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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砲音]“7초만엔 답변 못해”
[세종砲音]“7초만엔 답변 못해”
  • 日刊 NTN
  • 승인 2015.09.3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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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휘 경북매일 서울본부장

해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국회출입기자들의 E-메일과 휴대폰 문자 통은 불이 난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장에서 질문할 내용들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제보들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비판’이 제1의 존재이유인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정보를 입수하는데 훨씬 더 유리한 국회의원들이 만들어내는 기삿거리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정부의 반론권 보장이 부실할 수밖에 없는 자료에 꺼림칙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국정감사 현장에서 나타난다. ‘3권 분립’을 통해 권력의 균형을 추구하는 민주국가에서 국회의원이 행정부에 대해 엄격한 감시를 들이대는 일이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지는 질문-답변의 형식을 보면, 비정상적인 행태가 적지 않다. 국회의원들은 ‘갑질’재미에 빠져 우쭐해지고, 피감기관들은 시쳇말로 ‘쫄’수 밖에 없는 판이지만, 납득 안 되는 장면이 많다.

 정치인들은 국정감사든 청문회든 질문자석에 앉기만 하면 누구나 ‘원맨쇼’에 몰두한다. 더욱이 TV생방송이나 녹화가 진행될 경우, 카메라가 돌아가는 단 1초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제 말’만 늘어놓는다. 때로는 다짜고짜 호통부터 치고, 피감자가 답변을 하려고 하면 “이따가 대답하라”면서 묵살한다. 결국 샅바싸움까지 해가면서 가까스로 불러놓은 증인들마저도 변명도 해명도 못해보고 애먼 ‘꾸지람(?)’만 듣다가 일어서야 한다.

 뿐만이 아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 측 발언이 적절치 못하다며 타박하고, 야당 의원들은 여당 측이 터무니없이 역성을 든다며 볼멘소리를 내놓는다. 때로는 삿대질 욕설이 오가기도 한다. 16년간 사라졌던 국감제도가 부활된 지 27년이 지났는데도 풍경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해마다 똑같은 ‘무용론(無用論)’이 폭포처럼 쏟아져도 요지부동이다.

 왜 그럴까? 힘센 권력가, 돈 많은 재벌 잔뜩 불러 망신을 주려고 혈안이 되는 그 이해관계를 다 알 수는 없지만, 국감을 통해서 한번 붕 떠보려는 심사는 여야를 막론하고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 뿌리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청문회스타’ ‘국감스타’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얻어 권력을 폭발적으로 확대재생산한 정치인들에 대한 선망이다. 청문회나, 국감 판이 열리면 뭇 정치인들은 마치 마약에 취한 것처럼 ‘한탕주의’에 젖어 돌변하곤 한다.

 얼마 전 열린 기획재정부 국감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됐다. 야당 위원들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작심한 듯 인신공격까지 섞어가며 비판을 쏟아냈다. 3선의원에다가 장관직만 벌써 두 번째로서 평소에도 좀처럼 소신발언을 굽히지 않는 강골 최 부총리는 야당의 ‘원맨쇼’ 행태를 그냥 넘기지 않았다. 7분 질문시간 중 6분 53초 동안을 쪼아대던 새정연 홍종학 의원이 답변을 하라고 하자 “7초 만엔 답변을 할 수가 없다. 답변하지 않겠다”고 되받아쳤다.

두 시간여의 정회 끝에 기재위는 위원들에게 7분을 모두 질의에 쓸 수 있게 하고 답변은 시간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충분히 질문할 시간이 확보되자 야당 의원들부터 목소리를 낮춰 정책질의를 시작했고, 최 부총리와 기재부 관계자들도 만족스러워했다. 바쁜 증인·기관장들을 불러놓고도 ‘10초 답변’‘7초 사과’만 듣기 일쑤였던 불량국감 문화가 달라지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올해도 여지없이 ‘망신주기’·‘면죄부 주기’식 국감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국정감사권의 성격은 고유권한을 효과적으로 행사하기 위한 보조적 권한이라는 것이 정론이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에게 ‘수퍼 갑(甲)질’이나 하라고 열어주는 저질 굿판이 결코 아니다. ‘제 말’만하고 ‘호통’이나 치는 국회를 끝내고, ‘듣고 또 들음’으로써 나라발전의 지혜를 찾아나가는 국회로 가야 한다. 그래야만 ’저질 국감’ 오명을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 <안재휘 경북매일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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