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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稅想) 칼럼]조세범칙조사 어떻게 정해지길래
[세상(稅想) 칼럼]조세범칙조사 어떻게 정해지길래
  • 김진웅 논설위원
  • 승인 2016.10.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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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진 웅

국감 시즌이다. 여의도 의원님들은 국감장에서 다시 한번 의원 해보는 참 맛을 즐기시는 시즌이지만 피감기관들은 방대한 자료요청에다가 어떤 질문이 터질지 몰라 불면의 계절이다.

국감하면서 조목조목 알아듣게 질의를 하시는 분도 많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자 ‘한 건’을 의식해서 튀는 의원님들도 많다 보니 ‘코미디’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툭하면 호통치고 말이 막히면 피감기관장에게 사퇴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사실 국감은 이미 승패가 정해져 있다. 전문성으로는 피감기관을 따라갈 의원이 없기 때문이다. 보좌관이 써준 한정된 질문을 읽다 보면 해당분야에서 수십 년씩 몸담은 피감기관장의 전문적인 답변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의원 입장에서는 기름장어(?) 답변에 일이 잘 풀리지 않으니 종국에는 윽박지르기로 흐르기도 한다. 그러나 국감에서 나오는 질문들이 전부 엉뚱하다는 게 아니다. 국감에서 물을 정도라면 비록 행정부처가 전문성으로 방어는 하지만 외부의 시각에서는 어딘가 시각차가 있다는 거다. 적어도 외부 인식과 행정부처간 괴리가 있어 나오는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국감에서도 국세행정에 대하여 이런 저런 질의들이 많이 나왔다.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반영하면 행정품질 개선에 좋은 재료가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납세자에게 덕을 쌓는 일이다. 반면에 이를 고까운 말로 치부하면 애정을 가진 친구와 이웃을 잃는 꼴이니 덕필유린(德必有隣)이라 할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업계에 밝은 이들은 충분히 예상한 질문이 여당의원의 입에서 나왔다. 다름 아닌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이하 ‘위원회’)의 운영에 대하여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 위원회는 어찌 보면 기업의 생사여탈을 결정하는 막강한 곳이지만 외부에서는 잘 모르는 곳이기도 하다. 일반 세무조사를 세무사찰이라 불리던 무서운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하기도 하고, 세금 외에 추가로 통고처분도 하고, 급기야는 수사기관에 직고발도 하기 때문이다.

의원 질의의 요지는 쉬 말하면 이 위원회가 어떤 경우엔 범칙으로 처벌하고 어떤 경우엔 일반조사로 하냐는 거였다. 즉 객관성 있게 운영되느냐는 거였다. 막강한 곳이다 보니 혹여 누굴 이쁘게(?) 봐주지는 않았는지, 힘없는 납세자들에게 불이익은 없었는지 물을 법도 하다.

세간에는 사법부에 대하여 소위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세속적 오해가 있는데 과거 톱스타 여배우의 수십억 가공경비 계상을 적출하고도 범칙으로 처리하지 않고 세금만 추징한 배경을 국회가 따져 물은 것도 어찌 보면 그런 맥락이었다.

이번 국감에서도 과거 L 그룹의 세무조사에서 거액의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하여 700억의 세금을 추징하면서도 조세범으로는 처벌하지 않은 이유를 따져 물었다. 그 때 제대로 하였더라면 지금 검찰에서 노정되는 세무문제들이 진작 다루어졌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아도 다른 어느 행정부처보다 앞선 조세행정을 펼치고 있는 과세관청이지만 이렇게 외부의 시각이 다를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엔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관심의 대상인 동 위원회는 지방국세청장이 위원장이 되고 청 내부에서 6명 이내, 외부 위원 8명 이내로 위촉 운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위원회에 대하여 세간의 자의성 우려 보다는 반대로 기계적이고 경직적인 운영을 걱정한다.

학술 토론에서 경험자들에 따르면 청 내부는 물론 외부위원들에게 극도의 보안을 강조하다 보니 충분히 사안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거였다. 조세불복업무처럼 세밀한 자료를 ‘미리’ 받아서 검토하고 고민할 시간이 없이 회의 당일 배부되는 여러 건의 심의자료를 일괄로 받아 보고 즉석에서 판단하여야 하니 애로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심의자료에는 보안상 회사명 등이 당연히 생략되고, 자주 열리지 않는 회의라서 여러 건을 한꺼번에 상정하다 보니 심의내용도 축약되어 있어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이 ‘적극적’으로 동원된 소위 ‘조세범칙’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법 이론에 입각하여 세밀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솔직한 의견들이었다. 사정이 이러한데 국감 질의에서는 “국세청에서는 심의회 회의록 작성을 하지 않고, 누가 무슨 발언을 했는지 모르게 한다고 답변했지만 앞으로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의결서 기재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까지 주문하고 있다.

살펴보면 동 위원회가 통과시켜준 조세범칙조사건수는 2010~2014년 사이 2655건에 이른다. 이중 조사결과 국세청 스스로 무혐의 처리를 한 경우가 168건이나 나왔고,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이 346건이나 된다. 전체적으로 약 20%는 억울한 범칙조사였던 셈이다.

이 통계를 안이하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품질관리에서 불량이 20%라면 민간기업 같으면 소비자 고발로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 실제로 삼성은 갤럭시노트7을 전 세계를 상대로 막대하게 뿌려놓았으나 단 십여 건의 발화사고를 접하고 이 제품을 모두 회수하기로 결정하고 생산을 아예 포기하였다.

조세범으로 전제하고 조사를 하였는데 무혐의가 20%였다는 것은 이 위원회의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만만찮은 방증이다. 게다가 2010년에는 무혐의 비율이 12%대였는데 해마다 그 비율이 올라가면서 2014년 전후로는 무려 24~25%가 무혐의였다니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현재처럼 보안과 신속성에 치중하지 않고 정말 조세범칙에 해당하는지를 내부위원은 물론 외부위원들이 시간을 가지고 섬세하게 검토할 수 있도록 친절한 시스템을 허용하였으면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개진되고 있다.

아울러 조세범칙조사 사건을 처리하면서 통고처분 불이행에 따른 고발은 대략 10% 내외인 것으로 보아 검찰에 직고발한 비율이 80% 이상이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일정금액 이상이면 규격화하여 모두 직고발하는 체계가 아닌가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자타가 인정하듯이 과세관청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주변의 애정 어린 이런 시각들을 더욱 긍정적으로 포용하고 고민하면 이를 두고 마땅히 덕필유린(德必有隣)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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