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환수 국세청장의 사자성어(四字成語) 사랑은 남다른 것 같습니다. 그는 취임식이나 시무식 등 중요한 시기마다 사자성어를 제시해 자신의 세정철학이나 직원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대신 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사자성어를, 국세청이 처한 상황 및 그 변화와 연결시켜 보면 국세청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사자성어의 달인이 낸 것이라 그 읽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임 청장이 처음 제시한 사자성어는 균공애민(均貢愛民)입니다. 취임을 앞두고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언급한 말입니다. 균공과 애민이 없다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이고, 조선조 임금인 영조 왕이 지금의 국세청에 해당하는 호조에 내려준 지침인 지라 이 말은 임 청장의 대표적 세정철학이 된 것 같습니다.
그의 균공애민은 그 후 ‘국민이 신뢰하는 공정세정’이라는 표현으로 국세청이 매년 발표하는 각종 중점 추진과제와 세정방향의 맨 앞에 자리하는 세정의 최고 지도원리가 되었습니다.
2014년 8월 취임식에서는 ‘생선을 자주 뒤집으면 부서진다’는 뜻의 ‘약팽소선(若烹小鮮)’을 언급했습니다. 그의 취임 이전 잦은 세무조사와 사후검증으로 ‘쥐어짜기식 세정’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것을 돌이켜 보면 임 청장이 약팽소선을 제시했던 이유를 짐작할 듯합니다.
취임 후 약 5개월 뒤인 2015년 시무식에서는 산과 물이 겹치는 어려운 상황을 표현하는 '산중수복(山重水複)'을 제시했습니다. 세수여건은 어렵고 지능적 탈세가 늘어나는 상황을 빗댄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산중수복 상황 속에서도 균공애민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임 청장은 ‘산중수복’이 아니라 ‘균공애민’에 방점을 둔 것입니다.
2015년 8월 취임 1주년 기념식에선 ‘여우의 겨드랑이 밑에 난 흰털을 모아 가죽옷을 만든다’는 뜻의 ‘집액성구(集腋成)’, 작년 신년사에선 ‘많은 사람이 내쉬는 숨결은 산도 움직인다’는 뜻의 ‘중후표산(衆煦漂山)’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중후표산은 국세청 개청 50년주년을 맞아 임 청장이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초석을 놓는다는 의미에서 강조한 말인 듯합니다.
올해는 ‘흙 한 삼태기가 부족해 공이 허사가 된다’는 뜻의 ‘공휴일궤(功虧一簣)’라는 사자성어를 제시했습니다. 서경(書經) 여오편(旅獒篇)에 나오는 이 말은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을 들여 최선을 다해야만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중후표산이 어떤 큰 목표를 시작하는 자의 마음가짐에 어울린다면 공휴일궤는 그를 마무리하는 자의 자세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성실신고 사전지원제 등 임 청장이 취임 이후 강력하게 추진했던 세정혁신 작업이 본궤도에 오른 지금의 상황에서 임 청장을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어쩌면 ‘흙 한 삼태기’가 의미하는 ‘약간의 방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가 산중수복 처지에서도 균공애민을 강조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공규일훼를 주의해야 하는 지금 상황에서도 균공애민은 언제나 그 바탕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는 보감(寶鑑)일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