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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砲音]천정배와 송영길, '87체제'의 종언
[세종砲音]천정배와 송영길, '87체제'의 종언
  • 日刊 NTN
  • 승인 2015.11.2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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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서울 대방동의 보라매공원과 여의도에 운집한 수백만 인파는 한반도에 인류가 들어 온 이래 당시까지의 최대 규모였다.

그 가공할 황색군단이 한목소리로 외쳤던 연호, '김-대-중'은 이후 그가 이끄는 정치세력과 지지자들 사이에 절대적 권위로 자리잡았다.

DJ는 선거때면 공천 곧 당선이던 호남에서 언론과 여론을 활용한 '물갈이'를 단행했다. 대권도전과 정권교체를 위해서다.

공기총을 들고 총재앞에 나타나 자살하겠다고 악을 쓰는가 하면 당사 집기가 엎어지고 유리창이 부서지는 아수라장 속에서도 DJ의 현역교체는 냉정하게 관철됐다.

이 과정에서 호남과 수도권 다선들에 대한 차출론과 용퇴론이 고착됐고 그 자리엔 정동영 김효석 추미애 김민석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맞으며 들어왔다.

그러나 2015년 제1야당은 더이상 현역교체 메카니즘이 작동하는 조직이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10여년이 흐른 지금. '호남물갈이'와 '중진차출론'을 둘러싼 환경에도 구조적 변화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는 사반세기의 관행이던 물갈이를 '당연하게' 추진하려다 비주류의 끈질기고도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있다.

그 이면엔 주류에 대한 누적된 불신에서 비롯된 '감히 누가 누구를 무슨 명분과 근거로 배제시키려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배어있다.

심지어 '친노의 호남인물 죽이기'라는 견강부회(牽强附會)와 프로파간다도 그 틈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제왕적 총재가 사라진 곳에서 전략적 뒷받침없이 현역교체를 관철하려다 초래한 자충수다. 현실정치에서 명분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 대권후보의 당권 장악이 별 문제가 없던 것도 DJ 1인 지배정당에서나 통하는 얘기였다.

돌아보면 문재인과 박지원이 격돌했던 2·8 전당대회에서 박 후보가 선전한 것 역시 김대중 시대의 야당식 문법이 이미 붕괴됐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당시 대의원들을 흔들던 박 후보의 구호가 대권-당권 분리론이었다.

야당 내부의 역학관계가 바뀐 것이다.

과거 김상현 정대철은 바로 그 논리를 내세워 전당대회에 나섰다가 DJ와 동교동 측으로부터 쓴맛을 제대로 봤다.

문재인의 대표출마를 추동한 친문세력이 이후 수세에 몰린 것은 저간의 변화를 간과하고 과욕을 부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 안산에서 4선을 한 천정배 전 장관이 고향에서 부딪힌 가장 큰 벽은 '왜 돌아왔느냐'는 질문이었다.

DJ시절 다수의 호남중진이 수도권에 차출되는 걸 지켜봤던 유권자들의 눈에 그의 귀향은 '역주행'이었던 것이다.

그는 그러나 광주시민의 선택을 받아 당당하게 '5선 고지'에 올랐다.

그래서 송영길 전 인천시장의 광주출마가 현실화 될 경우, 과거 잣대로 비판만 할 수 없는 곳도 광주 서을이다.

호남표에 친노, 86세대와 야성향 중도표를 닥닥 모아야 신승(辛勝)하는 곳이 수도권이다.

야당 수도권 의원들이 '친노를 배제하고 가자'는 당 일각의 투정을 받아줄 만큼 한가하지 않은 이유다.

송영길이 사석에서 했다는 '뒤에서 총질을 받느니 차라리 적진에서 적장의 목을 베겠다'는 격한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천정배로 대표되는 야권의 각종 신당파를 겨냥한 것인데, 주-비주류를 떠나 새정치 수도권 의원들의 일반정서를 대변한 것이기도 하다.

대권을 향해 움직이는 송영길의 총선 출마지역은 전략적 판단의 영역이다.

혹시 그가 광주로 온다면 '안희정과 김부겸, 남경필과 원희룡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우리도 차세대를 키우자'고 외칠 것이다.

이 길이 바로 야권분열이 아닌, 진정한 '호남정치 부활'이라고 역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오건 안오건 수도권 중진이 별 거리낌없이 광주출마를 저울질 한다는 것 자체가 중대한 변화다.

현역 의원들의 세력화된 물갈이 저항과 당권-대권 분리론의 일반화와 함께 야당판 '87년 체제'가 이제 불가역적 종언단계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표식이기도 하다. <무등일보 김대워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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