2015.07.1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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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청와대와 거리를 유지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역대 집권여당은 청와대 뒤치다꺼리하고, 하수인 역할 하다가 결국은 여당까지 같이 망하는 걸 봐왔지 않습니까. 대통령과 여당이 서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해요. 그렇게 하려면 지금의 당 지도부로는 어림도 없죠. 당 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이 청와대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야당이 뭐라고 비판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잘못을 시정하는 역할을 해야죠. 잘하면 도와주고, 잘못하면 견제 역할을 할 때 청와대와 여당이 모두 좋아집니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2013년 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박근혜정부가 갓 출범한 시점이다. 그때 당 대표는 황우여 현 사회부총리, 원내대표는 이한구 의원이었다. 당시 유승민은 친박계 일색의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질질 끌려만 다닌다며 안타까워했다. 집권 초반에 여당이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청와대 입만 쳐다봐선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박근혜정부는 출범 과정에서 극심한 인사참극을 겪었고, 국정원 대선개입 파동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여당 지도부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박 대통령의 임기 3년차가 시작되는 올해 초 유승민은 원내사령탑으로 지도부에 입성했다. 그는 2년 전 말한 대로 ‘청와대 뒤치다꺼리’ ‘하수인’ 노릇을 거부했다. 대선 공약인 ‘증세없는 복지’를 ‘허구’라고 했다. 박근혜정부 5년간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계획인 134조원의 공약가계부에 대해 “더 이상 지킬 수 없다”고 했다. 그러다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새로운 보수의 길’을 제시했다. 친박계에선 “새누리당에 트로이 목마가 들어왔다”고 잔뜩 경계했다. 청와대에 수많은 ‘유승민 보고서’가 올라갔다고 한다.

 

결국 박 대통령은 유승민이 주도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경제살리기에 협조하지 않고 자기 정치만 하는 여당 원내사령탑은 필요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유승민의 신(新)보수 실험은 일단 실패했다. 실험무대를 잘못 선택한 측면이 짙다. 장외 무대에서야 언제든 쓴소리를 할 수 있다. 일반 국회의원이라면 원내무대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당 원내사령탑이 원내무대에서 자신의 소신을 지키려 하자 거센 역풍이 불었다. 유승민은 ‘대통령과 여당의 긴장관계’를 위해서라도 여당 원내사령탑의 소신을 여야 협상에서 적당히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임기 반환점을 앞둔 대통령은 용납하지 않았다. ‘반기(反旗)’를 든 것으로 판단했다. 유승민도 현 여권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그다지 넓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의 스펙트럼을 넓혀 보려는 시도를 했다. 그것도 보수의 본향인 대구에서. 결국 유승민은 자리를 내놓았다. 대구에서 자신의 거취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일어난 일도 사퇴의 한 이유가 됐다고 한다.

 

‘유승민의 실험’은 계속될 수 있을까.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훼방꾼들이 나타났다. 여권 일각에선 은근히 유승민 탈당론을 흘린다. 내년 총선 때 대구에서 공천을 받기 어렵다며 수도권으로 가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그러자 야권에서 ‘유승민 마케팅’을 벌였다. 야권 신당을 추진하는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유승민과도 함께 갈 수 있다”고 했다. 모두 터무니없고 허황되다. 만일 유승민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면 여당은 수도권 중도층의 이탈로 총선에서 필패한다. 천정배의 주장은 유승민을 욕되게 하는 말일 뿐이다. 유승민의 실험은 계속돼야 한다. 그것도 보수에서, 대구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보수에게, 대구에게, 유승민에게 미래가 있다.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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