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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칼럼] 금수저와 나무수저
[세상칼럼] 금수저와 나무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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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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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본사 논설위원

요즈음 인터넷에는 수저 신분제 드립이 유행이다.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에서 다이아몬드수저로 발전 중이다. 이는 단순한 숟가락 이야기가 아니다. 양극화 사회에 대한 자조적 메시지이자 벌어져만 가는 사회 계층간 간극(間隙)을 아프게 풍자하고 있다. 삼포세대를 사는 젊은이들의 고민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금수저나 흙수저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his mouth)’라는 관용구의 파생어로 보인다. 원래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건 부유한 혹은 행운의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젊은이들은 은수저를 금수저로 발전시키고 흙수저라는 신상품을 만들어낸 거다.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는 것을 가리켜 ‘나무 숟가락을 물고 태어났다’고 하는 것도 일종의 파생상품이다. 그래서인지 ‘wooden spoon(나무수저)’은 꼴찌상이라는 뜻도 있다.

숟가락은 계속 진화한다. 은수저가 이제는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바뀌기도 한다. ‘The Who’의 곡 ‘Substitute’에서는 ‘나는 플라스틱 숟가락을 물고 태어났다’고 노래한다.

이 모든 유행어가 결국은 사람 팔자가 태어날 때 정해진다는 함의(含意)를 담고 있어 우리의 가슴이 아프다.

양극화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도 3루타를 친 줄 알고 산다”고 지적한다. 이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전설적인 미식축구 감독 베리 스위처(Barry Switzer)의 말이다.

3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는 걸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하는 하는 금수저들은 땅볼이나 희생 플라이 정도로도 득점할 수 있는 3루 베이스에서 홈인(home in)하고는 나무 숟가락들에게 너희는 왜 출루조차 못 하고 맨날 징징대다 아웃되는 삶을 사냐고 사시(斜視)눈을 뜬다.

숟가락 이야기가 나왔으니 테이블 매너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70년대 당시 잘 나가던 상사직원의 경험담이다. 외화획득이 국가적 과제다보니 상사(商社)직원이라면 처녀들에게 신랑감으로 간지가 나는 때였다.

뉴욕 주재원으로 일하던 초기에 거래처와 비즈니스 식사를 하고 귀사하였다. 상사가 질책하였다. 미국에 뽑혀 온 사람이 ‘우물좌빵’도 모르냐는 거였다.

우물좌빵! 그런 사자성어는 모른다고 이실직고하니 테이블 매너의 기본은 ‘右물左빵’이라던 추억담이다. 빵은 오른쪽에 있는 게 내 것이고 물은 왼쪽에 있는 걸 먹어야 한다는 거였다. 그가 반대로 먹어서 양쪽 손님들이 모두 낭패를 본 거였다.

현재의 양식 테이블 세팅이 일반화된 것은 기록에 의하면 1700년경 이후의 일이란다. 그 전에는 믿으셔라. 유럽의 신사숙녀들이 자신이 쓸 수저를 지니고 외출하였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차 열쇠와 지갑을 가지고 다니듯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 수저가 소지자의 신분을 증명해주는 의미가 되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농장주들도 들일을 하게 마련이었고, 손톱에 흙 등이 끼곤 하였지만, 식사 때 품에서 반짝이는 은수저를 꺼내어 보이면 적어도 농노 계급이 아니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입증하였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절도대상 1호 품목이 은수저였는데 미국이 이민의 신천지로 떠올랐을 때를 배경으로 한 영화 파 앤드 어웨이(Far and Away)에서도 셰넌(Shannon, 니콜 키드만분)이 아일랜드 귀족인 부모의 은수저를 훔쳐 달아나는 장면이 나온다.

기능적으로 은수저는 미학적인 가치 이상의 유용성이 있는데 이는 은이 올리고다이나믹 효과라는 항균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왕실에서는 음식에 독이 있는지 알아 보는데 요긴하게 사용되기도 하였다.

기록을 거슬러 올라가면 1719년에 Peter Anthony Motteux가 영문으로 번역한 소설 돈키호테(Don Quixote)에서 영국식 표현으로 “반짝인다고 모든 게 금은 아니야. 그리고 모든 사람이 입에 은수저를 물고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도 아니지”라고 말하고 있다.

반짝이는 게 모두 금으로 보이는 금수저들과는 달리 많은 나무수저들에겐 갈수록 힘든 상황이다. 김낙년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2년 현재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가져간다. 대단한 금수저들이다. 소득불균형이 가장 심한 미국은 48.16%이다. 이는 일본(40.50%)과 프랑스(32.69%)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1979~1995년 사이에는 상위 10% 금수저들의 소득비중이 30% 수준이었으나, 2000년에는 35%를 넘었고, 2006년엔 무려 42%로 치솟았다. 상위 10%의 소득점유율이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한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과 한국이다. 공통점은 분배보단 성장을 부르짖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쓰는 나라들이다.

한국의 상위 1%인 다이아몬드수저들의 소득 비중도 1997년 이전까지는 7%선에 머물다가 2005년 10%를 돌파한 다음 계속 올라가고 있다. 2012년 현재로는 12.41%로 조사되었는데 아마도 지금쯤은 15%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5년 이래 일본, 프랑스를 능가하고 있는 수치다.

결국 다이아몬드수저들에게만이라도 수퍼리치(super rich) 세율을 신설하여야 소득 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고 부의 양극화를 막는 올바른 방향이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다. 한편 1990년 GNI(국민총소득)에서 가계소득 비중은 71.5%였으나 2012년에 62.3%로 떨어진다. 반면 같은 기간 기업 소득 비중은 16.1%에서 23.3%로 늘었다. 가계 소득은 계속 줄어들고 있고 기업 소득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런 통계 외에도 노동소득분배율이나 경제성장 대비 인건비 성장률 등 소득분배 장치에서 문제가 있다는 근거는 얼마든지 있다. 결국 근로자 대비 기업이 가져가는 몫이 자꾸만 커지는 현재의 소득분배 구조에서는 법인소득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은 최저한세율(18.7%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개인은 41.8%의 세금(소득세+지방세)을 내는 반면에 기업은 요리조리 피해가며 최저한세만 내고 있는 것이다.

금수저, 은수저들의 부가성장하면 거기에서 넘쳐흐르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로 나무수저(대중)들도 잘살게 되니 성장을 위하여 법인세는 낮을수록 좋다는 주장은 허구라는 것이 통계로 입증된 지 오래인데 얼마나 더 긴 세월을 성장론자들로부터 낙숫물 타령이나 들으며 지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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