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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과처분 직권취소 때 조세포탈죄 성립 여부
부과처분 직권취소 때 조세포탈죄 성립 여부
  •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 승인 2021.01.29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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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평석|동일인에 대한 과세관청의 처분 중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고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과세전적부심사 청구가 가능한지 여부에 관한 최근 대법원 판결을 소개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1. 사실관계

가. (1) 피고인은 주권상장법인인 ㈜OO(이하 ‘OO이라 한다) 주식을 친족 기타 특수관계인과 함께 3% 이상 소유하거나 회사별 소유 주식의 시가 총액이 각 100억원 이상인 대주주에 해당하므로, 그 소유 주식의 양도소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
 

(2) 국내 차명계좌 운용을 통한 조세포탈

피고인의 지시를 받아 그 개인 실·차명 재산을 관리하는 OO 지원본부 기획팀 소속 임직원들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450에 있는 OO 사무실에서, OO 그룹 임직원 및 그 친·인척 등 229명의 명의를 차용해 개설한 468개의 증권계좌로 피고인 소유의 OO, O프로 주식을 관리하면서, 2005.1.3.부터 2005.12.26.까지 차명주식 중 약 35만주를 매도해 약 50억원의 양도차익과 약 3억원의 배당소득을 취득했고, 이러한 경우 양도소득세, 종합소득세 납세의무자인 피고인은 소득이 발생한 다음 해인 2006.5.31.까지 관할세무서에 양도소득, 종합소득 과세표준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임직원들과 공모하여, 다수의 차명계좌 사용, 자금추적을 피할 수 있는 소액 현금 입·출금, 주식 매각대금을 이용한 채권 및 부동산 매입 등의 방법으로 차명계좌의 재산이 피고인의 소유인 사실을 과세당국이 발견하기 어렵게 하고, 소득이 발생한 다음 해인 2006.5.31.까지 관할세무서에 양도소득 및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하여,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2005년도분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합계 약 10억원을 포탈했다.

이를 비롯해 피고인은 위 임직원들과 공모하여, 2003경부터 2012경까지 차명 증권계좌로 OO, O프로 차명주식을 소유하면서, 그 중 약 74만주를 매도해 약 535억원의 양도차익과 약 65억원의 배당소득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득이 발생한 다음 해 5.31.까지 이에 대한 양도소득 및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하여,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포탈했다.

 

나.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조세포탈

피고인은 임직원들과 공모하여, 1998.11,경 불량 매출채권 등 부실자산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룹의 주력 회사인 OO물산, OO중공업, OO생활산업을 OO으로 합병한 후, 2003경부터 2012경까지 위 부실자산을 실물 없는 가공의 기계장치로 대체해 자산을 과다 계상한 다음 이에 터잡아 허위로 감가상각비를 계상하거나 가공의 매출원가로 계상하는 등 허위로 회계처리함으로써, 각 회계연도 다음 해인 3.31.까지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함에 있어 소득금액 약 5,010억원을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법인세를 각 포탈했다.

 

다. 조세심판원 결정에 따른 일부 부과처분의 직권 취소

(1) OO은 2008 사업연도에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 약 515억원과 투자주식처분손실 약 1,884억원을 손금에 산입해 약 1,279억원 상당의 결손금이 발생했음을 전제로 법인세를 0원으로 신고했다.


(2) 과세관청은 2013.11.1. OO에 대해 위와 같은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와 투자주식처분손실을 포함한 합계 약 2,554억원을 손금불산입하고, 2008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을 약 1,265억원으로 산정하여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약 258억원을 부과했다.


(3) 조세심판원은 2017.7.24. 이러한 과세관청의 OO에 대한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 중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를 손금불산입한 부분은 적법하지만 투자주식처분손실을 손금불산입한 부분은 위법하므로, 투자주식처분손실을 다시 손금에 산입하라는 취지로 결정했다.


(4) 이에 따라 과세관청은 투자주식처분손실 약 1,884억원을 다시 손금에 산입했다. 그 결과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 약 515억원을 손금불산입하더라도, 위와 같은 투자주식처분손실을 포함한 2008 사업연도의 손금 총액이 같은 사업연도의 익금 총액을 초과함에 따라 결손금이 발생했다. 따라서 OO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은 음수가 되고 그에 기초하여 산정한 같은 사업연도 법인세액은 0원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과세관청은 2017.8.경 앞서 본 OO에 대한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약 258억원을 전부 취소했다.


