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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탈세’라는 말 막 써도 되나
[칼럼] ‘탈세’라는 말 막 써도 되나
  • lmh
  • 승인 2007.01.3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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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칼럼] 정창영 (NTN 편집국장)
   
 
 


‘탈세’(脫稅)라는 표현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흔히 세금과 관련된 문제를 ‘탈세냐, 아니냐’의 이분법으로 단정하는 현상마저 일반화 되고 있다.

탈세는 표현 자체가 자극적이고 도덕적 가치까지 광범위하게 함의하고 있어 쉽게 사용할 용어가 아닌데 요즘은 구체적 검증 없이 탈세라는 표현이 쉽게 사용되고 있다. 세법에는 탈세를 지칭하는 ‘범칙행위’에 대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 공제를 받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또 탈세(tax evasion)의 어의도 ‘법령을 위반해 조세부담을 감소시키는 것. 불법적인 조세회피를 한 납세자가 법률상의 불법행위를 통해 세금을 회피하는 방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세금계산 오류나 세법해석의 차이 등 다양한 현상에 따라 세금을 내지 않는 경우는 탈세나 범칙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탈세라는 표현이 가능한 때는 세금 납부와 관련해 명백한 불법, 사기나 부정한 의도를 갖고 임했느냐가 중요한 잣대로 작용해야 한다. 만약 탈세라는 표현의 사용을 두고 이견이 생긴다면 법으로 판정할 수밖에 없다.

단순하게 세금계산을 하는데 있어 실수를 했거나, 세법을 해석하는 시각 차이로 세금납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탈세로 몰아 부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요즘 홍수를 이루는 조세불복 사건에 대해 일방적으로 탈세라는 표현이 통용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세불복의 경우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탈세’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납세자 입장에서는 너무 할 말이 많고, 명확한 논리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탈세라는 표현을 쓸 수 없는 조건이 형성되는 것이다.

만약 당국의 시각에 의해 세금납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납세자를 탈세자로 일방적으로 몰아갔다가 불복절차를 밟아 ‘납세자가 정당하다’고 결정, 판결이 날 경우를 생각한다면 끔찍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납세자는 정당하게 애국적 납세의무를 이행해 놓고도 최악의 불명예인 ‘탈세범’이란 누명마저 쓰게 된 셈이 된다. 사건이 해결되고 세금을 돌려받는 일을 떠나 ‘인권(人權)’ 문제로까지 비화될 소지가 충분하다. 탈세라는 표현은 그 후폭풍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전군표 청장의 ‘따뜻한 세정’이 진행되면서 한편으로는 ‘엄정한 세정’이 강조되고 있다. 따뜻한 세정이 자칫 풀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한 의미도 있다.

꼭이나 엄정한 세정의 산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요즘 국세행정 용어 중에는 강성 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겠다는 발표도 늘고 있다.

지난해 국회 재경위원회의 어떤 의원은 “세금문제와 관련해 국세청이 너무 고발을 안한다”고 국세청에 대해 지적도 했지만 세금으로 형사처벌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정 기업이나 납세자에 대해 당국이 세무조사를 하고 세금을 추징하면 이를 곧바로 ‘탈세’로 보도하는 경향도 일반적이 됐다. 그러나 요즘 세금추징을 당한 납세자들 중에는 상당수가 불복절차를 밟고 있다.

이 들 중 많은 납세자들이 국세심판원이나 법원에서 이기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납세자가 완전 동의하고 납부가 끝난, 과세가 종결된 사안 외에는 쉽게 ‘탈세 판단’ 하기는 어렵다.

“A기업 몇 천억 탈세”라는 1면 톱기사가 나갔고 몇 년 뒤 대법원에서 A기업이 승소한 것과 유사한 사례는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그동안 해당기업(납세자)이 받았을 고통을 말 할 수 없다. 생명처럼 지켜 온 신용이 무너진 것을 물론이다. 회복하는데는 더 큰 노력이 들어야 한다.



이용훈 대법원장과 기자는 특수관계에 있지 않음을 먼저 밝힌다.

신년 벽두를 강타한 소위 ‘대법원장 탈세’ 사건에서도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는다. “10원이라도 탈세를 했다면...” 등 이 대법원장의 ‘단칼 어법’도 문제가 있었고, 예민한 시기에 정치적 휘말림도 작용을 했지만 순수하게 세금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건 자체가 달리 보일 수 있다.

공직자의 엄격한 윤리와 세금포탈 문제에 대해 너그럽게 가자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이 대법원장의 경우 변호사로 일한 5년 동안 모두 60억원의 수임료를 벌었고 문제가 된 5000만원을 제외한 수임료 전부를 신고해 20억원을 세금으로 냈다.

그 5000만원도 ‘세무대리인의 실수’로 일단 해명됐다. 감춘 소득이 더 있는지 조사가 없어 알 길은 없다. 사건수임내역 모두를 공개하겠다고까지 밝히며 당당하게 세금문제의 깨끗함을 강조한 이 대법원장의 세금신고 성적은 액면상 초우량성실납세자 임이 분명하다.

만약 변호사들의 세금납부 실태가 이렇다면 고소득 자영업자 세무조사 군에서 변호사는 빠져도 된다. 이 대법원장은 5년 동안의 소득 미신고율이 0.8% 정도인 셈인데 이는 여론의 뭇매 대상이 아니라 납세자의 날 포상감이다. 탈세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정말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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