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상법개정안. 아이러니하게도 정권 말 탄핵정국에 휩싸인 시점에 여당과 야당이 앞다퉈 '재벌개혁' 이름으로 대기업 규제강화 경쟁에 힘을 모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가칭)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2월 임시국회에서 대기업 규제 강화 등이 핵심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보수신당은 법인세 인상, 상법개정안 등 재벌개혁 및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추진 의사를 밝히며 그동안 새누리당이 반대해왔던 경제 정책들을 뒤집었다.
특히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법인세 인상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회 분리 선임,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기업 투명성 제고 및 재벌 감시 강화와 경찰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당론과 정강·정책 가다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가하면 새누리당도 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9일 공청회를 거쳐 자체 ‘상법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어 경제활성화법, 경제민주화법 등 각종 개혁 입법들을 저울질하고 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일하는 국회, 국민의 삶을 고민하는 책임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차원에서 개혁입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상향, 골목상권 활성화, 지역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 등과 관련된 민생현안에 대해 야당에서 주장한 사안을 적극 수용,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 규제에 부정적인 뜻을 갖고 있던 새누리당이 분열되면서 여러가지 측면에서 위기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의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안 개정 공론화에 나선 것 자체가 규제 강화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법인세율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과 보수신당 모두 ‘진짜 보수’를 외치면서도 경제는 좌클릭에 나선 양상이다.
지난 대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공약이 새누리당에서 유야무야 됐고, 재계의 반발로 박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경제 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바꿨고, 상법 개정안 논의는 곧 중단됐다.
그러나 뜻하지 않았던 '최순실 게이트'는 재계의 뜻을 누르기에 충분했고, 당을 4개로 쪼개더니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를 위해 여야가 협력하는 등 급물살을 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