(5) 원심(서울고등법원 2018.9.5. 선고 2016노407 판결)은 2018.9.5.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와 투자주식처분손실을 모두 손금불산입한 당초의 법인세 부과처분만을 고려해, 피고인이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를 손금에 산입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OO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 약 128억원을 포탈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2.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①차명계좌를 이용한 주식 양도와 배당금의 수취,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세액 및 과세표준 과소신고가 조세포탈죄에 해당되는지, ②조세포탈죄로 공소제기된 이후 과세관청이 당초 부과처분을 직권 취소한 경우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3. 대상 판결의 요지(대법원 2020.12.30. 선고 2018도14753 판결)

가.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 거래 및 배당금 수령 관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OO의 기획팀 직원들로 하여금 피고인과 그 가족들의 재산을 관리하도록 해왔고, OO 임직원 및 그 친인척 등의 차명으로 400개가 넘는 증권계좌를 개설·관리하도록 하여 주식매매 등을 통해 재산을 증식해 온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세관청이 차명주주를 이용한 개별 과세거래를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차명주주의 재산만 세원으로 포착할 수 있을 뿐 담세력의 원천인 양도소득 등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피고인으로부터 양도소득세 등을 징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피고인이 차명주주 명의로 양도소득세 등을 납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스스로 세금을 부담한바 없다면,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하고 양도소득세 등을 신고·납부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행위는 적극적인 소득은닉행위로서 양도소득세 등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 다고 판단했다.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다.

 

나.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법인세 포탈 관련

(1) 조세포탈의 전제가 되는 2003 사업연도부터 2012 사업연도까지의 각 법인세 부과처분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는 주장에 관하여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은 합법성의 원칙을 희생해서라도 납세자의 신뢰를 보호함이 정의에 부합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한하여 적용되는 예외적인 법원칙이다. 그러므로 과세관청의 행위에 대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과세관청이 공적인 견해표명 등을 통해 부여한 신뢰가 평균적인 납세자로 하여금 합리적이고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할만한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3.12.26. 선고 2011두5940 판결 참조).

피고인들의 이 부분 주장은 상고심에 이르러 처음으로 제기하는 주장으로서 적법한 상고이유로 삼을 수 없다. 나아가 설령 그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1998년경 OO물산의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자 이를 법정관리 등을 통해 정리하려고 했으나 당시 OO은행장 등의 제안에 따라 OO물산을 합병함으로써 아무런 대가없이 수천억대의 부실채무를 떠안게 되었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금융당국과 은행의 강요에 의해 합병을 하게 되었다거나 그 과정에서 과세관청이 공적인 견해표명 등을 통해 부여한 신뢰가 존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과세관청의 OO에 대한 2003 사업연도부터 2012 사업연도까지의 법인세 부과처분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2) 적극적 은닉의도 및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가 없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가)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에 규정된 조세포탈죄에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포탈을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서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되는 행위, 즉,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2010.1.1. 법률 제991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구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에 규정된 ‘사기 기타의 부정한 행위’도 동일하다). 따라서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아니하거나 허위의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는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 이때 적극적 은닉의도가 객관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수입이나 매출 등을 기재한 기본 장부를 허위로 작성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당해 조세의 확정방식이 신고납세방식인지 부과과세방식인지, 미신고나 허위신고 등에 이른 경위 및 사실과 상위한 정도, 허위신고의 경우 허위 사항의 구체적 내용 및 사실과 다르게 가장한 방식, 허위 내용의 첨부서류를 제출한 경우에는 그 서류가 과세표준 산정과 관련해 가지는 기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4.2.21. 선고 2013도 13829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라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회계분식은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로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고 단순한 허위신고를 넘어 피고인의 적극적 은닉의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① OO은 2003 사업연도부터 2012 사업연도까지 매월 장부상에 등재된 부실자산을 가공 기계장치 또는 가공 매출원가로 대체할 금액을 결정하고, 재무본부 회계팀 고정자산 담당자들이 사전에 생성한 ‘가공 기계장치 리스트’에 따라 가공 기계장치를 장부에 등재한 후 정액법으로 약 8년 또는 10년에 걸쳐 감가상각비를 발생시키거나 가공 매출원가를 계상했다.


