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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부가세 어떻게 할 것인가
[국세칼럼] 부가세 어떻게 할 것인가
  • intn
  • 승인 2015.09.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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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본사 주필


“여기에 (부가세)포함가가 어디 있나? 전부 별도지”

초가을 선선한 바람이 완연한 지난주 우리나라 대표적 섬유도매시장인 대구 S시장에는 추석을 앞두고 전국의 소매상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비록 썰렁한 경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침구류와 커튼·블라인드 등 홈패션 성수기를 맞아 제법 많은 상인들이 이곳을 찾았다.

이곳에서 흥정을 마치고 세금계산서를 요구하면 반드시 듣는 말이 ‘별도’다.

제법 규모가 있는 가게의 경우도 어렵게 신용카드로 거래하는 소매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국으로 유통되는 도매거래 대부분이 어김없이 부가세 별도다. 물론 별도로 부가세를 내고 물건을 떼 가는 상인은 찾기 어렵다.

대구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영호남·충청 등 전국에서 인정하는 ‘섬유 메카’다. 실제로 섬유업계에서는 이곳 대구를 빼고는 말이 안 될 정도로 위상이 엄청나다.

그러나 대구에서 생산된 원단과 가공제품 중 대기업이나 브랜드 제품 거래를 제외한 대부분 시장거래는 자료 없이 전국으로 풀려나가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시장의 경우는 말 그대로 작은 사례일 뿐이고, 대구와 인근에 산재해 있는 원단공장과 블라인드 제조업체의 상당수가 이처럼 전국을 상대로 자료 없이 거래를 하는 것이 아예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섬유 산업의 메카라고 자랑하는 대구가 무자료 상품 공급의 온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곳의 거래가 최종소비자에게 단순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의 도매상(총판, 센터)으로 공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부가세의 핵심인 꼬리표가 원천적으로 잘린 채 공급돼 무자료 상품으로 전국을 누비는 원인이 된다.

단지 대구 섬유업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부가세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우리나라 시장의 현실이 이렇다. “한때는 무자료가 ‘확실한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보편화 되다시피 해 경쟁력으로서의 의미도 찾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 시장상인의 말이다.


세수여건이 아무리 어려워도 국세청이 고수하는 원칙에 가까운 관행이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을 빌자면 세금 거둘 환경이 너무 열악해 비록 ‘세수 펑크’를 낼지언정 국세청이 절대 손을 못 대는 곳(탈세 제보 등 제외)이 있다. 중소상공인과 서민의 영역이다.

비록 문제가 많다는 점을 알면서도 적어도 우리 국세행정이 본궤도에 진입한 이후 국세청이 이들에 대해 세정을 강화한 적이 없다. 중소상공인과 서민은 언제나 국세행정의 지원 대상이었지 정밀한 검증대상이 된 적이 없다. 그것이 부가세든, 소득세든, 법인세든 영세·중소의 이름만 앞에 붙으면 적어도 세정 차원에서는 모셔야 하는 대상이었다.

의미와 명분은 충분하다. 많은 국민이 그 영역에 해당되고, 부의 편중과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인 동시에 대부분 ‘을’인 이들에게 국세행정마저 서슴없이 칼을 빼 든다면 그것은 가히 정부가 ‘호랑이’보다 무서운 존재가 된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국세청 입장보다는 국정기조의 연장선상에 있었고, 실익에 비해 엄청 시끄러운 점도 중요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관행도 좋지만 이제 부가세는 시장 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문이다. 단지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부가세가 ‘선행세제’이자 ‘대중세’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제자리를 잡아 줘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파급효과가 아주 큰 이 세제가 제자리를 잡아야 전체 세제가 정상작동 되고 비로소 신뢰를 얻게 된다.

무자료 거래는 세수차원의 문제뿐만 아니라 세법을 준수하는 성실거래자에게 심각한 불이익을 준다는 점에서도 국세행정이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대상이 중소기업이냐 아니냐의 문제에 매달려 어물쩍 넘어가거나 함몰될 상황은 시대적으로 이미 지났다는 말이다.

실제로 전국을 대상으로 무자료 거래를 ‘병행’하는 상당수 중소기업 사장들의 경우 당국의 지원 그늘에서 요즘은 흔해졌다지만 외제차에 골프 모임에 분주한 사람이 많다.


 

국세청은 최근 성실하게 자진신고납부를 해 줄 것을 적극 독려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물론 그 대상은 수익이 나는 법인이거나, 고소득 자영업자, 전문직 등 이른바 여력이 있는 계층을 중심으로 우선 시행하고 있다.

납부능력이 충분한 납세자에 대한 과세정상화 노력도 중요하지만 역시 근본이 되는 세금의 흐름을 정상화 시키는 노력 또한 간과할 사안이 아니다.

부가세에서 자료수수 정상화 문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시행 초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예외를 둔 점은 있지만 시행 40여년이 되는 대중세 제도에 대해 아직도 행정적으로 균형을 잃는 운용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으로 흐름이 많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전국을 대상으로 도매상 내지 판매점에 제품을 공급하는 단계에 있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그곳이 시장이든, 공단이든 구분하지 말고 우선 정상화를 시켜야 할 단계에 왔다.

이들이 무자료 거래는 단지 해당 거래에 국한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2차, 3차 무자료 거래로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가세 무자료 거래가 지금처럼 국세행정이 보호하는 집단상가나 공단의 중소기업 등을 중심으로 버젓이 이뤄지는 한 국민의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는 기대하기 어렵다. 바로 옆에서 이렇게 탈세가 통용되고 국민 누구나 쉽게 탈세 대열에 동참할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세정을 믿겠는가.

세금의 신뢰를 회복하고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해묵은 단어 같지만 현지 확인이나 입회조사 같은 방법도 다시 제대로 꺼내 볼 사안이다. 과학세정의 등잔 밑이 많이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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