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8:37 (금)
'IFRS17' 새 회계기준 맞추려…보험사들 몸집 불리기
'IFRS17' 새 회계기준 맞추려…보험사들 몸집 불리기
  • 신관식 기자
  • 승인 2017.04.12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FRS17 보험 부채 시가로 평가, 보험사 주주배당 줄이고 자본 늘리고
 

우리나라는 세계 증권시장과 투자자들이 일반적으로 회계기준으로 삼고 있는 IFRS 회계기준을 따르고 있다. 

IFRS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국제회계기준을 제정, 국제증권감독위원회(IOSCO)가 전세계 단일 회계기준으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별도의 회계기준을 갖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도 큰 틀에서는 IFRS 원칙을 따르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회계기준인 IFRS 중에 보험업에 적용되는 것은 IFRS4다. 그런데 IASB가 보험업에 적용하는 IFRS4를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으로 대체하려고 채택한 것이 IFRS17이다.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IFRS17은 원가로 평가하는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이다. 

IFRS17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그동안 고금리 확정금리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보험사들의 회계상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 상당수 회사가 자본잠식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IFRS17이 4년 후 적용됨에 따라 국내 보험회사들은 적용 기준을 맞추기 위한 자본을 끌어모으기 위해 열성을 보이고 있다.

주주들의 배당금을 줄이고, 대주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고,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는 등 자본 마련이 한창이다.

보험의 부채(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보험금) 평가 방식을 계약 시점 기준 원가가 아니라 매 결산기의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공정가치)로 평가하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 속에 꾸준히 하락한 금리 차이만큼 보험회사 부채도 크게 늘어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생명보험사들은 줄줄이 배당금 규모를 예년보다 줄였다.

삼성생명은 작년 1주당 1800원을 배당했지만 올해에는 1주당 1200원으로 줄였다. 총 배당금 규모를 3328억원에서 2155억원으로 1173억원이나 감소시켰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주주들에게 1주당 180원 배당해 1352억원을 나눠줬으나, 올해 배당규모를 1주당 80원으로 대폭 줄여 총 601억원을 배당해 절반 이상 감축시켰다.

교보생명도 지난해 대비 257억원을 줄인 768억원을 배당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850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지만 올해는 아예 배당 자체를 하지도 않았다. 2012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에서 'IFRS17에 대한 보험사의 실질적인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전문가를 초빙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처럼 국내 상위 보험사들이 배당금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배당하지 않는 것을 IFRS17과 그에 따른 새로운 지급여력비율(RBC) 제도에 대비한 조처로 분석된다.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판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새로 적용되는 회계기준에 맞춰 RBC 비율을 관리하려면 배당금을 줄여서라도 자본 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의 안방그룹으로 넘어간 동양생명은 든든한 대주주 덕분에 지난달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로 자본을 5283억원 늘렸다. 이에 따라 지급여력비율(RBC)은 기존 182.0%에서 234.5%로 52.5%포인트 개선됐다.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를 발행하는 보험회사도 많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가진 금융상품이다. 채권처럼 금리가 있지만 만기가 없어 상환부담이 없다.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인정돼 자본을 늘리고 지급여력비율(RBC)을 올릴 수 있는 수단이다.

후순위채권은 말 그대로 파산 때 다른 채권에 비해 나중에 변제받는 채권이다. 자기자본의 50%에 해당하는 액수까지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에 흥국생명은 지난달 신종자본증권으로 350억원, 후순위채권으로 150억원 등 모두 500억원의 자본을 마련했다.

올해 들어 대형 생보사 중 처음으로 한화생명이 오는 13일 30년 만기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자본확충 수단으로 신종자본증권 공모를 택한 것은 한화생명이 처음이다. 한화생명은 이번 자본 확충으로 RBC 비율을 10%가량 끌어올린 212.6%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흥국생명과 한화손해보험도 지난달 각각 사모 방식으로 350억원,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DGB생명은 지난주에 후순위채권으로 150억원을 모았고, 하나생명은 지난주에 후순위채권 300억원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다음주에도 200억원 추가로 발행하기로 했다.

농협생명도 2분기 중으로 후순위채권 3000억원을 발행을 결정했다.

손해보험회사 가운데에서 현대해상이 2분기에 후순위채권을 발행할 계획을 세우고, 대표주관사로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투자증권을 선정해 3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동부화재도 지난 6일 주관사 선정을 위한 증권사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한 이후 4000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5월에 IFRS17 기준서가 나오면 IFRS17 시행에 따른 필요 자본의 양을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돼 그때부터는 총 자본량을 늘리려는 보험회사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개발원과 흥국생명, NH농협손해보험 등 9개 보험사는 부채평가와 보험 관련 손익계산서 산출이 중요한 새 회계기준 도입에 앞서 IFRS 시스템을 공동구축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애초 부채로 분류하려던 '장래 이익(보험계약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 가치)'을 자본으로 인정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보험회사들의 지급여력(RBC)비율을 지금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그나마 대규모 자본 확충 부담은 조금 덜게 됐다는 해석도 있지만, 국내 보험사들의 '몸집 불리기'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