② OO은 가공 기계장치를 장부에 등재하면서 사업장, 자산번호, 자산명칭, 취득일자, 금액 등 기계장치의 세부내역까지 기재하는 방법으로 고정자산 관리대장 등을 허위로 작성했고, 2002년경 이후에는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인 오라클(Oracle) 시스템에 가공 기계장치에 관한 사항을 허위로 입력했다.

또한 OO은 가공 기계장치 등을 기간별, 사업장별, 프로젝트별, 기계별로 분할해 실재하는 자산처럼 장부에 기재하여 과세관청이 가공 기계장치 등을 적발하기 어렵게 했다.


③ OO은 전국에 공장이 산재해 있고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기계장치의 규모가 매우 커 현실적으로 회계감사 및 세무조사에서 적발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을 이용해 약 15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 사건 회계분식을 했다. 특히 2002년경 이후부터는 장부상 부실자산을 가공 기계장치 등으로 곧바로 대체하지 않고 허위의 중간 거래를 만들어 내는 등의 방식으로 그 취득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또한 OO은 장부에 등재된 가공 기계장치를 실제 기계장치와 함께 보험에 들어 가공 기계장치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외관을 형성했다.


④ 가공 매출원가는 가공 기계장치와 달리 장부에 남지 않고 해당 사업연도에 즉시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매출원가의 실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데, OO은 매출이 많거나 매출원가를 추가 배분해도 발견하기 어려운 사업부에 가공 매출 원가를 주로 계상하도록 하여 더욱 가공 부분을 밝혀내기 어렵게 했다.


⑤ 한편, 비록 OO이 합병 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되어 온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이 사건 회계분식과 같은 방법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적극적 은닉의도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조세포탈죄의 성립요건인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와 적극적 은닉의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조세포탈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부실자산을 가공 기계장치로 대체하고 이를 감가상각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미필적으로나마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조세포탈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4) 법인세 납세의무 전부 또는 일부가 성립하지 않아 조세포탈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

(가) 구 조세범 처벌법(2010.1.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0.1.1. 법률 제9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제8조 제1항에서 규정한 조세포탈죄는 납세의무자가 국가에 대해 지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는 일정액의 조세채무를 포탈한 것을 범죄로 보아 형벌을 과하는 것으로서, 조세포탈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조세채권이 성립해야만 되는 것이므로, 세법이 납세의무자로 하여금 납세의무를 지도록 정한 과세요건이 구비되지 않는 한 조세채무가 성립하지 않음은 물론 조세포탈죄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89.9.29. 선고 89도1356 판결, 대법원 2005.6.10. 선고 2003도5631 판결 참조).


또한 과세관청이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따라 당초 부과처분을 취소했다면 그 부과처분은 처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되어 원칙적으로 그에 따른 납세의무가 없어진다(대법원 1985.10.22. 선고 83도2933 판결, 대법원 2015.10.29. 선고 2013도14716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는 조세포탈로 공소제기된 처분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과세관청이 당초 부과처분을 취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조세채무의 성립을 전제로 한 조세포탈죄는 성립할 수 없다.

 

(나) 과세관청은 조세포탈로 공소제기된 처분사유인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가 아니라 다른 사유인 투자주식처분손실을 손금산입하여 2008 사업연도의 법인세액을 0원으로 산정한 후 OO에 대한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 전부를 취소했으므로, 그 부과처분은 처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되어 그에 따른 납세의무가 없어진다. 따라서 해당 조세채무의 성립을 전제로 한 OO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조세포탈죄도 성립할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로 인정된 피고인들에 대한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OO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 포탈 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다(다만, 원심으로서는 OO의 2003, 2004, 2007 사업연도 법인세 포탈 부분에 대하여도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유들이 해당 사업연도의 법인세 납세의무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판단한 다음, 조세포탈죄의 성립 여부와 포탈세액의 범위를 판단해야 함을 지적해 둔다).

