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물확정땐 원천징수 22억 포함 50억 전액 몰수한 뒤 경정청구로 22억 환급”
무소속 곽상도 국회의원의 아들 병채 씨가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로부터 퇴직금과 위로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에 대해 법원이 추징보전 결정을 내리자, 50억원 중 납부한 세금 약 22억원에 법조계와 세금 전문가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뇌물 등 범죄 사실이 유죄로 확정됐다면 국가는 해당 범죄로 얻은 이익 전체를 몰수하되, 범죄수익에 대해 이미 과세당국에 납부한 세금은 범죄 수익 몰수 후 경정청구를 통해 환급을 받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정설로 여겨지고 있다.
세금 전문 A변호사는 27일 본지 통화에서 “뇌물액을 몰수·추징당한 뒤 경정청구를 신청하면 범죄 수익에 대해 이미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2015년 이전 판결에서 범죄수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한 뒤 범죄수익을 다시 몰수 당해도 과세를 취소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위법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한 후 몰수나 추징과 같은 후발적 사유가 발생해 당초 성립한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잃게 됐다면 경정청구를 통해 납세의무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당시 곽병채씨의 범죄에 대한 정의가 없었을 당시 “(병채씨가) 받은 퇴직금은 ‘업무무관’ 자금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통해 11억 원 정도 세금 추징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던 J회계사무소 대표 K회계사도 27일 본지 통화에서 “법원의 추징보전 결정은 일단 (병채씨의 소득이) 정상적인 퇴직소득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범죄수익을 몰수당한 뒤 경정청구로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도 본지 통화에서 “세법적 소득 판단에 따라 걷은 세금은 해당 판단이 번복될 경우 취소하고 돌려주는 게 맞다”고 같은 설명을 했다.
아직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유·무죄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검찰과 법원은 병채씨와 곽 의원이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간주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미리 조치했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곽병채씨는 지난달 퇴직금 50억원 보도 직후 “세금 22억여원을 원천징수로 떼고 약 28억원을 2021년 4월30일경 나의 계좌로 받았다"며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형법 제48조는 범죄행위로 취득한 물건은 몰수·추징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에, 병채씨가 받은 50억원이 모두 뇌물로 인정되면 전액 몰수·추징된다.
현행 소득세법 제21조는 뇌물과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로 받은 금품을 '기타소득' 과세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다. 따라서 곽씨가 받은 금품이 뇌물로 결론 나면, 국세청이 걷은 것으로 추정되는 세금은 적법하게 걷었지만 돌려줘야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뇌물액 중 일부를 비용으로 쓰더라도 뇌물액 전체를 몰수・추징 대상으로 보는 견해(총액주의)와 비용 쓴 것은 몰수・추징해야 한다는 견해(순익주의)로 나뉜다,
대법원은 뇌물을 받아 일부를 범죄 등의 비용으로 쓴 경우 대체로 ‘총액주의’ 쪽으로 해석하는 편이지만, 세금의 경우는 다르게 보고 있다.
불법수익인 뇌물이 국고로 전액 회수 되는 반면, 불법수익 여부와 상관없이 세법에 따른 소득 판단으로 납부된 세금은 돌려줘야 한다는 개념이다.