 

4. 대상 판결에 대하여

가. 부정행위 관련 법리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이하 “부정행위”라 한다)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공제를 받은 자는 조세포탈범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조세범 처벌법 제3조,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 또한 부정행위가 있는 경우에는 10년의 장기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고(국세기본법 제26조의2), 부정행위로 세법에 따른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높은 세율의 부당가산세를 부과하고 있다(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47조의3).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법원은 조세포탈죄, 부과제척기간 및 가산세에 있어서의 부정행위를 동일한 의미로 해석해 왔고, 현행 규정도 그 의미를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


먼저 관련 규정을 보면, “부정행위”란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장, 거짓 증빙 또는 거짓 문서의 작성 및 수취, 장부와 기록의 파기, 재산의 은닉, 소득·수익·행위·거래의 조작 또는 은폐, 고의적으로 장부를 작성하지 아니하거나 비치하지 아니하는 행위 또는 계산서, 세금계산서 또는 계산서합계표, 세금계산서합계표의 조작, 「조세특례제한법」 제5조의2 제1호에 따른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의 조작 또는 전자세금계산서의 조작, 그 밖에 위계(僞計)에 의한 행위 또는 부정한 행위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조세범처벌법 제3조 제6항,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47조의2, 제47조의3,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


다음으로 관련 법리를 보면,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가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지만,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1.6.30. 선고 2010도10968 판결, 대법원 2012.3.15. 선고 2011도13605 판결, 대법원 2015.10.15. 선고 2013도9906 판결, 대법원 2016.2.18. 선고 2014도3411 판결 등). 또한 납세자가 명의를 위장해 소득을 얻더라도, 명의위장이 누진세율 회피, 수입의 분산, 감면특례의 적용, 세금 납부를 하지 아니할 무자력자의 명의사용 등과 같이 조세회피의 목적에서 비롯되고 나아가 여기에 허위 계약서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과세관청에 대한 허위 조세 신고, 허위의 등기·등록,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비치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까지 부가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위장 사실만으로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3.12.12. 선고 2013두7667 판결, 대법원 2017.4.13. 선고 2015두44158 판결, 대법원 2018.3.29. 선고 2017두69991 판결, 대법원 2018.12.13. 선고 2018두128 판결, 대법원 2020.8.20. 선고 2019다301623 판결 등 참조).


한편, 명의위장(타인 명의사용)과 관련해 대법원 2011.3.24. 선고 2010도13345 판결은 ‘피고인이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하고 차명계좌를 통해 매출금을 입금받았는데도 세무사에게는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아니한 매출액과 지출한 급여 일부를 누락한 자료를 건네 그로 하여금 실제 매출과 다른 내용의 장부를 작성하고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게 한 것은 피고인의 적극적인 은닉의도가 드러난 구 조세범 처벌법(2010.1.1. 법률 제9919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상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고, 이를 단순한 매출누락 또는 과소신고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으며, 조세포탈에 관한 범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대법원 2009.5.28. 선고 2008도7210 판결은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위장사업체를 설립한 후 자기 회사의 매출을 분산하는 등으로 매출을 과소신고한 행위가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 위반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고, 대법원 2004.11.12. 2004도5818 판결은 ‘피고인이 유흥주점을 경영함에 있어서 제3자의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한뒤 그 이름으로 카드가맹점을 개설하고 신용카드 매출전표를 작성해 피고인의 수입을 숨기는 등 행위를 함으로써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하였다’고 판시했다.


위와 같이 대법원은 특히 조세포탈범에 있어서의 타인 명의 사업자등록에 대해서 명의위장 사실만으로는 부정행위로 볼 수 없고, 명의위장이 조세포탈 목적에서 비롯되고 나아가 여기에 허위계약서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과세관청에 대한 허위 조세신고, 허위의 등기·등록,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비치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까지 부가되었을 때에 부정행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나. 조세포탈죄로 기소된 이후에 부과처분이 취소된 경우의 법리

조세범 처벌법 제3조와 특정범죄가중법 제8조에서 정한 조세포탈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세법이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조세채권이 성립해야 하므로, 과세요건을 갖추지 못해 조세채무가 성립하지 않으면 조세포탈죄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1989.9.29. 선고 89도1356 판결, 대법원 2005.6.10. 선고 2003도5631 판결, 대법원 2020.5.28. 선고 2018도16864 판결 등 참조).

한편, 조세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심판이 확정되거나 조세심판원 등의 결정에 따라 과세관청이 당초 처분을 직권 취소한 경우 그 부과처분의 효력은 처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되어 그에 따른 납세의무가 없으므로, 이러한 사유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재심사유인 ‘무죄로 판단하거나 원심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해(대법원 1985.10.22. 선고 83도2933 판결, 대법원 2015.10.29. 선고 2013도14716 판결, 대법원 2019.9.26. 선고 2017도11812 판결) 해당 조세포탈죄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게 된다.

 

다. 대상 판결의 의의

차명계좌 사용이 부정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관련해,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 명의의 예금계좌를 빌려 예금했다 하여 그 차명계좌 이용행위 한 가지만으로써 구체적 행위의 동기, 경위 등 정황을 떠나 어느 경우에나 적극적 소득은닉 행위가 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지만, 차명계좌의 예입에 의한 은닉행위에 있어서도 여러 곳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한다거나 순차 다른 차명계좌에의 입금을 반복하거나 단 1회의 예입이라도 그 명의자와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은닉의 효과가 현저해지는 등으로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부정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1999.4.9. 선고 98도667 판결, 대법원 2016.2.18. 선고 2014도3411 판결). 대상 판결은 이러한 종전 입장을 확인해 주었다.


또한 대법원은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비치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가 있는 경우 부정행위를 인정했는데, 대상 판결의 사안에서도 적극적인 회계장부의 조작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한편, 대상 판결은 조세포탈죄로 기소된 이후 당초의 부과처분이 행정심판 결정 등으로 취소되거나 과세관청의 직권 취소로 소멸한 경우에도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입장에서 당초의 처분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부과처분이 직권 취소되는 경우에도 조세포탈죄는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해 주었다.


과세실무 또한 마찬가지로 사해행위취소 판결은 채권자와 양수자 사이에 있어서만 그 효력이 발생할 뿐이므로 당초 소유자 명의로 원상회복하는 것은 양도에 해당하지 않고, 당초 소유자 명의로 원상회복하더라도 당초 소유자가 직접 권리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므로 당초 소유자가 납부한 양도소득세는 환급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또한 같은 취지에서 사해행위 취소에 따라 환원된 재산의 매각에 따른 양도소득세나 증권거래세의 납세의무자는 당연히 수익자로 보아 왔다. 반면, 최근 조세심판례 중에는 집행 이후 수익자에게 잉여금이 전혀 돌아가지 않은 경우라면 실질적으로 얻은 수익이 없으므로, 수익자에게 납세의무가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도 있다(조심 2018구860, 2018.5.9.).


그런데 기존의 이러한 태도와는 달리, 대상판결은 증권거래세의 납세의무자 자체를 수익자(B, 원고)가 아닌 채무자(A)로 보았다. 이득의 유무에 대한 실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간 결론으로 볼 수도 있지만, 애당초 수익자(또는 전득자)가 사해행위에 협력(악의)하였기 때문에 취소가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조세법률관계에 있어서만 이를 달리 볼 필요성이 큰 지는 다소 의문이다. 게다가 채무자는 이미 채무초과 상태이므로 실질적인 과세권의 확보가 어렵게 되었다는 점도 문제이다.


아무튼 대상판결이 선고된 이상 남은 문제는 집행(경매)과 관련한 양도소득세 등의 납세의무자 또한 수익자가 아닌 채무자로 볼 것인지 여부와 더 나아가 이 사건과 같이 주식이 아닌 부동산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볼 것인지 여부이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매매대금이 감액된 경우 양도소득세의 경정청구를 허용하면서, 증권거래세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본 최근 판결(대법원 2018.6.15. 선고 2015두36003 판결)을 고려하면 같은 결론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나 주의할 것은 대상판결이 채권자취소권이 행사된 경우의 과세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모두 변경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최근 판결은 대상판결과는 다소 다른 입장에서 재산을 증여받은 수증자가 사망해 증여받은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한 상속개시가 이루어진 이후, 사해행위취소 판결에 의하여 그 증여계약이 취소되고 상속재산이 증여자의 책임재산으로 원상회복되었을 경우, 수증자의 상속인이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해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 납세의무를 면할 수 있는지에 대해 종래의 입장에 따라 부정적인 태도를 취했기 때문이다(대법원 2020.12.2. 선고 2014두46485 판결).


굳이 구별하자면, 대상판결은 사해행위 취소에 따라 원상회복된 재산의 집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문제이나, 최근 판결은 사해행위 이후 상속까지 이루어진 상황에서 사해행위가 취소된 경우 기왕에 납세의무가 성립했던 그 재산에 대한 상속세가 소급적으로 소멸하는지에 관한 문제이므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향후 판례의 태도 변경 등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0.10.29. 선고 2017두52979 판결]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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